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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31. 2020
경자 씨 잘 가요. 우리 다신 보지 맙시다
아듀(adieu) 2020년, 코로나로 상처 준 한 해 다시 오지 말길
경자(庚子) 씨, 잘 가요~
2020년도 이제 12시간이 채 남지 않았어요.
올 한 해를 보내며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고통 속에 일상을 버티고 있네요. 하루에 천 명 가까운 혹은 천 명이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거리두기 단계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하루하루가 따뜻해야 할 연말을 더욱 이 계절에 어울리는 혹독한 추위로 우리의 일상을 내몰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시간은 간다
남자들이 의무 복무를 위해 군 복무하면서 자주 쓰는 말이에요. 답답하고, 힘들고, 지겨운 군대에서의 시간도 어떻게든 흘러간다는 의미로 군인들이 힘들 때 종종 사용하는 말이죠. 이 말처럼 요즘 코로나로 일상이 완전히 정지된 끔찍하고, 혹독한 시간인 것 같아도 힘겹게라도 꾸역꾸역 우리의 시간은 흘러간다는 위로의 메시지로 많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네요.
2020년이 모두 지나간 것처럼 어떻게든 시간은 지나가고, 이 시련 또한 지나갈 것이란 걸 저 또한 믿어 의심치 않아요. 그것이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라는 걸 모두들 알고 있으니까요. 아니 믿고 있으니까요. 식당들도 드문드문 있는 손님들을 맞으며 희망이라는 미소로 하루를 지내고 있어요. 지쳐있는 일상에서도 활기찬 하루를 보내려고 출퇴근 지하철에 몸을 싣는 많은 사람들 속에 곧 다시 올 희망이라는 내일이 보이는 것 같아요. 다들 마스크 속에 미소는 내일을 위해 숨기고 있지만 언젠가 마스크 밖으로 나올 그 환한 미소를 늘 준비하고 있어요.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어요. 저희 집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꾸준히 좋아하는 브런치에 글을 쓰며 많은 작가님, 독자들과 소통해서 작지만 의미 있는 결실들도 있었어요. 제 사랑하는 반쪽인 아내는 꾸준히 준비해오던 자격증도 두 개나 취득하는 결실을 맺었죠. 큰 아이는 후회 없이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을 보내며 자신이 원하는 꿈을 향해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고요. 물론 이번 기말고사 성적이 조금 아쉽다고 후회는 하지만 부모인 제가 봐서는 충분히 칭찬해 줄 만한 성적인 것 같아 위로와 칭찬을 해주고 싶은 한 해였어요. 딸아이는 처음 입어본 중학교 교복이었는데 자신이 원하는 방송부도 들어가고 교내 아나운서로 방송도 해보면서 어느새 무사히 1학년을 마쳤네요.
2020년 어떻게든 지나가리라 생각은 했지만 정말 이렇게 '후다닥' 시간이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이제 11시간이 지나면 제 나이도 한 살이 더 접히고 앞에 숫자가 바뀌는 날도 카운트다운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시권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좋은 날이 올 걸 희망하면 나이 그까짓 것 바뀌는 것쯤 감수할 수 있어요.
경자 씨, 우리 만남은 여기까지. 우리 다시 보지 맙시다. 경자년(庚子年) 잘 가요. 어찌 되었든 수고 많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