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으려나?

김신회 작가의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를 읽고

by 추억바라기

' 덜컥 무기한 휴가가 주어졌지만 나는 쉬는 법을 몰랐다. 성과는 없어도 끊임없이 움직여대던 일 중독자였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데도 이러고 있는 내 모습에 죄책감과 자괴감이 느껴졌다. '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라는 실감이 들 때마다 어딘가에서 들은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쉬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무 죄책감 없이 쉬는 게 어려운 것이다.'


-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Prologue 중에서 -



오늘 글은 가벼운 에세이 한 권을 소개드리려고 해요. 전작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김신회 작가의 새 에세이예요. 책의 시작에서부터 작가는 책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제목으로, 프롤로그에서도, 책의 전체적인 느낌에서도 얘기를 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살고 있고, 쉬는 날에는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른다고 말이에요. 작가는 주변에 열심히 사는 사람밖에 없는데, 정작 자기 삶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고 얘기해요.

작가는 건강상의 이유로 일 년을 억지로 쉬는 동안 조금씩 쉬는 것에 익숙해졌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해요. 그러는 동안 깨달은 것이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라고 책에서는 말해요.

책의 목차는 네 개의 큰 주제로 나뉘어서, 각 주제별로 작은 소주제로 작가의 에피소드 위주의 일상들을 편안하게 쓰고 있어요.


#1 나를 돌보겠습니다.
#2 게으르게 산다는 건 멋진 일
#3 무턱대고 최선을 다하진 않겠습니다.
#4 그래도 나에겐 내가 있다

나는 역지사지가 별로다. 남들과는 다른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나와는 다른 누군가를 인정하기 위해 이제는 그런 사자성어 따위 버리고 싶다. 대신 ' 나는 당신이 아니랍니다'라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사람 사이에서 노력과 이해보다는 인정 또는 수용이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서 이제는 다르게 말하고 싶다.


'내가 너라면 그렇게 안 했을 텐데' 대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만약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아' 대신

'너 내키는 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내 입장이라면 그걸 선택하겠어' 대신

'마음 가는 대로 해. 결정은 네가 하는 거야.'


- 중략 -


세상에서 가장 나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은 나다. 그 마음은 내가 나한테 품는 것만으로 족하다. 그러니 이제는 누가 나에게 간섭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저 이 말을 떠올린다.


'나는 당신이 아니랍니다.'


-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19~21페이지)' 중에서 -


누구나 역지사지를 얘기할 때, 작가는 상대방이 아닌 나를 아끼라고 얘기해요. 다른 누구보다 나를 아끼고, 나를 사랑할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자식을 키우는 부모 맘으로 늘 아이들에게 얘기하는 자존감. 정작 나 스스로에게도 해야 할 말임을 잊고 사네요.

많은 책들에서 같은 얘기들을 하지만 마음에 편하게 와 닿는 책이 에세이인 것 같아요. 교과서 같은 자기 계발서에서 백번 읽는 글보다는 편하게 읽는 일상의 에세이에서 던져지는 작은 파장이 여운으로 오래오래 남는 것 같아요.


"나는 당신이 아니랍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그 상처를 둘러싼 내 감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어떠한 판단과 행동도 필요 없이 느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안에 머물면 된다. 모든 감정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영원히 지속되는 감정은 없다. 그때그때 적절히 느끼고 귀 기울여주지 않은 감정들만이 우리 안에 머물며 툭하면 덧나는 상처로 남을 뿐이다.


-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222페이지)' 중에서 -



내 안에서 묵은 감정들은 두게 되면 점점 상처가 되고, 이런 상처를 계속 두게 되면 곪게 돼요.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고 여겼던 일들이 나중에는 자기만의 '스위치'가 되어 누르기만 하면 분노하고, 짜증 내고 그리고 폭발하게 돼요. 이런 감정들의 폭발로 인해 자기 스스로도 괴롭힘을 당하고, 다치게 되지만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도 다치게 돼요.


감정을 시의적절하게 느끼지 못하면 그 감정은 우리 안에 계속해서 나쁜 노폐물처럼 쌓여가고, 빠져나가지 못한 이런 감정은 차곡차곡 몸과 마음에 쌓여가게 돼요. 실제 노폐물을 만든 사건은 시간이 지나가면 잊히겠지만, 그 감정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머물러 있어요. 하여 작가는 이 글에서 감정이 생겨나는 즉시 그 감정을 허락하고 마음껏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해요.




우리의 감정이 마치 세금 고지서와 같다고 생각하라.

세금을 내기 싫어 아무리 미루어봤자 우리는 결국 세금을 내야 한다.

안드레이스 크누프 『내 감정이 버거운 나에게』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220페이지)' 중에서 -

" 감정은 느끼는 것,

상처는 드러내는 것 "


내 신체와 정신 건강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할 한 마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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