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그림의 베르메르] 8편. 레이스 뜨는 여인

— 집중의 미학, 손끝에서 피어나는 사유

by 이안

1. 서두 손끝의 세계, 고요한 열정


조용한 방 안, 젊은 여인이 고개를 숙인 채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있다.

그녀의 두 손은 레이스를 짜고 있고, 실 한 가닥 한 가닥이 빛을 따라 엮인다.

〈레이스 뜨는 여인〉은 베르메르가 그린 가장 작은 그림 중 하나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집중의 밀도는 그 어떤 대작보다 깊다.


그녀는 아무 말이 없고, 아무 움직임도 크지 않지만,
그 고요 속에서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수공의 장면이 아니라,
사유가 형태를 짜는 순간이다.


2. 회화의 내면 집중의 형상화


베르메르는 인간의 정신이 가장 맑게 깨어 있는 상태를 ‘집중’이라 보았다.

〈레이스 뜨는 여인〉의 핵심은 바로 그 집중의 시각화다.

인물의 시선은 오직 손끝의 실에 머물고, 화면의 나머지는 흐릿하게 처리되어 있다.

그 흐림과 선명함의 대비가, 인간 의식의 초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실과 바늘, 천 조각, 그리고 테이블 위의 빛.
이 단순한 도구들이 하나의 우주를 만든다.

그녀의 손끝은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은 명상처럼 느리다.

베르메르는 노동을 영혼의 언어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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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베르메르, 레이스 뜨는 여인 (The Lacemaker), 약 1669–1670년경,

캔버스에 유채, 24.5 × 21 cm, 루브르 박물관 소장


3. 색채와 구성 빛의 집중, 정신의 질서


이 그림은 화면 전체가 중심으로 수렴한다.

주인공의 얼굴과 손, 그리고 테이블 위의 하얀 천만이 선명하다.

배경은 부드럽게 흐려져 있고, 색조는 따뜻한 금빛과 밝은 황토색이 어우러진다.


그 빛은 창문에서 흘러 들어와 천 위에 맺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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