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Bear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상기형이 고도를 높여야 해서 힘들거라 했는데 역시나 힘들었다. 다리에 신경을 계속 쓰면서 걸어야 했기에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줄인다고 줄인 배낭 안의 짐도 여전히 무거워 배낭이 무게를 못 버티는 것 같았다. 배낭이 무게를 못 버티니 고스란히 어깨로 부담이 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1박 2일 정도 다닐 때야 아무렇게나 다녀도 크게 상관없었지만, 여기서는 내가 결정한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다 결과로써 책임을 묻고 있었다.
트레일로 돌아온 후 첫날은 크게 무리가 없었지만, 어제는 고도를 높인다고 오르막을 오르고 오늘은 온종일 내리막 길을 걸었더니 오른쪽 무릎에 조금씩 무리가 오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배낭을 내리고 곡물로 만들어진 에너지바를 하나 꺼내 물었다. 꿀이 들어 있어서인지 텁텁하지 않고 먹을만했다. 이 작은 바 하나가 약 250kcal 정도를 공급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평소에는 쳐다도 안보는 것들인데, 이 길에서는 모든 게 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은 것 하나에서도 고마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고마운 일이다.
고도가 높고 날씨까지 흐려서 그런지 몹시 춥게 느껴졌다. 아니 추웠다. 아무래도 늘 더운 곳에서만 걷다가 갑자기 추위를 느끼게 되니 그 느낌이 배가 되는 거 같다. 패딩을 입어도 추위는 느껴졌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는지 나무 그루터기에서 모닥불을 지핀 흔적이 남아있었다. 아마도 이 곳에서 캠프를 하던 친구들이 예상하지 못한 추위에 몸을 녹이기 위해 불의 힘을 빌렸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캠프하기 딱 좋은 곳이네.
원래 예정대로라면 Big Bear는 그냥 지나쳐야만 했지만, 무리하는 것 보다는 몸이 적응하기 전까진 천천히 움직이는 게 나을 거 같아 하루 들렀다 가기로 했다. 식량은 충분했기에 보급을 할 필요는 없었고 그냥 이 곳의 문화를 즐기기 위해 마을을 둘러보기로...
다시 길을 나서는데 얼마 가지 않아 하이커들을 위한 트레일 매직이 정말 마법처럼 짠 하고 나왔다. 큰 철제 캐비닛이 있었고 그 옆엔 낡은 소파가 놓여 있었는데, 아마도 배고프고 목마른 하이커들을 위해 잠시 쉬면서 과일과 음료를 마시라고 이렇게 만들어 놓은 듯했다. 철제 캐비닛 안에는 과일과 소다, 과자들 그리고 서로 필요한걸 나눠 쓸 수 있는 작은 하이커 박스가 놓여 있었다. 마을에 대한 정보, 방명록도 있어 누가 먼저 이 곳을 지나갔는지 확인도 할 수 있었다. 먹을게 많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하이커들은 자기 몫으로 꼭 하나씩만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자신 이외의 다른 하이커들도 누려야 할 트레일 매직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 1 mile 정도를 더 걸은 후 유진이라는 한국계 미국인 하이커를 만났다. 유진과는 앞전 조드와 함께 Lake morena를 벗어나 처음 캠프한 곳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한국말을 배우고 있지만, 내 영어보다 못한 실력이었기에 영어로만 대화를 했다. 유진의 말로는 이 곳 Big Bear에 Papa smurf라는 유명한 트레일 에인절이 살고 있다고 했다. 자기는 거기서 하루 묵고 가기로 했으며 나 보고도 같이 가자고 권했는데, 마침 잘됐다 생각하고는 흔쾌히 동행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PCT에서 유명한 트레일 에인절의 하우스가 몇 군데 있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Casa De Luna나 오레곤의 Pipe`s mom, 워싱턴주의 Hiker Heaven 등.. 그런데 Papa smurf는 처음 들어본 거 같았다. 그만큼 내가 가진 정보가 빈약하다는 것인데, 그래도 걱정할 게 하나 없는 게 어느 마을이든 트레일 엔인절이 있는 곳은 마을 어귀쯤에 아까 만난 트레일 매직처럼 팻말이나 표지판으로 연락처까지 다 알려주기 때문이다. Papa smurf House에 대한 정보도 Big Bear에 가까워지니, 머물기를 희망하는 하이커들은 연락하라는 안내문이 길가에 널려있었다.
이미 유진이 연락을 취했었는지, 우리가 도로로 나오니 얼마 되지 않아한 차량이 우리 앞에서 섰다. 배가 뿔룩하고 인상 좋게 보이는 할아버지가 차에서 내리며 우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우리 집에 올 친구들이 자네들이야? 더 올 사람 있어?"
Papa smurf 였다. 앞 선 하이커들은 있었지만 그들은 그들의 일정대로 먼저 떠났고, 우리 뒤에 따라오는 하이커들이 있는지는 몰랐기에 없다고 대답하고는 차를 타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얼마 가지 않아 어느 한적한 마을의 주택가로 들어섰고, 마당에 큰 비닐하우스가 있는 집 앞에서 차가 세워졌다.
PCT를 시작하고 처음 접하는 트레일 에인절 하우스. 이미 먼저 와서 쉬고 있는 하이커들이 여럿 있었고, 나는 머쓱한 채로 일단 집 밖에 짐을 풀고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나눴다. 비닐하우스는 하이커들이 많이 올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야외 숙소였고, 대부분의 하이커들은 짐만 밖에 두고 집 안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서로 대화를 나누며 쉬고 있었다.
대부분의 에인절 하우스는 그곳을 방문하는 하이커들의 기부를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하는데 기부만으로 그 노고를 대신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트레일 에인절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트레일과 하이커들에 대한 애정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고, 이 곳을 경험하게 되면 그 애정이 얼마나 헌신적인가를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정해진 건 없지만 하이커들은 보통 하룻밤 묵고 가는데 20 ~ 30 달러 정도를 기부한다. 물론 이보다 많이 내는 사람도 있고 적게 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하이커들이 최소 이 정도는 기부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하이커들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고, 인근 게스트하우스나 모텔을 이용하는 금액에 비해 아주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음식까지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배고픈 하이커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를 바가 없는 곳이었다.
이 곳에서 하루만 묵고 가기로 하고 어색한 기분을 풀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하이커들과 섞이기 시작했다. 약 10명 정도의 하이커들이 머물고 있었고, 나와 같이 온 유진은 친구와 연락이 되었는지 친구가 데리러 오기로 해서 바로 떠난다고 했다.
작은 체구지만 훌륭한 기타 솜씨의 '정글짐'
일본에서 온 여성 하이커 '미키마우스'
음악을 공부하고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통해 감정을 컨트롤한다는 잘생긴 '울프'
온몸에 문신이 있고 매력적인 금니를 자랑하는 '죠스'와 그의 친구 '킹 투'
말은 많지만 나름 수학교사인 '택시'
어리지만 강인해 보이는 아가씨 '문 번(Moon Burn)'
찰리라는 개와 함께 하이킹을 하고 있는 '유니콘'
여기서 머문지 꽤 오래되었다는 '빅보이'
너무나 부러웠던 '리버 젤리' 커플
한 곳에 모여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즐기고 있으니, 이게 내가 바랬던 여행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이들과 같은 시공간을 나누고 있으니 느낌도 새롭고 배울 점도 많았다. 특히나 이들의 자유스러운 토론 문화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그 분위기에 파 묻히게 만들었다.
누군가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면 하나 둘 모여들어 그 주제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얘기한다. 반대의견이 내더라도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는다. 내용을 다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그 분위기만 보더라도 이런 문화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닌 건 분명했다. 어려서부터 받은 정규 교육에서 비롯된 성숙된 토론 문화,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과는 차별된 교육 방식이 아마도 이런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어디서든 만들어 낼 수 있는 거 같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었을 때, 누구 하나 질문을 하지 않아 중국기자가 대신 질문을 했던 상황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인 것 같다.
한동안 얘기를 나누다 저녁을 위해 자리를 정리했다. 저녁 메뉴는 멕시칸 푸드. 다 함께 먹을 저녁 요리를 위해 역할을 나누어 재료를 다듬고, 주방 한편에서는 정글짐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음악,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분위기에 내 마음은 이미 배가 불렀다.
다음날 아침, 다시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설까 하다 이 곳에서 하루 더 묵기로 했다. 사람들도 좋았고 서두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도 하루 더 지낼 거라는데 알고 보니 '매드 맥스'가 개봉했다고 극장에 갈거라 한다. '와우! 매드 맥스라니!' 어렸을 때 봤던 멜 깁슨의 매드 맥스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괜스레 나도 흥분이 되어 함께하기로 의기투합하고 하이파이브를 외쳤다.
커피를 한잔하고 거실로 나오는데 울프가 PC 앞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었다. 뭘 보고 있나 싶어 유심히 보니 웬 한국 자막이 나오는 거 아닌가? 보고 있던 영화는 킹스맨이라는 영화였는데 미국 친구가 보고 있는 화면에서 한국 자막이 섞여 나오고 있으니 아이러니했다. 역시 대한민국은 위대하다.
다 같이 모여 아침부터 맥주 한잔 하면서 영화를 보다 11시가 넘어 Papa smurf의 아들인 조시가 사 온 도넛과 함께 햄버거를 만들어 먹었다. 오늘 집에 온 하이커들도 있었는데 이 친구들과 인사 나누다 보니, 그중 노매드란 친구가 한국에서 3년 반 동안 영어를 가르쳤다면서 한국의 문화와 김치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리고 불닭이 너무 좋다는 말까지..
햄버거를 먹으며 갑자기 이야기 주제가 한국과 일본의 관계로 바뀌었다. 이곳에 함께 머무르고 있는 일본인인 미키마우스와 나, 두나라에서 온 사람이 한 테이블에서 얘기하는 게 처음이라고 Papa smurf가 운을 띄었다. 나는 괜한 감정적인 문제를 일으키기가 싫고 영어가 짧아 역사 문제만 명확히 인정하면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악감정이 없다며 더 진지하게 얘기하진 못했지만, 이 상황이 그들한테는 특별한 듯 보였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대학 졸업 후에 영어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어 분위기를 잘 모르고, 짧지만 지금까지 겪어 본 바로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고 친해지는 것은 결국은 자신감의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부터 시작된 정규 교육으로 배운 영어가 왜 소용없는지는 본인 스스로가 '난 영어를 못해'라고 단정 지어서 일수도 있고, 말하기 전 문법에 맞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생각하다 보면 식은땀도 흐르고 대화의 타이밍도 놓치게 되는 게 다반사이다.
걱정 말아요 그대
나도 매번 '미안한데 내 영어가 짧아서..'라고 말문을 트지만, 그럴 때마다 네 영어는 내 한국어 수준보다 좋아 그러니 부끄러워하지 마! 라고 한다. 그러고 나면 대화가 부드러워진다. 왜냐면 이들이 내 수준에 맞춰주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제점 중의 하나가, 자기의 본모습보다 다른 사람에 비칠 자기 모습에 대해 먼저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인이 아닌 동양인이 영어를 잘 못하는 건 당연한 건데, 그걸 왜 내가 부끄러워하고 고민했던 건지,.. 아무튼 중학교 수준의 서바이벌 영어로도 잘 버텨내고 있다. 아니 버티는 게 아니라 즐기고 있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래도 이 얘긴 한다. '얘들아.. 내가 영어를 좀만 더 잘했어도 더 재미있을 건데..'
그렇다고 무조건 겁을 먹고 너무 앞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난생처음 미국 극장에서 자막도 없는 영화를 보고 돌아와서는 내일 출발을 위해 미리 해둔 빨래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나름 자막 없이도 볼만했고, 그렇다고 다 이해했다는 건 아니다, 샤를리즈 테론의 까까머리도 인상적이었다. 중학생 남자 머리를 하고도 어떻게 그리 섹시하게 보일 수 있는지...
짐을 정리하다 옆에 있는 택시나 울프의 짐을 보면서 잠깐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장비는 오래전부터 써왔는지 옷에는 여기저기 리페어 패치가 붙어있었고, 배낭에도 덕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락앤락 통이라든지 집에서 흔히 쓰던 물건들도 제법 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이라 본인의 사용목적에만 맞으면 상황에 맞추어 DIY 해서 사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매번 어디든 집을 나설 때마다 느끼는 게 많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하고 있는 이 아웃도어 라이프에 대해서도 좀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장비는 도구일 뿐이라는 거다.
내가 진정 즐기려는 것에 대한 본질만 꿰뚫고 있다면, 꼭 남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나 값비싼 제품을 찾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으면서도 꼭 겪어 봐야만 느끼게 되는 문제. 이걸 깨우치는데 돈이 많이 드는 것 역시 문제다. 물론 비싸지만 꼭 필요해서 구입해야 하는 장비들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백패킹이나 캠핑을 하는데 그런 비싼 장비들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또 장비의 경량화가 요새 우리나라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데, 경량의 본질에 대한 해석에도 차이가 있는 거 같다. 우리는 보통 경량화라 하면 먼저 가벼운 장비를 구입하려 한다.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것 보다 더 가벼운 걸 찾으려 애를 쓰는 것이다. 반면에 이들은 가벼운 장비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전체 짐의 무게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꼭 필요한 것만 챙겨서 전체 무게를 가볍게 하지, 경량을 위해 돈을 투자해서 더 가벼운 장비만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 물론 가벼운 제품을 찾기도 한다. 본인한테 없어서 새로 사야 하는 장비라면 말이다.
그래서인지 간혹 보면 경량 배낭도 샀고, 가볍게 나온 제품들을 비싸게 구입해서 짐을 꾸리는데도 배낭 무게가 무겁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량이 트렌드라 하고는 싶은데 욕심을 못 버려 챙겨야 할 장비의 가짓수는 그대로라 무겁다는 것이다. 경량 배낭은 자체 무게가 가벼운 만큼 견딜 수 있는 내 하중이 정해져 있다. 그 하중을 넘어서게 되면 고스란히 어깨로 무게를 견뎌 내야만 한다. 나 역시 이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약 5~7L의 물과 3~4kg의 식량, 줄인다고 줄였지만 7kg 정도 되는 기본 짐의 무게까지, 최대 18kg 정도의 무게를 경량 배낭으로 견디려 하니 어깨가 아플 수밖에 없다. 이것은 배낭의 문제가 아닌 내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량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맹목적 추종이 낳은 그릇된 결과가 본인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이 아닌 해당 제품의 브랜드에 대한 악감정으로 잘못 표출될 수 있다.
모든 선택에 대한 결과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 곳에서의 마지막 밤은 다 같이 둘러앉아 스파게티를 먹으며 맥주와 함께 Papa smurf가 틀어준 '백 투 더 퓨처'를 보며 마무리했다. 같이 지낸 시간이 이틀밖에 안되지만 어느덧 가족같이 느껴졌던 이 친구들과의 작별을 생각을 하니 아쉽기도 했다.
PCT는 외길이라 다시 못 볼 것도 아니지만 그만큼 정이 들은 것 같았다.
날이 밝고 아침의 여유로움을 커피와 함께 느끼면서 울프와 트레일 복귀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데 고맙게도 Papa smurf가 트레일 시작점까지 배웅을 해주기로 했다. 오전 10시 경에 나와 울프, 문번과 유니콘이 함께 출발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각자의 배낭을 점검하는데 택시가 집을 배경으로 다 같이 단체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게 나뿐만은 아닌 것이었다.
지난 이틀간 머물었던 Papa smurf House에서의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것을 느끼고 또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Papa smurf와 친구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악수와 포옹을 하고 트레일로 복귀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또 어떤 모험이 이 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모험을 기대하며 다시 흙내음 풍기는 트레일 앞에 다다르자마자, 불지 않는 바람이 내 뺨을 스칠 정도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