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이른 나이에 결혼한 내게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선후배, 동료, 친구들이 가장 많이 묻던 질문들 중 하나가 '결혼'일 때가 있었다. 결혼에 대한 이런저런 호기심부터 결혼에 대한 결심까지 원론적인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곤 했다.
'결혼'이라는 질문에 보통의 유부남들 답은 정해져 있다. '혼자 살아', '결혼하지 말고 연애하며 자유롭게 살아' 등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난 똑같은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결혼, 해도 후회고, 안 해도 후회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
모든 선택과 결심의 순간에 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모든 결과는 선택과 행동에서 비롯된다.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는 이유다. 우린 살면서 수많은 선택과 결심의 순간을 맞닥뜨린다. 내 삶도 따지고 보면 선택과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내일 시험 볼 과목이 수학과 영어인데 당장 어떤 과목부터 공부를 해야 하나.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연봉을 조금 더 주는 회사를 갈 것이냐, 맡을 업무가 마음에 드는 곳을 갈 것이냐. 아이 학원을 이곳을 보내느냐, 저곳을 보낼 것이냐 등등. 살면서 결정하고, 결심해야 하는 일은 차고 넘친다.
어떤 인생 문제들은 정답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 실은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일이다. 인생이란 지도 없이 지구를 행군하는 여행이다.
-[7장] 페넬로페와 108명의 구혼자-
며칠 전 만난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저자: 러셀 로버츠)이란 책에서는 불확실성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가 만나는 소위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한 현명한 결정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이런 답이 없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결정이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결심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결심에 따라 작게는 당장의 손실을 따질 수 있는 일부터 길게는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까지 다양하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알 수가 없다. 단순히 장점 하나와 단점 하나를 상쇄해 장단점 비교만으로 이런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공리주의적 사고도 중요하지만 정답이 없고 해답만이 존재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법을 강조한다.
이런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공리주의적 사고만으로 결심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을 듯하다. 첫째가 선택과 결심을 위한 완벽한 로(Raw) 데이터 수집이 어렵다. 사람들마다 다른 사고와 경험을 토대로 수집한 데이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조금 더 객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객관성을 확보한다고 해서 내게 맞는 선택과 결심에 적합한 최적의 데이터가 되기는 어렵다.
둘째로 실제 경험하기 전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는 문제들 투성이다. 경험을 하라고 등을 떠밀지는 않지만 모든 선택과 결심에는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선택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내가 직접 경험한 결과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히 공리주의적인 사고만으로 최고의 선택일 수 없는 이유다.
불확실성을 줄여나가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은 정보를 수집한다. 이는 불확실성을 줄여서 확신을 갖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정보를 가졌다고 해도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답이 없는 문제의 결정에 충분한 정보는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결정을 미루는 이유는 확신이 없는 두려움일 것이다. 결정이 힘들다면 동전을 던지라고 말한다. 동전이 돌기 시작하면 어느 쪽이 자신이 원하는 선택인지 알 수도 있다고 말이다. 결국 답이 없는 문제도 선택하고, 결정해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살면서 중요한 결정이 의도한 바대로 되지 않고,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가는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다. 작가는 책에서 그저 그건 실수가 아니고 다른 결과가 나온 선택일 뿐이라고 위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경우 이런 결정을 한 자신을 자책한다. 하지만 작가는 자책하지 말고 용서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건 실수가 아니고 모험이라고 정의하면서 당연히 모험에는 기복이 있고, 약간의 희생이 있다고 말한다.
실수와 후회에 대해서 두려워말라고 작가는 얘기한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서 행동하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가능성을 신뢰하고, 그것으로부터 도망치기보다는 포용하고 수용하라고 말한다.
답이 없는 문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하고 맛보고 음미해야 할 '미스터리'다. 세상에는 당신이 꿈꾸고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있다.
-[12장] 최고의 질문들 중에서-
정답과 해답은 비슷한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둘은 큰 차이가 있다. 정답은 어떤 문제에 대한 '옳은 답'이고, 해답은 질문이나 의문을 풀이한 답의 의미다. 정답은 객관적, 사실적, 과학적으로 검증되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답을 의미한다. 즉, 답이 있는 문제다. 하지만 해답은 주관적, 경험적으로 개인별로 분석, 이해의 정도와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는 답이다. 정답의 반의어는 오답이지만, 해답의 반의어는 문제다. 살면서 답이 없는 문제에 직면할 때가 많다. 이럴 때마다 내게 맞는 해답을 찾는 게 무엇보다 현명한 길이라는 걸 책에서는 말하지 않나 싶다.
어제 딸아이가 학교 학생회 지원을 미뤄서 지원 기간이 지나버린 일이 있었다. 열심히 지원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했었는데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결정을 미루다가 지원시기가 지나 버렸다. 딸은 조금 속상해하면서 지원해도 경쟁률도 세서 뽑히기 어려웠다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합리화를 했다. 딸은 선택에 따른 결과의 두려움이란 불확실성으로 마지막까지 결심을 미룬 듯싶다. 그런 딸을 보며 차라리 동전을 돌려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딸이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고 현명한 선택으로 자신만의 경험을 꾸준히 쌓아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