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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Dec 20. 2019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그 흥행의 결과가 궁금하다

영화 <백두산>,  재난영화의 새로운 지표를 쓰다.

불가능한 작전이 시작된다!
마지막 폭발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재난 영화의 흔한 소재인 지진, 그 지진과는 무관할 것 같은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화산과 지진이라는 소재로 재난 영화가 만들어졌다. 불과 얼마 전이라면 지나친 상상력이 가져온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로 소개되었을 그냥 그런 영화였을 것이다. 다만 배우들이 주는 힘만은 조금은 기대가 되는 정도의 영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2017년 포항 지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도 지진과 무관한 지역이 아님을 전 국민이 알고 있고, 최근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여러 방면으로의 노력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단순히 드는 기시감을 넘어선 다양한 공감을 이끌기에는 충분한 소재임은 분명하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 구성이나, 짜임새는 부족해 보였다.'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이 영화의 가장 큰 소재인 백두산 화산 폭발로 인한 지진 발생 장면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익숙한 강남대로의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싱크홀이 생기고, 이런 와중에 주인공 조인창 대위(하정우)는 아내(배수지)를 구하기 위해 차를 몰고 도로 역주행에 골목에서의 카 액션신까지 압도적인 스케일과 액션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도입부부터 큰 기대를 준다.

  영화는 기존의 재난 영화와는 다른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도심의 재난영상을 보여주며 조금 더 신선하고, 공감 가는 장면들을 많이 보여주려고 애썼다. 강남대로의 재난영상은 2015년에 개봉했었던 드웨인 존슨 주연의 <샌 안드레아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스케일과 영상을 보여준다.


 그럼 과연 백두산 화산 폭발로 한반도 전체가 지진의 영향권에 들어가고 빌딩이 무너지고, 도로와 공항이 마비되는 게 현실적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 글을 쓰는 나도,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도 가늠하거나 따져 물을 수 있는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다만 포항 지진 때 서울 일부에서도 진동을 느낄 정도였으니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을 듯한 상상 가능한 범위의 재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말 그대로 지루할 틈은 없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그 시간이 언제 지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업적으로는 흥행의 기본기는 갖추었다. 이런 볼거리 많은 영화에 캐스팅된 배우 또한 흥행을 기본 보장할만한 화려한 투 탑을 이룬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주연급 세명이 스크린을 채운다.


  하지만 영화는 재난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은 조금 아쉬웠다. 물론 재난영화의 가장 큰 틀인 재난에 따른 사고들의 영상을 사실적으로 화면에 담는 것만 해도 아마 어마어마한 투자금이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김병우 감독의 전작인 'PMC: 더 벙커'의 아쉬움이 곱씹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싶다.

 북한 지역에서의 작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1~2차 화산 폭발로 정상적 국가상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백두산 인근 지역(보천, 용수리 등)까지 가는 동안 북한군과의 교전이 거의 벌어지지 않는 설정 자체는 구성 자체의 짜임새를 논하기에는 10퍼센트 정도 부족함이 있지 않을까 싶다.



'두 배우의 호흡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휴먼, 드라마적인 요소. 2%가 부족해 보였다.'


이병헌, 하정우! 두 배우의 호흡만으로도 이 영화는 대단한 흥행 요소가 될만한 '날개'를 달았다고 할 수 있다. 두 배우의 배역이 바뀌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관객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두 배우의 캐스팅은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는 최고의 요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극 중 조 대위(하정우)는 무겁지 않고, 따뜻한 리더로서의 모습에 인간적인 모습과 조금은 허당끼 있는 모습까지 하정우만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에 반해 리준평(이병헌)은 북한 무력부 소속 특급 자원에 걸맞게 화려하진 않지만 절도 있는 액션에, 조금은 어둡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까지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기존의 배역 어디에서 본 듯한 익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툭툭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병헌만의 유머로 보여 '역시 명품 배우'라는 느낌으로 영화의 부족한 구성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요소였다.


  다만, 대부분의 재난영화의 요소 중 휴먼, 드라마적인 요소는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배우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정말 주요 배우들이 영화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주연, 주연급 조연만이 스크린을 채웠다. 이 이야기는 휴먼적, 드라마적 요소를 보여줄 인물들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재난 영화들을 보면 이런 휴먼 드라마적 요소를 채우기 위해 극 중 스토리가 있는 흐름이나 극적 구성을 위해 꾸준히 설계가 들어가고, 조연급 배우들의 명품 연기들이 요소요소에 채워져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영화 백두산에서는 그런 휴먼 드라마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물론 의도적이지는 않았을 테지만 재난영화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로 만들어진 듯하다.


영화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 복합 문화 장르이다. 관객들마다 영화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다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요소가 있지만 다분히 매력 있고, 한국형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에 굶주림을 가지고 있었던 관객이라면 적극 추천해 볼만한 요소가 많은 영화다.

 새로운 한국형 재난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가 영화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더욱더 영화의 흥행 결과가 궁금하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중 백두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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