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음악이 흐르는 풍경 – 첫눈(雪) -

by 이안

서울에 많은 눈이 내렸다.

기상청은 이미 지난 10일 새벽에, 서울에 첫눈이 '눈곱'만큼 내렸다고 발표했으나, 동서고금을 통해서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금언(!), “자고로 첫눈은, 내가 직접 봐야 첫눈으로 인정한다”라는 말처럼, 필자는 물론, 주위의 서울 시민 누구도, 첫눈을 봤다는 사람이 없으니, 솔직히 기상청의 관측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필자는 기상청이 말한 10일 새벽에, 01시부터 ~04시까지 인천과 서울을 오가며 운전을 하고 다녔으나, 눈은 커녕 하늘에서 내리는, ’ 먼지의 흔적‘ 같은 것도 보지 못했다.


기상청이 생긴 이후, 우리나라 첫눈의 학술적 기준은,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있는 기상 관측소에서, ’ 관측관‘이 눈을 직접 목격했을 때를 말한다. 눈 (雪)의 크기는 상관없다. 아마도 올해의 그 관측관은, 필자만큼이나 새벽잠이 없으면서, 매의 눈을 갖고 있고, 게다가 진득한 사람이었나 보다. 필자는 서울에 눈이 안 올 거 같으니까 조바심이 나서, 인천까지 차를 달려갔지만 결국 허탕만 쳤는데...


하지만 오늘은 중부 지방에 이어, 호남 등 남부지방에 까지 많은 눈이 내릴 거라고 하니,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수시로 창문을 열어가면서, 서울 평창동의 골목을 지켜봤다. '겨울에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 비가 내릴 때, 평창동에서는 눈이 내린다'는 이곳 주민들 말처럼, 북한산 아래 평창동의 겨울 기온은 낮기 때문에, 오늘 내리는 눈을 처음으로 관측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해 겨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눈은, 햇살이 부서지는 창 아래에서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듯 말듯한 먼지만 한 크기로 잠시 흐느적거리다가 허무하게 끝날 때도 있지만, 오늘 눈처럼 대설 주의보를 동반하기도 한다. 잠들지 않으리라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강태공이 낚싯대의 찌를 지켜보듯 불굴의 인내심을 갖고 창밖을 내다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새벽 1시가 되어갈 즈음, 평창동의 골목길을 따뜻하게 비춰주는, 전봇대 위의 가로등 불빛에 제 몸을 반짝이며,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필자의 눈으로 확인한 기준으로는 분명히 올해의 '첫눈'이었다. 새벽 1시에 내리던 눈은 10여분 내리다가 그쳤지만, 새벽 4시를 넘기면서 다시 내리기 시작하다 그쳤다를 반복하더니, 기상청 예보대로 새벽 5시가 되자 제법 굵은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함박눈.png

<사진 1. 함박눈이 내리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골목길 -2020년 12월 13일 새벽 5시->


오늘 <음악의 있는 풍경>에서 들어볼 노래는, '첫눈 하면, 떠오르는 노래',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고요>이다. 이 노래는 원래, 1986년도 대학가요제 금상곡이었다. 도입부의 애잔한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후렴으로 진행될수록 고조되는 경쾌한 리듬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수 이정석이 이듬해인 1987년 발표한 [사랑하기에]가 국민가요가 되다시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첫눈이 온다고요>는 상대적으로 묻힌 곡이기도 했다. 하지만 몇 해 전 tvn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에서, 택이(박보검)가 덕선이(혜리)에게, 눈이 내리는 날 공중전화를 걸어서, ’ 영화 볼까?... 우리...‘라는 장면에 이 노래가 깔리면서 다시 큰 사랑을 받게 되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가요에 관해서는 가장 정통한 라디오 PD들은, [응답하라 1988] 이전에도, 첫눈이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정석의 이 노래를 틀었었다. 아마도 오늘과 내일 전국의 라디오에서도, 이 노래가 제법 울려 퍼지지 않을까 싶다. (일요일 라디오 프로그램은 미리 녹음을 해두는 경우가 많으니, 하루 늦은 월요일 오전에, [첫눈이 온다고요]가 전파를 탈 가능성이 더 높긴 하다.)


'첫눈, 혹은 겨울에 내리는 눈' 하면, 어린 시절에 온통 하얀 세상 속에서, 즐거워하던 기억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눈과 관련된 흥겨운 노래가 많은 편이다. 40~50대 이상의 중, 장년들에게는 [첫눈이 온다고요]가 눈 (雪) 노래의 대명사라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이 개봉했던, 2014년 1월에 초등학생이었던 지금의 중, 고등학생들 혹은, [겨울왕국]의 감동을 이제 막 체험하게 된 어린아이들에게는, 이디나 멘젤 (Idina Mengel)의 [Let it go]나, 크리스턴 벨(Christen Bell)의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이 떠오를 것이다.


mbc86년대학가요제.png

<사진 2. 1986년 MBC 대학가요제 Vol 2.>


1986년 MBC 대학가요제 앨범 중 Vol 2. 대상곡이었던 유열의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는 Vol 1. 에 수록되어 있다. [첫눈이 온다고요]는, <1986년 대학가요제 앨범>에 실렸기 때문에, 1987년에 발표된 이정석 1집에는 빠져있다. 이정석 1집의 [사랑하기에]는, 1987년도 최고의 노래를 넘어서, 한국 가요의 명곡으로 남아있다. [사랑하기에]와 [첫눈이 온다고요]는 이정석의 대표 노래가 되었다>


... 우리 선조들은 눈에 대해서 어떤 기록을 남겼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눈 (雪) 은, 동계 스포츠나 각종 상업적인 이벤트, 스키장, 관광 등 상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측면이 강하다. 그럼, 우리 역사 속의 선조들은 눈에 대해 어떤 기록을 남겼을까?


눈은 우리의 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삼국시대에는 강설량을, 길이의 단위인 자[尺]를 사용했고, 눈[雪]/ 대설(大雪)로 구별하여 기록했다. 특히 눈이 내리지 않았던, 무설(無雪)에 대한 기록은 13회나 되고, 철에 맞지 않는 눈에 관한 기록도 있다. 신라 신문왕 3년(683)에는, 음력 4월 여름에 한 자[尺]의 눈이 내렸으며, 신라 헌덕왕 7년(815) 음력 5월 여름에도 눈이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의 기록을 보면,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와 다른 점이 있는데, 주로 재해의 관점에서 기록했다는 건데, 이는 조선왕조가 그만큼 민생을 살폈다는 것을 뜻한다. 조선시대의 기록 중에서, 대설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422년(세종 3) 2월 6일 : 제주에는 기르는 말이 많아 1만 마리가 넘는다. 이전까지 이 섬은 따뜻한 곳이어서 겨울에 적설이 없었다. 그런데 금년은 추위가 매우 심하고, 눈이 5∼6자나 쌓여 많은 말이 얼어 죽었다.

1453년(단종 1) 1월 29일 : 큰 눈이 내려서 3∼4자나 쌓이는 까닭에, 새나 짐승들이 굶주려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1502년(연산군 8) 12월 10일 : 지난해 겨울 강원도에 한 길이 넘는 큰 눈이 내려, 사슴과 노루가 한 군데 기대서서 많이 굶어 죽어, 살아남은 것이 거의 없었다.


오늘처럼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면, 연인들은 더욱 설레어할 것이고, 어린아이들은 흰 눈을 뒤집어쓴 겨울왕국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날것이다. 하지만 눈 하면 역시, 재해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오늘 많은 눈이 내렸지만, 코로나로 다들 조심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니, 웬만하면 실내에서 눈 (雪)을 감상하면서, 겨울 노래 이정석의 <첫눈의 온다고요>나, 이디나 멘젤의 [let it go] 같은 노래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과 사전심의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