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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Dec 30. 2019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결과를 보며

"글 쓰기 시작한 지 8개월, 욕심이지. 욕심이야.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네!"




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8개월이 조금 넘었다. 나이가 들면서, 독서를 하면서 갖게 된 꿈. 내 이름 석자를 넣은 책을 써 보고 싶은 꿈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워낙 막연했고,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은 처음부터 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려고 네이버의 플랫폼인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막상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책 읽고, 소개하는 글부터 써보기 시작했다. 책을  소개하면서 이웃이 늘고, 이웃들이 책 소갯글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해 준 덕에 내 생각을 조금씩 글로 옮기기 시작했고, 블로그 메뉴 중 하나로 나의 이야기를 담을 타이틀을 하나 잡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글이 좋다고, 솔직 담백하다고, 꾸밈이 없고, 글 잘 쓰려고 애쓰지 않는 듯해서 진솔하다고.... 등등. 내 글에 대한 칭찬을 많이들 해서 용기도, 욕심도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말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준비해 보고 싶었다.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 직장인으로서는 출판, 출간이라는 벽은 무척이나 높아 보였고, 열심히 글만 쓴다고 무언가 대책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란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 만난 '브런치'라는 플랫폼, 내게는 무언가 꿈을 이루기 위한 돌파구였고, 막연했던 작가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드림 캐처(Dream Catcher) 같았다. 


 브런치 작가 도전 세 번만에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그 날의 기쁨은 조금은 어색할 정도로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묘한 기분이었다. 브런치 작가를 서둘러 욕심낸 건 사실 브런치북 프로젝트 공고를 보고 나서 더 절실해졌다. 왠지 운명같이 10월 말 브런치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고, 차곡차곡 써지는 글들 때문에 우습게도 필연이라는 기분까지 들고는 했었다. 김칫국을 많이, 그리고 일찍 드링킹 한 꼴이다.

 그간 블로그에서 '에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썼던 글들을 모으고, 또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쓴 몇 개의 글들을 모아서, 다시 탈고하여 '제7회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에 과감히 응모하였다. 처음 응모할 때는 크게 욕심을 내지는 않았지만, 프로젝트 응모 완료 이후 썼던 몇 개의 글들이 'Daum 메인'과 '브런치 메인'에 반복해서 오르면서 없던 욕심도 자꾸 생겨나고, 자신감을 넘어서 자만심까지 들었다. 

  포털 메인에 오른 글만 다섯 개였고, 브런치 메인에 오른 글도 웹, 모바일 합쳐서 모두 열 개의 글 이상 된 것으로 기억된다. 당연히 내 글에 자신감이 붙었고,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마치 일어날 것 같은 확신을 갖는 '병(?)'까지 생기게 되었다.


  글쓰기를 게을리할 수 없었고, 글을 쓸 때만큼은 마음이 편해졌다. 미리 써서 저장해 놓은 글들을 보면 마치 많은 돈을 저축해 놓은 통장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이 흐뭇해지고, 발행 버튼을 얼른 눌러서 글에 대한 반응을 보고 싶은 욕구가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이상을 생각하며 현실을 보지 못한 것은 딱 12월 30일 오후까지였다. '제7회 브런치 출간 프로젝트' 수상작 발표를 보면서 난 현실을 보게 되었고, 부족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수상작을 여러 편 들여다봤다. 인정을 하기 싫지만, 글을 쓴 작가들의 기획력과 글에 대한 목적이나 읽는 타깃에 대한 명확함 그리고 글의 세련됨이 보였다. 내가 좋아서 쓰기 시작한 글들과는 달리 보였고, 서둘러 김칫국을 먹은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곰곰이 들여다보니 내 글들도 재미가 있어서 쓰기 시작한 글들은 '메인'에 많이 걸렸던 것 같은데 , 최근에는 쥐어짜듯이 쓰고, 조회수나 메인 욕심을 내기 시작하니 꾸밈이 들어가고,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글에서 보였다.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난 무척이나 아쉽다. 하지만 내가 내 책장에 꽂혀있는 작가들의 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작가로서 내 이름을 걸고 출판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현실만큼은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내가 쓰는 글이 조금 더 세련되고, 재미있어지고, 매끄러워지려면 아직은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8개월밖에 되지 않은 내 필력으로는 전문 작가나 출간 작가의 벽을 당장에는 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글 쓰기가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고,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기회를 엿보다 보면 나에게도 출간의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내년 8회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에는 차곡차곡 준비해서 좀 더 멋진 기획과 필력으로 출판사들 편집자들의 눈에 들 수 있게 '칼'을 갈아볼 생각이다. 


아쉽다. 아쉽다. 아니 아쉽지 않다. 나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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