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그림으로 읽는 샤갈] 2편
창을 통한 파리

창문 앞에서 시작된 두 세계의 산책

by 이안

1. 서두 — 창가에 선 젊은 이방인


1913년 초, 스물여섯 살의 샤갈은 파리의 다락방 창가에 서 있었습니다. 창문을 열자 차가운 겨울 공기가 볼을 스쳤고, 저 멀리 에펠탑이 솟아 있었습니다. 센강은 은빛으로 반짝였고, 강 건너 불빛은 수평선처럼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여전히 러시아 비테프스크의
초라한 집과 좁은 골목길,
유대인 공동체의 풍경이 겹쳐 떠올랐습니다.


그는 붓을 들어 두 세계를 하나의 캔버스 위에 얹었습니다.


《창을 통한 파리》는 이방인인 젊은 화가가 파리에서 남긴 첫 고백이자,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낸 기록이었습니다.


2. 장소와 생애 맥락 — 몽파르나스 거리와 비테프스크의 그림자


이 시기 파리는 예술의 용광로였습니다. 몽파르나스 거리에는 모딜리아니가 취기에 시를 읊었고, 피카소는 입체주의의 새로운 도식을 들고 카페 ‘로통드’에서 논쟁을 벌였습니다. 시인 아폴리네르는 젊은 화가들의 친구이자 비평가로 활동하며 “색채에도 음악이 있다”는 오르피즘의 개념을 전파했습니다.


샤갈은 바로 이 환경 한가운데서 숨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디까지나 이방인이었습니다. 러시아 출신 유대인이라는 낙인, 언어의 장벽, 가난한 생활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낯섦은 오히려 풍요로운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는 연인 벨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파리의 불빛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그 불빛은 내 고향의 등잔불 같기도 하고,
동시에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의 불빛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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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상학적 분석 — 창, 경계이자 통로


화면 중앙의 창문은 그림을 두 구역으로 나눕니다. 창 밖에는 에펠탑과 센강, 도시의 풍경이 있고, 안쪽에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얼굴과 사물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창문은 경계처럼 보이지만, 샤갈의 붓질은 그 경계를 허물어뜨립니다. 파리의 하늘빛은 실내로 스며들고, 고향의 이미지들은 창밖 풍경과 어우러집니다. 이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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