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TV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패티 김이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수만의 관객들 앞에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My way'라는 곡이었다. 한 참을 부르다 그녀는 갑자기 노래를 멈췄다. TV 속 그녀는 올라온 감정으로 눈가가 촉촉해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무대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당황함 없이 이런 노년의 가수를 응원했다. 잠시 뒤 마이크를 통해 그녀는 관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밝은 표정으로 '계속이어서 할까요'를 말하고 다시 노래를 불렀다. 여든다섯의 대가수가 수만의 관중 앞에서 자신의 노래 여러 곡과 'My Way'를 부르며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노년의 가수만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그녀가 느낀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잘 살았다. 스스로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정도가 아니었을까.
'에휴, 야근하는 것도 이젠 힘에 부치네. 고작 며칠 한, 두 시간 일을 더 했다고 몸 곳곳에서 신호가 오냐'
'이사님 이젠 나이도 생각해야죠'
얼마 전 쌓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야근을 한 적이 있다. 그래봤자 고작 두어 시간 야근에 삭신도 쑤시고, 머리도 지끈지끈하다. 내 나이 고작 반세기 살았지만 회사에서는 벌써 꼰대, 어르신 취급이다. 몸이라도 이런 대우를 거부해야 했지만 어느새 몸도, 마음도 이 나이 들었음을 순순히 인정하는 시기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이 드는 것을 싫다고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나이들 수 있을까.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에서는 그 건강한 해답을 보여준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영원한 스승이었던 모리가 이 글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변화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삶을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나이 들어감을 두려워하던 모든 사람들에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변화임을 이야기하고, 이런 변화들 속에서 닥쳐오는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작가의 객관적 시각과 주관적 생각을 적절히 정리하여 보여준다.
노후, 노화, 노령, 노쇠 등 많은 늙을 '노(老)'로 쓰이는 단어들에는 주도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작가는 나이가 들면서 변화를 이야기하고, 이런 변화 속에서 또 한 번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나이 들면 필연적인 현실인 고독과 외로움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논했다. 스스로 고독을 자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현실은 자의보다는 타의에서 온다. 고독을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타협하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자신이 혼자 보낸 날들을 기록한 글들과 함께 고독이 주는 여러 가지 이점들을 논하며 자연스러운 변화임을 일깨워준다. 다만 이런 고독 속에서 외로움은 별개의 통증으로 구분 짓는다. 하지만 이런 외로움도 마냥 두려워 피하기보다는 마주하고 달랠 방법을 말한다. 이처럼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어려움들에 대한 지혜와 생각을 책 속에서는 말한다.
노년기에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고민해 봤다. 혼자 있는 시간과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정립해 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관계의 부담을 느낄 나이고, 혼자 있고 싶어 하거나 선택적 인간관계를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늘고, 새로운 인간관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시기의 인간관계는 남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이다.
늙어감에 대한 회피는 결국 자신이 나이 듦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갖는 고정관념과 방어기제를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주는 지혜와 현명함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스스로가 긴 세월 동안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활용해야 한다고 자문자답하며, 삶을 원하는 방식대로 이어가려고 다짐해야 한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또, 모든 인생의 연령대가 중요하듯이 노연기의 삶도 자신이 스스로를 보살피고, 쓸모 있다고 아끼면 나이가 듦을 훈장까지는 아니어도 또 한 번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노년은 인생 최고의 시기도, 최악의 시기도 될 수 있다. 어느 쪽인지는 자신이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 -139 페이지-
작가는 삶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미생으로 생각하면 항상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한다. 스스로를 늘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으로 생각하고, 사고와 감정의 범위를 넓히라고 말한다. 틀에 박혀 사는 노년의 사고를 스스로가 깨고, 새롭게 자신을 재창조하고 되살리라고 한다.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세상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노년기에는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배려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만큼이나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여야 하는 시기다. 인연을 이어가고, 일어나는 모든 일에 집중해야 한다. 스스로의 위치를 자각하고, '라테'를 외치기보다는 지금의 자신을 객관화하고 자신을 높여주는 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노년기는 여러 가지 제약사항도 있지만 특별한 기회도 주어지는 인생 마지막 성장기다. 뒷 방으로 물러나 퇴물처럼 사라지는 시기가 절대 아니다. 노년의 '오늘'은 남은 날의 가장 젊은 날이자 가장 오래 살아온 자신을 돌아볼 마지막 날이다. 스스로가 정한 한계에 위축되지 말고, 나이 들며 생기는 변화를 잘 받아들여 100세 시대에 걸맞은 멋진 노년의 삶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김창옥 강사가 얼마 전 방송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자신의 강연 한 번으로 불통이었던 부부가, 불화의 관계에 있던 가족이 무언가 대단한 해결책을 갖고 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강연 시간 동안 한 번 더 웃고, 조금은 서로를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만으로도 충전되고, 치유되는 시간이지 않을까라고.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책을 읽고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던져지는 주제는 하나같이 묵직했다. 삶, 노후, 죽음, 노화, 두려움, 고독, 관계, 지각, 변화 등. 많은 주제에 대해 나이 들며 느끼는 작가의 생각, 경험으로 다져진 지혜와 성찰을 텍스트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 책 한 권으로 자신의 노년 인생을 한방에 멋지게 설계하고, 계획하기는 어렵다. 다만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감동과 깨우침은 고스란히 마음 깊숙이 남아 있을 것이다.
'아빠 돌아가시고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내가 왜 계속 슬퍼하는 줄 알아? 그건 아빠 삶이 너무 불쌍해서야. 아빠인생은 자신을 위한 삶은 없었어. 그렇게 사시다 간 아빠가 그래서 더 불쌍해서 슬픈 거야. 그래서 우린 더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 자신에게도, 서로에게도.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우리가 죽어도 덜 슬퍼할 테니. 행복하게 잘 살다 간 부모를 보내면 아마도 덜 슬프겠지'
이번 여름에 돌아가신 장인을 생각할 때마다 아내는 슬퍼한다. 이런 슬픔 속에 아내의 속내를 오늘 들었다. 아내의 말이 마음속 파장이 되어 울렸다. 웰 에이징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와닿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