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얼굴, 미래를 비추는 거울
카뉴쓔르메르의 언덕을 오르면 바닷바람이 소금 냄새를 싣고 골목을 지나옵니다. 겨울 햇살은 유리처럼 맑고, 집들의 벽은 분필가루 같은 청록으로 빛납니다. 그 빛 속에서 한 소년이 의자 등받이에 살짝 기대앉아 있습니다. 모딜리아니가 1918년 말에서 1919년 초, 남프랑스 요양 시기에 그린 소년 초상입니다.
그림에는 “Cagnes(카뉴)”라는 지명이 적혀 있어 장소가 증언됩니다. 소년은 턱을 손바닥에 괴고,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우리를 바라봅니다. 비어 있는 눈, 길게 늘어난 얼굴, 넓은 어깨선. 첫눈에는 단순하지만 오래 볼수록 심장이 천천히 가라앉는 듯한 정적이 깃듭니다.
전쟁과 스페인 독감, 가난과 병이 파리 화단을 짓눌렀던 시기, 딜러 즈보로프스키의 권유로 모딜리아니는 니스와 카뉴로 내려왔습니다. 이곳에는 르누아르의 노년 작업실 ‘레 콜레트’가 있었고, 바닷빛과 햇살, 저렴한 숙소가 있었습니다. 결핵으로 쇠약했던 그는 잔 에뷔테른과 함께 남쪽 겨울을 버텼고, 주로 아이들과 이웃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직업 모델을 구하기 힘들었던 사정과, 아이들이 가진 고요한 집중력이 그의 붓끝을 끌어당겼기 때문입니다.
카뉴의 ‘청록’은 단지 배경색이 아니라,
모딜리아니가 몸을 의탁하던 남쪽의 공기 그 자체였습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청색 재킷을 입은 소년》(Boy in a Blue Jacket) Cagnes) / Amedeo Modigliani, / 1918–1919 / 캔버스에 유채, 92 × 60 cm /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 소장
소년의 포즈는 단순합니다.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왼팔은 힘없이 내려놓았습니다. 이 작은 제스처가 화면의 정서를 결정합니다. 몸은 의자와 테이블이 이루는 두 개의 굵은 대각선 사이에 놓여 안정되고, 굽은 목선은 관객의 시선을 얼굴로 이끕니다. 눈동자는 채워지지 않고 가늘게 닫혀 있습니다.
모딜리아니는 자주 눈을 비워두거나 한쪽만 채웠습니다.
외양의 사실 대신 내면의 조용한 떨림을 남기려는 방법이었지요.
소년의 코트는 푸른빛이 감도는 녹청, 배경은 먹빛을 머금은 청록—색면 몇 덩어리만으로 몸과 공간, 공기까지 압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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