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의 성화, 일상의 빛이 깨어나는 순간
암스테르담의 국립미술관(Rijksmuseum) 한가운데, 한 여인이 조용히 우유를 따른다.
작은 방 안, 창문에서 들어오는 아침의 빛이 탁자 위의 빵과 도자기 그릇에 내려앉는다.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오로지 그릇 속의 흐름에 집중하고 있다.
그림에는 대화도 사건도 없지만, 공기는 긴장으로 가득하다.
그녀의 손끝은 신성할 만큼 정밀하고, 빛은 그것을 제단처럼 감싼다.
베르메르는 부엌을 성당으로,
노동을 기도로 바꿔 놓았다.
이 장면은 일상 속에서
인간의 정신이 깨어나는 ‘빛의 성화(聖畵)’다.
〈우유 따르는 여인〉의 세계는 정지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있다.
우유가 떨어지는 하얀 줄기, 여인의 손의 곡선, 테이블의 기울기, 그리고 창문에서 들어오는 사선의 빛.
이 모든 요소가 ‘조용한 리듬’을 만든다.
그녀의 얼굴은 거의 감정이 없지만, 그 무표정 속에서 오히려 인간 정신의 가장 높은 집중이 드러난다.
그녀는 누군가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하녀가 아니라, 한 존재로서 자신의 행위를 온전히 인식하는 ‘명상의 인간’이다.
베르메르는 육체의 노동을 영혼의 행위로 승화시켰다.
그의 회화는 종교화를 버린 시대에,
노동을 통한 구원이라는 새로운 신화를 세운 것이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우유 따르는 여인 (The Milkmaid), 1658–1660년경, 캔버스에 유채,
45.5 × 41 cm,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소장
이 작품의 미학은 색채의 구조에 있다.
벽은 단조로운 회백색이지만, 그 속에 수백 가지의 음영이 겹쳐 있다.
탁자보의 푸른색은 창문빛을 머금으며 살아 있고,
빵의 갈색은 그 모든 색의 중심으로 따뜻하게 타오른다.
우유의 흰색은 이 모든 색을 하나로 묶는 조율의 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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