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y~ Tony!!"
호수 근처에 다 와서 먼저 와 있는 다른 하이커들에게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주변을 둘러보며 마치 잃어버린 이산가족이라도 찾는 것처럼 Tony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호수 근처에 그리 많지 않은 하이커들이 모여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Tony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최대한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호숫가 우측 나무와 바위들이 많은 곳에 Tony의 텐트가 외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K! 왔구나. Sketch도 같이 왔어?"
텐트 출입구 지퍼가 조금 열리더니 얼굴만 쏙 내민 Tony가 물었다. 반가움에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고 체온이 이미 떨어져 추위를 상당히 느끼고 있었기에 Sketch는 곧 도착할 거란 말만 하고 서둘러 텐트부터 치기 시작했다. 함께 트레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잠깐 만나 그냥 동행하기로 한 것 밖에 없는데, 하루 떨어져 있었다고 이렇게 Tony가 반가울 줄이야.. 그간 나도 어지간히 외로웠었나 보다. 숙영지를 구축하고 몸을 녹이기 위해 텐트 안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데 Sketch가 도착했다. 역시나 비에 젖은 생쥐꼴로 덜덜 떨면서 도착한 Sketch는 비에 젖은 바위에 걸터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 죽겠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랑은 쉬운 단어로만 짧은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던 Tony도 유창한 일본어로 Sketch와 오랫동안 대화를 했다. 그도 나처럼 얼마나 답답했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이서만 얘기하는 게 미안했는지 뭔가 재미있었던 사연을 얘기할 때는 Sketch가 대화 내용을 전달 해 주기도 했다.
내리는 비 때문에 셋이 모여 앉아 저녁을 함께 할 순 없었지만, 각자의 텐트 안에서 따뜻한 저녁을 먹으며 정말 쉬운 서바이벌 잉글리시로 깔깔거렸던 그때의 순간이 사진을 보고 있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새벽까지 비가 계속 왔지만, 다행히 눈을 뜬 아침에는 해가 쨍쨍했다.
오늘은 원래 PCT에는 포함되지 않는 'Mt. Whitney'를 오르기 위한 사이드 트레일을 진행할 거라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16mi 진행한 지점에 있는 'Crabtree Ranger Station' 인근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예정이라 서두를 필요가 없었기에 젖은 텐트와 장비들을 다 말리고 출발하기로 했다. 느긋하게 아침식사 후 커피까지 한잔하고 난 뒤, 빠릿한Tony가 가장 먼저 출발하고 Sketch와 나는 9시가 넘은 시간에야 자리를 정리했다. Tony가 우리보다 걸음이 빠른 건지, 우리가 게으른 건지 늘 Sketch랑만 다니게 되었는데 덕분에 Sketch가 스케치하는 것도 보고 사진도 찍으며 아름다운 Sierra의 자연을 음미할 수도 있었다.
오늘도 역시 쉬엄쉬엄 걸으며 물이 있는 곳을 찾아 늦은 점심을 먹는데 고향이 스코틀랜드인 Toast를 만나게 되었다. 2년 전에 미국으로 와 'Oregon'에서 살았다는데, 'Oregon'이 그렇게 살기가 좋다며 점심 먹는 내내 자랑을 했다. 고향인 스코틀랜드보다 훨씬 더 좋다는데, 아마도 점심을 먹고 난 뒤 피우던 마리화나가 합법인 곳이라 그런 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Oregon'이나 'Washington'주에서 왔다는 친구들은 대부분 마리화나를 즐겼다. 당연히 'California'에서는 마리화나가 불법이지만 이 친구들은 그런 거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나한테 담배는 몸에 안 좋으니 끊으라고 할 때는 '이건 뭐야'라는 표정을 지어주기도 했다. 'Toast'는 4월 18일부터 트레일을 시작했다는데, 내가 중간중간 10일 넘게 휴가를 다녀온 걸 감안하면 이 친구도 참 쉬엄쉬엄 걸었나 보다.
배도 부르고 살방살방 걷다 보니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부슬부슬도 아니고 보슬보슬 내리기에 개의치 않고 그냥 걸었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난 뒤 Sketch가 'Mt. Whitney'를 오른 뒤 'Lone pine'을 들릴 건데 같이 갈 거냐고 물었다. 원래 목적지였던 'Mommoth lake'까지 140mi. 식량은 충분했기에 굳이 들릴 필요가 없었지만, 즐기려고 온 곳에 시간에 쫓기고 싶지도 않았고 가능한 많은 걸 보고 즐기고 싶었기에 함께 하자고 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했던가? 내리는 보슬비를 만만하게 봤는지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에는 옷이랑 배낭이 다 젖어 있었다. 역시 산에서는 배고프기 전에 먹고, 춥기 전에 옷을 입고, 비가 오려고 하면 바로 우천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진리인데 그걸 귀찮다고 우의를 꺼내 입지 않아 홀딱 젖은 내 모습을 보니, '아.. 난 한참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어제와 같이 비에 젖은 생쥐꼴로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걸.. 여름이 다 되어가는 시기인데 여기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신기하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지만, 고도가 높으니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하고는 젖은 몸을 녹이고 싶어 텐트 칠 자리를 찾았다.
개울을 건너자마자 보이는 곳에 역시나 Tony의 텐트가 보여 그 옆에 텐트를 치고는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Tony 말로는 이 곳 레인저가 내일 비는 안 올지 몰라도 구름이 많아 정상에 오르더라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거라 말했다고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는 'Mt. Whitney'를 오를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는 내일 날씨를 봐야겠지만 만약 날씨가 좋지 않다면 그냥 제로데이를 가지고 다음날 오르기로 결정했다. 저녁 먹을 준비를 하려고 물을 뜨러 가는 길에 낯익은 텐트가 보여 가보니 NG였다. 이제 막 정상을 올랐다 내려왔다는 NG는 처음엔 날씨가 좋았는데 정상 오를 때쯤엔 비가 오더니 천둥번개에 안개까지 잔뜩 껴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충분히 그럴 만도 한 게 'Mt. Whitney'는 미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이고 4천 미터가 넘는 산이었기에, 정상에서 천둥번개라도 친다 하면 바로 눈 앞에서 번쩍번쩍했을 것이다. 또 오르는 길 중간중간 좁고 눈 때문에 미끄러운 구간도 있어 마이크로 스파이크가 필요할 거니 잘 준비하고 오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고마워 NG! 언제 다시 출발할 거야?"
"글쎄, 지금 당장은 배부르게 먹고 잠이나 푹 자고 싶어"
웃고는 있지만 많이 힘들어 보이는 NG에게 푹 쉬라는 말을 하고는 물을 떠 돌아왔다. 혹시나 해서 배낭을 뒤져보니 미리 챙겨 온 마이크로 스파이크가 다행히 제자리에 있었다.
"너만 믿는다.."
밤 사이 또 비가 왔는지 텐트 내외부의 온도 차이로 결로가 많이 맺혀 있었다.
느지막이 일어나 텐트사이트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산책을 하고는 돌아와 나무에 스트링을 매달고 침낭과 젖은 장비들을 말렸다. 해는 떠 있고 날씨가 흐렸다 개었다 반복했지만 여전히 'Mt. Whitney' 정상 부근에는 많은 구름이 껴 있었다. 오늘 정상을 오르기 위해 떠나는 하이커들도 많이 있었는데 우리는 하루 쉬고 내일 정상을 오르기로 했다.
처음으로 트레일에서 가지는 제로데이라 남은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내 비장의 무기라며 Sketch가 꺼내 든 낚싯줄로 재미 삼아 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낚싯대가 없었기에 지니고 있는 트레킹 폴 끝에 묶어서 간이 낚싯대를 만들었다. 설마 우리한테 낚일 눈먼 고기가 있을거냐며 재미로 해보자고 웃었지만, 내심 초심자의 운이 통해 월척을 낚아 저녁으로 생선구이를 맛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흐르는 개울이었고 깊지도 않아 물고기가 있기는 할까 생각했지만, 여기저기 크지는 않아도 빠르게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이 눈에 보였다. 과연 Sketch가 낚을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해 Tony와 아이스크림을 걸고 내기를 했다. 초심자의 운을 믿는 나는 한 마리는 잡을 것이다에 Tony는 절대 잡을 수 없다에 걸고 Sketch가 낚시하는 걸 지켜보았다.
생전 처음으로 트레킹 폴에 묶어서 하는 낚시가 어색했는지 시원찮은 폼으로 던졌다 들어 올렸다를 반복하다가, 이제야 감을 잡은 듯 자리를 옮겨 다시 낚싯대를 던졌다. 당연히 못 잡을 거라 생각한 Tony는 너무 애쓰지 마라 하고는 마실 물을 정수하면서 신경도 쓰질 않았다.
"어.. 어어.. 어어어어어!!!! 잡았어 잡았어!!!! 물고기야"
설마 설마 했는데, 트레킹 폴에 미끼 없는 낚시 바늘만 있는 엉성한 낚싯대로 정말 물고기를 낚아버렸다. 놀래서 Sketch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보니 진짜 손바닥만 한 물고기 한 마리가 낚여 있었다. 잡힌 물고기한테는 미안하지만, 우리 셋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무슨 경사라도 난 것처럼 좋아했다. 아직 덜 자란 물고기에게 다시는 우리 같은 초보한테 낚이지 마라며 개울에 풀어주고는 한참을 더 웃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낮에 출발한 하이커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출발할 때와는 다르게 녹초가 된 모습에 상황이 어땠는지를 물어보자, 정상 부근에 날씨가 좋지 않아 일찍 출발했던 하이커들은 정상까지 오르지도 못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늦게 출발한 하이커들은 정상까지 갈 순 있었지만 강한 바람과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못 보고 그냥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분하다는 표정으로 내일 다시 오르겠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역시 우리가 잘 판단한 거야! 하고는 속으로 웃었다.
남은 시간이 지겨워져 우리는 3mi정도 더 진행해 'Timberline lake'를 지나 나오는 Tentsite로 숙영지를 옮기기로 했다. 내일 좀 더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Tony는 그냥 이곳에 남고 내일 새벽에 출발할 거라 하길래 또 Sketch랑 나만 이동을 했다. 가는 길에 Skyline을 다시 만났다. 해맑게 웃는 이 친구. 요 전날의 일로 얄밉긴 했었지만 전형적인 미국인이었던 그를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다. 실용적이고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그들의 성향인 것을, 그들의 땅에서 내가 가진 잣대로 그들을 평가한다는 게 어불성설이었다. 역시나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못 보고 내려왔다면서 얼른 내려가 'Bishop'에서 한 이틀 정도 쉴 거라 하고는 작별을 했다.
어플의 지도상에 위치한 Tentsite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딱 텐트 두동 정도만 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다행히 우리말 고는 아무도 없었다. 텐트를 치고 나서 내일 산행을 위해 짐을 준비했다. 짐을 다 들고 오를 필요가 없었기에 배낭에서 헤드만 떼어 가지고 갈 생각이다. 짐이라고 해봐야 마실 물과 행동식, 마이크로 스파이크. 추울까 봐 다운재킷도 챙겼다. 내일은 안개가 좀 걷혀야 할 텐데..
우리는 장비와 하이킹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우리나라보다 울트라 라이트 백패킹 문화가 더 발전해 있는 일본에서 온 그들은 그에 대해 많은 지식이 있었고, 지금 이 트레일을 하면서 느끼는 부분과 좀 더 보완할 부분 그리고 우리와 다른 미국 하이커들의 백패킹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Yama Mountain Gear나 Locus Gear 같이 미국에서도 유명한 일본 브랜드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그런 마니아들을 위한 브랜드들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일본의 백패킹 문화와 시장이 부럽게도 느껴졌다. 3,000m가 넘는 산맥들이 많이 있고, 그곳에서 합법적으로 야영을 할 수 있는 그들의 문화를 부러워하면서, 우리도 언젠간 우리의 아름다운 백두대간을 합법적으로 야영을 하면서 종주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보았다. 'Lonepine'에 들리게 되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 봐야지.
너무 일찍 잠이 들어서인지 새벽 한 시경에 잠을 깨 두세 시간 동안 잠을 못 이뤘다.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인지 이른 새벽부터 오르는 하이커들의 소리도 들렸다. 그중에 Tony가 있었다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다시 눈을 뜨니 다섯 시가 넘은 시간, 침낭 안에서 능 기적 대다 일어나 옷을 입고 나오니 Sketch도 나와 있었다. 아침부터 라면으로 추운 몸을 녹이고는 어제 꾸려놓은 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물, 행동식, 마이크로 스파이크, 다운재킷, 장갑, 배변봉투.
'Mt. Whitney'에서는 자기가 눈 똥까지 챙겨 내려와야만 했다. 이 곳 규정이 그랬다. 자연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서 퍼밋을 받은 사람들만 오를 수가 있었고, 똥도 봉투에 누고 되가져 와야 했다. 국립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오르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며 오줌 누고 남긴 휴지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산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정해놓은 룰을 어기거나 따르지 않는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그 흔한 껌 종이도 지금껏 트레일에서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들의 환경을 대하는 태도나 문화는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는 길을 나섰다.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시작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는데, 산 정상에는 여전히 구름으로 가득했고 'Guitar lake'에 도착할 쯤에는 비까지 오기 시작했다. 큰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는 다운재킷을 꺼내 입었다. 조금 일찍 산행을 시작했기에 몸을 녹이면서 날씨를 지켜보기로 하고는 행동식으로 허기를 때우며 시간을 흘러 보냈다. Sketch는 그 와중에 스케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날씨는 점점 더 악화됐고, 구름이 더 몰려와 정상이 보이지도 않았다. 우리는 다시 텐트로 돌아가 상황을 지켜보고 기다리기로 했다.
사실 오르는 게 목적이었다면 그냥 오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단순하게 'Mt. Whitney' 정상에 오르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그곳에 올랐을 때만 볼 수 있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날씨에 올라가 봐야 보이는 건 안개뿐일 건데, 그건 그냥 '나 'Mt. Whitney' 올랐소~' 하는 것 밖에 안 되는 것이었기에 지금은 오르기가 싫었다.
단순히 어디를 갔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 가서 뭘 보고 뭘 느꼈는지가 이제는 더 중요했다.
내려오는 길에 Sketch에게 물었다.
"만약 계속 날씨가 이렇다면 넌 어쩔 거야?"
"글쎄.. 사실 난 다음에 다시 JMT를 할 거라 그때 올라도 상관은 없어. 그래서 크게 신경 쓰이지가 않아"
쿨하게 대답하는 Sketch 덕분에 마음이 놓였다. 괜히 나 때문에 오르고 싶은 걸 못 오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텐트로 복귀하는 길에 새벽에 올랐던 하이커들이 내려오는 걸 보고는 상황을 물어봤다. 옷이며 배낭이며 다 젖었고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기에 하는 얘기를 안 들어도 어떤 상황인지는 짐작이 갔지만, 어쨌든 정상을 밟고 온 그들을 향해 일단 물개 박수부터 치고 나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역시나 보이는 건 하나도 없고 강한 바람에 눈까지 와서 위험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Tony가 올라갔다는 얘기도 이 친구들을 통해 듣게 되었다.
한 무리의 하이커들이 이 와중에 정상을 향해 우리를 지나쳐 갔다. 좀 전에 들은 이야기를 전했지만, 날씨 따윈 상관없다고 하면서 인디언들처럼 소리를 지르며 뛰어가기까지 했다. AT(Apalanchia Trail)에서 만나 올해 PCT까지 함께 하게 되었다는 이 친구들은, 한 번의 장거리 트레일을 함께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걷는 것도, 노는 것도 손발이 척척 맞아 보였다. 바로 이 친구들이 일전 'Aqua dolce'에서 만나 나에게 마리화나를 건네었던 Jiny와 그 무리들이었다.
우리가 한라산을 오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이곳 미국인들에게도 미 본토 최고봉인 'Mt. Whitney'를 오른다는 것은 상징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냥 오르는 것 만으로,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좋은 그 무언가가..
의욕이 넘치는 그들을 손을 흔들며 보내고 나서 나는 Sketch를 바라보며 말했다.
"Sketch.. 우리도 오를 수 있겠지?"
< to be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