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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Feb 15. 2022

가볍게 언쟁하다 너덜너덜해진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만난 아쉬움

 "이 부장님, 아직인가요? 이거 내일은 꼭 구현되야해요"

 "하고는 있는데 좀처럼 해결이 안 되네요. 서버 쪽 작업을 좀 해주면 제가 하는 클라이언트 작업을 안 해도 되는데"


여러 종류의 에이전트 중에 한 종류의  에이전트 개발업무 때문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한 달째 제자리다.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서버 프로그램 수정도 이미 여러 차례 진행해 봤지만 또 다른 이슈들이 반복해서 생겨 이젠 더 이상 다른 프로그램에 영향을 끼칠 부분들이 우려되어 서버 프로그램 수정은 중단되었다. 문제는 불안정한 에이전트 하나 때문에 서버 수정되면 이미 테스트까지 끝난  다른 에이전트의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는 문제가 있는 해당 프로그램을 포함한 여러 다른 종류의 에이전트 프로그램이 설치되야했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 에이전트 때문에 서버 쪽 수정이 이루어지면 여러 개발 담당자들이 변경된 서버에 맞춰 어쩔 수 없이 다시 에이전트 프로그램 수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프로젝트 안정화를 위해 기능 점검 및 품질 검증을 거친 제품이다 보니 다시 수정을 한다는 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게 여러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 명의 개발자의 그간 안일한 대응과 조금은 부족한 개발 능력으로 프로젝트 책임자인 나를 포함해 관련된 여러 부서원들이 며칠째 야근이다. 다들 너무 지쳐있었고, 몸도 마음도 한계에 와있었다.  종류의 에이전트 프로그램 이슈로 차례 프로그램 수정을 거듭해오던 서버 개발자가 결국은 불만을 터트렸다.


 "아니 이 부장님은 이번 이슈 하나를 붙들고 도대체 얼마나 붙들고 있는 겁니까. 능력이 안되면 못하겠다고 두 손 들던가 도대체 이런저런 핑계만 대시고"

  "박 과장, 말이 심하네. 내가 없는 말 한 거도 아니고. 다 서버가 이상하게 개발되어서라니까"


그렇게 서버와 클라이언트 개발자 간에 언쟁이 시작됐고, 두 사람 간의 언쟁은 개인의 역량 부족 및 인신공격까지 이어지는 상처를 남긴 싸움으로 번졌다. 결국 개발 책임자가 나서 중재하며 그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에이전트 개발 완료까지는 어려움이 계속됐고 더 시간이 지나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결국 해당 프로젝트 에이전트 개발 시기는 고객사의 양해를 구하고 늦춰졌고, 그 후로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여러 차례 지연되다가 프로젝트 검수에도 어느 정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다행히 이미 퇴사한 해당 프로그램 이전 개발자의 도움으로 문제의 에이전트는 극적으로 개발이 완료되었다.


업무를 처리하는 역량은 개인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역량이 뛰어나 맡기는 일마다 '척척' 잘 해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일을 맡기고도 업무를 지시한 사람 입장에서 노심초사하며 완료 시기를 중간중간 체크하고 완료 시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사람도 있다. 일을 잘하고, 잘 못하고는 개인적인 역량의 차이이므로 회사에서는 직책을 구분하거나, 급여 수준을 달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 역량에 대한 개인적 보상 및 차등을 적용한다. 관리자는 특히 업무 처리 역량을 구성원의 평가 지표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조직에서나 가장 중요한 것이 이런 업무 처리 역량 아니다. 조직 내에서의 관계와 인성 또한 평가 지표에 필요하다. 여러 차례 이 부장에게 주어졌던 기회에서 이 부장은 다른 부서원들과의 협조와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이 부장 개인의 역량 부족을 다른 구성원들이 개발한 제품의 문제를 핑계 삼아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려고 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많은 구성원들의 업무를 의도적으로 늘렸고, 이 일로 피해를 보는 다른 구성원들에 대한 미안함 조차 보이지 않았다. 서로 간에 피해가 최소화되고, 배려할 수 있는 선에서 당시에도 충분히 해결방안이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얼마 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장애인들의 시위로 출근 시간이 꽤 지연되었던 적이 두 차례나 있었다. 그분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이 누리는 모든 기본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 남들보다 조금은 불편한 몸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교통 인프라는 충분히 배려되지 않은 점은 인지하고 있고, 안타까워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정당한 시위가 아닌 불법 시위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출근 시간대 지하철을 지연시키는 시위는 정당성을 얻기에는 부족함이 보였다. 그분들의 절심함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해가 가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들 표정은 지각이 걱정되어 어두워지는 낯빛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발을 동동 구르는 그 심정을 시위 당사자분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평소보다 10여분 이상 지연된 지하철 대기 시간에서 많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분들의 정당성을 지지하기에는 볼모로 잡힌 지하철 승객들의 출근시간이 지금의 게는 더 현실적이고, 정당한 불만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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