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그림의 브뤼헐] 3편. 바벨탑

언어의 교만, 문명의 붕괴

by 이안

1. 서두 — 하늘로 오르려는 인간


하늘과 맞닿은 듯한 거대한 탑이 바다 옆에 솟아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돌계단, 그 아래로 모여드는 인부들, 그리고 미세한 인간 군집의 소음.

〈바벨탑〉은 단순한 건축의 장면이 아니라, 인간이 신의 영역을 모방하려 한 순간의 기록이다.


피터르 브뤼헐은 인간의 노동과 기술,
그리고 오만이 만들어낸 이 장대한 구조물을
찬란하게, 그러나 섬뜩하게 그려냈다.


이 탑은 완성되지 않은 채 하늘로 뻗어가며, 문명이라는 이름의 자기 파괴적 욕망을 드러낸다.

그는 묻는다. “언어가 하나였던 시대,
인간은 무엇을 향해 말했는가?”


2. 회화의 내면 — 질서의 건축, 붕괴의 설계


이 작품은 놀라운 기하학적 질서로 구성되어 있다.

탑은 나선형으로 올라가며, 각 층마다 다른 크기의 아치와 기둥이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다.

하지만 그 정교함은 안정이 아니라 불안의 구조다.

탑의 기초는 이미 무너지고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비틀린 형태가 드러난다.


브뤼헐은 건축의 완벽함 속에
균열의 운명을 숨겨두었다.
그의 붓은 공학자의 계산이 아니라
철학자의 예감으로 움직인다.


이 탑은 단단히 쌓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무너지고 있다.

그 무너짐은 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

즉 의미의 붕괴와 언어의 단절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크린샷 2025-10-20 235401.png

피터르 브뤼헐(대), 바벨탑 (The Tower of Babel), 1563년경, 목판에 유채,

114 × 155 cm, 빈 미술사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소장



3. 색채와 구성 — 돌과 구름, 상승의 아이러니


브뤼헐의 색채는 거칠다.

붉은 벽돌, 회색의 돌, 흙빛의 기초, 그리고 차가운 하늘의 회청색이 겹겹이 쌓인다.

이 색의 층위는 마치 지층처럼, 인간 문명의 역사 그 자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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