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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Jan 04. 2021

코로나 블루 극복! 휴가엔 이렇게 놀아야지

오랜만에 모두가 모였던 즐거운 하루의 단상

12월이 되면 1년을 보내며 감사하고, 아쉬운 일들을 되돌아보는 시간들을 종종 갖게 된다.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내가 잘 한일, 아쉬웠던 일을 생각하면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질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갖고 산다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할 일이다.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으니 말이다.


직장인들은 한 해동안 쓰지 못하고 두었던 자신의 연차 휴가를 12월이 되면 회사의 강압으로 또는 개인적 계획 등으로 소진하려고 한다. 주변의 동료들만 해도 12월이 되자 너나 할 것 없이 미뤄왔던 휴가를 소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없는 시간까지 쪼개서 혹은 여유 있는 연말을 이용해 휴가를 즐긴다.


나 또한 12월이 되면 남아있는 휴가를 소진하기 위해 주마다 휴가를 쓰고, 마지막 주에는 이틀이나 삼일을 몰아서 쉬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겨울만 되면 휴가를 계획하던 주변 사람들도 코로나 여파로 여행의 계획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다만 휴가를 내고 말 그대로 안식(安息) 월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발적 안식(安息) 주간을 갖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래도 난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중간중간 휴가를 쓴 편이어서 12월에 몰아서 쓸 휴가가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남은 휴가 2.5일을 알차게 소진하기 위해 계획했고, 그 날은 그런 남은 휴가의 0.5일을 소진하기 위한 하루였다.


휴가를 맞은 이른 오후의 시작은 하루를 통째로 쓰는 휴가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회식을 일찍 시작하면 이른 시간임에도 빨리 오른 취기와 흥에 이른 시간에 회식을 끝내는 장점이 있다. 오늘은 0.5일 휴가로 얻은 이른 오후를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고마움을 담아 그런 자리를 만들었다.


1차로 우린 식사 전 가볍게 게임을 했다. 오랜만에 모두 모여 즐길 수 있는 자리라 무언가 내기를 걸고 시작하자고 제안했고, 모두들 그 제안에 흔쾌히 응했던 터라 본격적으로 회식을 시작하기 전 애피타이저로 게임을 즐겼다. 모두가 기대를 걸고 시작했지만 나름 전략을 잘 짰던 내가 중반 이후에 멋지게 뒤집어 1등을 하는 쾌거를 거뒀다. 역시 게임은 뒤집기가 짜릿한 법이다.


2차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맛있는 갈빗살을 구워 먹었다. 메뉴 선정은 아무래도 가장 힘 있는 A 재무이사님이 좋아하는 갈빗살로 선택했지만 다른 분들도 크게 호불호가 없는 메뉴라 메뉴 선택에 어려움은 없었다. 예전 같으면 자주 들렀던 식당도 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이젠 발길을 두기가 어려워졌다. 갈빗살과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사이라서 그런지 모두 즐겁고,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약간의 음주와 곁들인 식사 자리는 음주를 즐기는 나와 분위기를 즐기는 A 재무 이사님 그리고 항상 식사를 길게 하는 C 사원이 테이블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바람에 주변 정리를 먼저 B 과장이 시작했고, 테이블 주변까지 구석구석 잘 정리하는 B 과장이 기특해 보였다.


2차로 아쉬웠던 A 재무이사님의 제안으로 우린 3차를 노래방(방구석 노래방)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마이크 하나로 한 껏 분위기 연출하며 회식 분위기를 마음껏 만끽했다.


 "♬~ 슬퍼하지 마세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 "


마이크는 대부분 A 재무이사님 독차지였지만 어느 하나 즐겁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니 그걸로 됐다. 사실 A 재무이사님의 권유에도 C 사원 B 과장은 노래를 부르지 않으니 A 재무이사님이 더욱 마이크를 놓지 않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A 재무이사님은 내게는 노래를 시키지 않았다. 이건 뭐 난 그냥 회식의 박수부대도 아니고.  


3차를 끝내고 4차로는 조금은 편안한 자세로 영화관은 가지 못했지만 소파에서 즐기는 방구석 영화관에서 다들 과일을 먹으며 드라마를 시청했다. 물론 이 드라마는 나와 C 사원이 즐겨보는 것이지만 오늘만큼은 다들 드라마에 푹 빠져 뒷얘기를 할 정도로 열혈 시청을 했다. 단지 B 과장은 조금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그래도 함께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5차는 문화 회식의 날 끝판왕. 브라운관에서 나오는 좋아하는 가수들의 모습과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시의적절한 노래에 또 한 번 우리의 회식 분위기를 돋웠다.


 "(빅마마의 체념 노래가 나오고)♬~ ~ 왜 말 안 했니 아님 못 한 거니 ~"

 " 이사님, 김 부장님 또 울어요."


가수 이영현의 체념을 시작으로 내가 좋아하는 소향, 신용재, 잔나비 등 많은 가수들 노래의 향연에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어울렸던 마지막 피날레 같았다. 이렇게 우리의 길었던 5차로 이어졌던 회식은 끝이 났다.



사실 위의 회식자리는 오랜만에 했던 우리 집 홈 파티를 스케치해 본 글이다. A 재무이사는 아내고, B 과장은 시험이 끝나고 오랜만에 함께 어울렸던 아들이고, C 사원은 우리 집 막내인 딸아이다. 지난 29일 오후 반차 휴가를 쓰고 집에서 가족이 모두 모여 한 해를 보내며 감사할 일은 감사하고, 아쉬웠던 일은 잊어버리며 보내려고 했던 우리의 일상이다.


작년 한 해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일상이지만 아직은 우리에게는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가족이 있다. 함께 아껴주고, 보듬어주고, 응원해 주는 공동체인 가족이 있어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그리고 서로를 지탱해주는 이런 끈끈한 가족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을 것이다. 그래서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희망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게 아닐까.


그래서 세상 아직은 살아볼 만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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