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그림으로 읽는 모딜리아니] 2편. 잔의 초상

사랑과 죽음, 두 얼굴의 운명

by 이안

1. 서두 — 한 장의 초상 앞에서


구라시키의 오하라 미술관. 햇살이 흘러드는 전시장 한쪽에, 노란 스웨터를 입고 앉아 있는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긴 목과 깊은 눈매로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1919년, 모딜리아니가 마지막으로 그린 연인 잔 에뷔테른의 초상. 그림 앞에 서면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라, 비극과 사랑, 그리고 예술의 농도가 한순간에 밀려옵니다.


어째서 모딜리아니는 여인의 얼굴을
이토록 단순하고 고요하게, 그러나 차가운 침묵으로 남겼을까요?


그 질문이 관람자의 가슴에 울림을 남깁니다.


2. 삶과 사랑의 맥락 — 잔 에뷔테른의 존재


잔은 모딜리아니보다 14살 어린 미술학도였고, 그의 마지막 3년을 함께한 연인이자 뮤즈였습니다. 두 사람은 가난했고, 병마와 싸워야 했으며, 세상과도 늘 불화했습니다. 그러나 모딜리아니의 화폭에서 잔은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정한 세계를 지탱해 주는 유일한 등불처럼 등장합니다.


이처럼 사랑은 그에게 예술의 마지막 원천이었고,
동시에 잔은 삶의 끝을 동반한 존재로서 그림 속에 기록되었습니다.


스크린샷 2025-09-28 221126.png


3. 도상학적 분석 — 고개 숙인 여인의 시선


잔의 초상 속 여인은 정면을 보지 않습니다. 눈동자는 비워져 있거나, 푸른빛으로 막 덮여 있습니다. 마치 영혼의 문이 닫혀 있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세계와의 직접적 충돌을 피하는 듯합니다.


이는 모딜리아니 특유의 양식,
즉 아프리카 조각에서 영감을 받은 긴 얼굴,
부드럽게 늘어난 목선,
그리고 눈동자가 없는 초상화 양식이 잘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그는 왜 인물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고,
비워진 눈을 통해 관객에게 상상하도록 열어두었을까요?


이는 인간 존재가 가진 내면의 불가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방식이었습니다.


4. 색채와 감정 — 노란 스웨터의 울림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전) 서울 MBC 라디오 PD.

64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33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1화[10개의 그림으로 읽는 모딜리아니] 1편. 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