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건축의 인문학] 10편. 치첸이트사

— 태양과 뱀, 우주를 새긴 피라미드

by 이안

서두 — 현장 묘사와 문제 제기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정글 속, 빽빽한 나무 사이로
거대한 석조 계단식 피라미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을 향해 곧게 솟은 이 구조물은
마치 태양과 대화를 나누려는 거대한 신전 같다.


현지인들은 이를 엘 카스티요(El Castillo)라 부르지만, 본래 이름은 쿠쿨칸 신전이다. 봄과 가을의 춘분과 추분, 석양이 지는 순간, 계단의 그림자가 뱀처럼 흘러내려가 피라미드 기단에 새겨진 석상의 머리와 맞닿는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외친다.

“신이 내려온다!”


이 장관 앞에서 누구라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어떻게 우주와 건축을 이렇게 정교하게 맞출 수 있었을까?”


스크린샷 2025-09-23 063319.png

① 치첸이트사 전경 (엘 카스티요 피라미드 중심)


역사적 배경 — 마야 문명의 황혼과 부흥


치첸이트사는 9세기 무렵 쇠퇴해 가던 고전 마야 문명의 공백을 메우며 다시금 중심지로 부상했다. 유카탄의 마야인들은 이곳을 정치·종교·상업의 중심지로 삼아 수세기 동안 번영을 이어갔다. 특히 톨텍족과의 접촉으로 전사의 신전, 구기 경기장 같은 새로운 양식이 들어섰다.


치첸이트사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멕시코 전역의 문명과 문화가 교차하는 융합의 무대였다. 그러나 13세기 이후 내전과 기후 변화, 교역로 이동으로 쇠퇴했고, 정글 속에 묻혀버렸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웅장한 폐허는 사라진 제국의 흔적이자,
동시에 마야 문명의 황혼이 빚어낸 최후의 걸작이다.


스크린샷 2025-09-23 063335.png

② 전사의 신전과 구기 경기장 :

이 사진은 멕시코 치첸이트사 유적지의 구기 경기장(Ball Court, Gran Juego de Pelota)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보존 상태가 좋은 마야 구기 경기장으로, 길이 약 168m, 폭 70m에 달합니다. 벽 양쪽에 보이는 돌로 된 원형 고리(사진 왼편 상단)가 바로 경기의 골대였지요. 선수들은 고무공을 허리나 엉덩이만을 사용해 이 고리를 통과시켜야 했다고 전해집니다.

사진 중앙 뒤쪽에 보이는 건축물은 북쪽 신전(Temple of the Bearded Man, 또는 작은 신전)”으로 불리는 작은 신전입니다. 벽에는 전사와 신의 부조가 남아 있어, 경기와 종교의식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전) 서울 MBC 라디오 PD.

64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33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9화[세계 건축의 인문학] 9편. 톨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