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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X시저] 15편. 아리아스타크 : 시저

— 복수와 정치적 암살

by 이안

1. 도입 — 이름을 부르는 기억, 선택의 무게


《왕좌의 게임 속 아리아 스타크는
가장 어린 나이에 가장 많은 상실을 겪은 인물이다.


아버지 네드 스타크의 처형, ‘핏빛 결혼식’의 학살, 그리고 집을 잃은 유랑 속에서 아리아는 매일 밤 이름을 되뇌었다. “세르세이, 마운틴, 멜리사 안드르….” 그 이름들은 단순히 복수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의식이자 잃어버린 가족을 기억하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 그녀에게 결심은 무기였고, 의지는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는 또 다른 결단의 서사를 펼친다. 브루투스와 공화파 원로원 의원들은 시저의 권력이 곧 전제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로마를 위하여”라 외치며 과감한 선택을 했지만, 그 결과는 역설적이었다. 시저의 부재는 공화정을 지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전과 제국의 탄생을 불러온 씨앗이 되었다.


아리아와 브루투스, 한쪽은 개인적 복수, 다른 한쪽은 정치적 암살.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옳다고 믿은
정의의 이름을 마음에 새겼다는 점에서 겹쳐진다.


2. 브루투스 — 공화정을 위한 결단과 그 한계


브루투스는 시저의 제자이자 친구였다. 그러나 그는 우정을 넘어, 로마의 미래를 선택했다.


“시저를 사랑했지만, 로마를 더 사랑했다”는
그의 말은 스스로 내린 비극적 선언이었다.


그러나 그 결단은 기대와 달리 무너져 갔다. 안토니의 장례식 연설은 민중의 분노를 이끌어냈고, “브루투스는 고결한 사람이다”라는 반복은 조롱으로 변했다. 민중은 그를 고결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배신자로 기억했다.

셰익스피어는 이 장면을 통해 묻는다. 정


치적 결단은 언제 정의로 평가받고, 언제 무모한 실책으로 기록되는가?
브루투스의 이상은 아름다웠지만, 결과는 허무였다.

3. 아리아 — 복수의 명부에서 생존의 주체로


아리아의 복수는 훨씬 더 원초적이고 개인적이다.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죽음을 목격한 그녀는 매일 밤 이름을 되뇌며 다짐을 이어갔다. 그것은 복수의 명부였지만 동시에 자신이 살아 있다는 확인이었다. 브라보스에서 무명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을 때조차, 아리아는 끝내 이름을 버리지 않았다.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지켜내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걸어온 여정은 단순히 복수의 반복이 아니라,
정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녀의 결심은 결국 세계를 구하는 쪽으로 향했다. 밤의 왕을 무너뜨린 순간, 아리아의 행위는 더 이상 개인적 복수의 범주에 머물지 않았다. 그것은 인류 전체의 생존을 지켜낸 사건이었으며, 동시에 그녀가 증오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체성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4. 교차 — 정의와 허무, 개인과 공동체


두 인물의 교차점은 명확하다. 둘 다 정의의 이름을 내세우며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서로 달랐다.


첫째, 브루투스의 결단은 공화정을 지키려 했으나, 오히려 로마를 더 큰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그의 정의는 이상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허무로 끝났다.


둘째, 아리아의 결심은 복수를 향했으나, 그것은 세계를 구하는 계기로 확장되었다. 개인적 복수는 공동체적 구원으로 변환되었다.


셰익스피어와《왕좌의 게임》은 이렇게 서로를 비추며 말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내리는 결단은 언제나 양면성을 지닌다.
그것이 구원일지, 허무일지는 결코 미리 알 수 없다.


5. 상상 대화 — 아리아와 브루투스


(무대 위, 희미한 빛 속에 두 인물이 마주 선다. 한쪽은 칼 없는 손을 움켜쥔 브루투스, 다른 한쪽은 이름을 속삭이듯 붙잡고 선 아리아.)


브루투스:
나는 로마의 자유를 위해 우정을 끊었다. 시저는 나의 친구였으나, 그의 권력은 공화정을 파괴할 불씨였다. 나는 그를 사랑했지만, 로마를 더 사랑했다.

아리아:
나는 가족의 이름을 잃지 않기 위해 살아남았다. 복수의 명부가 내 밤을 지탱했지. 하지만 때로는 묻는다. 내가 붙든 것이 사랑인가, 아니면 끝없는 분노인가?

브루투스:
분노는 인간을 눈멀게 한다. 나의 결단은 이상을 향했으나, 역사는 나를 배신자라 불렀다. 정의라 믿은 손길이 로마를 무너뜨린 것이다.

아리아:
이상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었다. 나는 이름을 되뇌며 살아남았다. 이름을 버리는 순간, 나 자신도 사라질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그 집착이 나를 자유롭게 한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다.

브루투스:
나는 친구를 잃었고, 그 무게가 우리를 같은 자리에 세운 듯하다. 정녕 정의란 허무로 향하는 길뿐인가?

아리아:
정의도 허무도 결국은 우리가 붙인 이름일 뿐이다. 다만 나는 증오를 뚫고 살아남았고, 너는 이상 속에서 무너졌다.

브루투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이름의 죄인일지도 모른다.

아리아:
아니, 이름은 족쇄이자 동시에 출구다. 우리가 어떻게 붙드는가에 따라, 그것은 파멸이 되기도 하고, 다시 태어남이 되기도 한다.


(두 사람, 잠시 침묵. 무대 위에 서로 다른 그림자가 겹쳐지고, 희미한 빛 속에서 사라진다.)


6.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1) 복수는 정의인가, 집착인가?

아리아의 결심과 브루투스의 결단은 모두 ‘옳음’을 내세웠으나, 한쪽은 구원으로, 다른 한쪽은 허무로 끝났다.


2) 정치적 결단은 공동체를 지킬 수 있는가?

역사는 암살이나 급진적 결단이 종종 혁명이 아니라 내전의 시작이었음을 보여준다.


3) 우리는 어떤 이름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가?

그 이름은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가, 아니면 끝내 우리를 무너뜨리는가?


7. 여운의 문장


복수와 정의의 이름은 인간을 증명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8. 마지막 질문


아리아와 브루투스는 함께 말한다.

정의의 선택은 언제나 무게를 지닌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결단은,
누구를 지키고 누구를 무너뜨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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