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환상, 색채의 언어로 그린 자화상
초록빛 얼굴의 사내가 거대한 동물과 눈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두 시선은 분홍빛 사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주변에는 러시아식 교회와 기울어진 집들, 거꾸로 선 바이올리니스트가 흩어져 있습니다. 1911년 파리에서 그려진 《나와 마을》은 샤갈의 첫 걸작입니다. 그는 낯선 도시의 다락방 창문 앞에서 붓을 들었지만, 그 위에 펼쳐진 것은 고향 비테프스크의 기억이었습니다.
파리의 공기와 고향의 흙냄새가 한 화면에서 충돌하며,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거대한 무대가 열렸습니다.
샤갈은 러시아 제국의 작은 마을 비테프스크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났습니다. 좁은 골목, 나무 지붕 위로 불던 바람, 염소와 함께한 일상은 그의 DNA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1910년, 그는 장학금을 받아 파리로 건너왔습니다. 파리의 몽파르나스에 있는 ‘라 뤼슈(La Ruche, 벌집)’라 불린 공동 아틀리에에서 그는 작은 방에 몸을 뉘고, 밤마다 캔버스를 붙잡았습니다.
그곳에서 피카소와 모딜리아니가 담배 연기를 뿜었고,
아폴리네르는 카페에서 시를 낭송했습니다.
샤갈은 들로네 부부에게서 오르피즘의 색채 실험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린 것은 늘 비테프스크의 회색 집과 공동체였습니다.
파리의 중심에서 그는 역설적으로 가장 사적인 장소를 되찾고 있었습니다.
왼쪽의 초록 얼굴은 화가 자신이고, 오른쪽의 산양은 어린 시절부터 늘 곁에 있던 마을의 동물입니다. 두 눈을 잇는 선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상징합니다.
동물의 뺨 속에 삽입된 작은 장면 — 여인이 엎드려 염소의 젖을 짜는 모습 — 은 기억 속 이야기의 이야기, 즉 기억의 중층 구조를 보여줍니다. 배경에는 러시아식 교회와 집, 거꾸로 선 바이올리니스트, 낫을 든 인물이 흘러갑니다.
음악과 노동, 종교와 공동체가 한 화면 위에서 공존하는 것입니다.
화면의 사선과 원형 분할은 입체주의의 흔적이지만,
샤갈은 차갑게 계산하지 않고 감정의 법칙에 따라 색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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