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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Sep 14. 2020

유기동물의 현실과 동물복지에 관한 바른 인식

-충남 유기동물 보호협회, 이경미 대표님과의 인터뷰-

지난주 금요일 음악 PD 피터팬(필명)은, 반려묘 [키키]를 입양받기 위해서, 청주공항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저에게 러시안 블루 고양이를 입양시켜주신 분은,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동아이)’의 이경미 대표이사님 이셨어요. 이사님은 10년이 넘도록 유기동물 보호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노력해 오신 분이세요. 이사님과 우리나라 유기동물의 현실과, 반려동물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인터뷰 내용을 간추려서 브런치에 기록합니다.


1. 안녕하세요이경미 대표님!먼저 동아이는 어떤 곳인가요?       


[동아이]의 풀 네임은,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이고요. 제가 2016년에 시작했어요. [동아이] 전에, 2010년에 처음으로 고양이 작은 쉼터인, 사랑 쉼터를 운영했고, 이후 2013년부터 천안시에서, ‘안락사 없는 유기동물 보호소’의 원칙으로 ‘유기동물 시 보호소’를 운영했어요.      


2. 그럼 2016년부터 [동아이]를 새롭게 시작한 이유는?     


서울을 비롯해서 우리나라의 모든 시(市)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는, 일정 기간 내에 입양되지 못하면, 결국 안락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유기동물들이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다고 할 수 있죠. 유기동물이 시(市) 보호소에 입소하고 나서, 10일~14일 이내에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를 시킵니다.     

 

또 지방의 경우, 시 보호소의 공간도 한정적이고, 또 정부의 지원도, 시 보호소에 입소한 유기동물 한 마리당 16만 5천 원을 지원해 주는 게 다 예요. 16만 5천 원은, 해당 반려동물의 10일 치 운영비, 구조비, 보호비, 치료비, 그리고 안락사비와 사체처리비에 사용됩니다. 10일~14일 사이에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결국 안락사시키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현실적으로 안락사 없이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하려면,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어가서 정말 힘들기 때문에, 현행 우리나라의 동물 복지 예산으로는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하지만 저는 천안시에서 안락사 없는 시 보호소를 모토로 내걸고 시 보호소를 운행했고, 이 보호소가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유기 동물을 안락사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에, 많은 후원자 분들과 자원봉사자분들이 지지해주시고, 도와주셨기 때문이에요. 당시엔 한 해에 5천 명의 자원봉사자 분들이 오셨으니까요.      

<충남 유기동물 보호협회와 [동아이]에서 돌보는, 반려견 반려묘와 자원봉사자 혹은 입양자 분들 >


3. 그런데 왜그렇게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천안시 보호소에서 나와서 따로 동아이 라는 유기동물 보호 법인을 만드셨나요?      


자세한 사연까지 다 말씀 드릴수는 없지만,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의 갈등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큰 배신감을 느껴서 저와 몇 명의 이사님들이 사비로 운영하는 법인을 만들게 되었어요. 병들어 아프고, 늙어서 힘들어하는 유기동물한테는 배신감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아이러니하죠.      


4. 오랜 세월 헌신적으로 일하셨는데, 함께 일하던 사람 사이에서 배신감을 느끼셨다는 안타깝네요. 그럼 동아이에서는 몇 마리의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나요?     


천안 시 보호소에서는 일 년에 1500마리까지 유기동물을 관리했는데요, 충남 유기동물 보호 법인 동아이에서는 140마리를 보호하고 있어요. 개인들이 사비로 운영하고 있다 보니 많은 동물을 보호하기는 어렵죠.    

  

5. 그중 40마리는 대표님 집에서 직접 돌보신다고요?     


네. 한때는 유기동물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서 최대한 많이 구조하려고 했지만 저희 능력으로는 다 케어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지금은 저희가 보호할 수 있는 능력만큼만 돌보고 있어요. 이곳의 이사님들은 다 본인 직업이 따로 있지만, 개인 월급을 쪼개서 법인을 운영하고 있어요. 물론 고마운 후원자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80여분의 후원자께서 보내주시는 월 110만 원 정도의 후원비로는 140마리를 다 돌볼 수는 없어요.      

치료비가 많이 나갈 때는 한 달에 500만 원도 나가니까요. 그래서 개인의 사비로 많은 부분이 운영되죠. 

          

6. 생명을 잃어가는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계신데개인이 어려운 형편에 사비로 운영하고 있다니 참 안타깝습니다동아이의 유기동물 상태는 어떤 편인가요?      


건강하고 예쁜 아이들은 입양이 비교적 잘 되지만, 나이가 많거나 아프거나, 장애가 있거나 산모 등 사람의 손이 계속 필요한 유기동물은 입양이 잘 안되기 때문에 주로 아픈 동물들을 많이 있어요.      


시 보호소의 경우, 전염병 위험 등의 이유로 유기동물들을 다 철창에 가둬두는데 유기동물의 마지막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저희는 그런 방식을 쓰지는 않습니다. 안락사 직전까지 철창에 갇혀 있는 건 너무 가슴 아픈 현실이죠.      

<충남 유기동물 보호 협회와 [동아이]에서 돌보는 댕댕이와 냥이들 >


7. 입소 후 최장 14일 후에 안락사를 시킨다면 우리나라에서 안락사되는 유기 동물의 수가 많겠네요   

  

네, 안락사까지 14일 전후의 보호 기간은 너무 짧아요. 매년 11만 마리에서 ~13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는데 그중 70% 정도가 안락사된다고 보여요. (피터팬 생각 : 보호소에 따라서 안락사 비율이 30% 정도라고 발표하는 곳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입양 비율이 10% 미만인 곳도 있기 때문에, 이경미 대표님이 파악하신 비율이 정확해 보인다.) 그러니까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으신 분은 꼭 시보 호소에서 입양하시기를 부탁드려요.  

    

더구나 지방의 면 등 작은 단위는 개방 없이 안락사 위주로 운영하는 곳도 많은데 입양이 거의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죠. 이건 대한민국이 갖고 가야 할 동물복지 관련 숙제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예산이나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거죠.      


동물 복지와 관련해서 10년 전부터 안락사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고 내고 있지만, 아직은 어려운 현실이에요. 서울의 경우 시 보호서 한 곳에서 다 관리를 하는데, 일 년에 유기되는 동물이 만 마리가 넘어요. 입양을 못 가게 되면 안락사되고요. 서울시민들께서 시 보호소에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입양하면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거죠.      


8. 유기 동물에 대한 안락사는 모든 나라에서 시행하나요?      


저희가 바라는 꿈의 보호소는 독일의 경우예요. 독일은 법으로 유기동물에 대한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어요. 또 독일에는 반려견 반려묘를 파는 펫 샵이 없어요. 입양을 할 때면 보호소를 통해서만 하는 거죠. 보호소 수준이 매우 높은데, 정부 민간단체 협력가 협력해서 전국 700여 개의 보호소를 통합하면서 지속적으로 좋은 보호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죠.      


독일 국민들도 자발적으로 공식 보호소에서 입양을 하고, 동물들의 사료도 한번 클레임 들어오면 공장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동물 복지 관련 의식이 높아요.    

   

9. 이경미 대표님은 주로 아픈 반려동물과 오랜 세월 살아오신 건데 너무 힘들지 않나요?      


아니에요. 장애를 갖고 있거나 아픈 동물들이 자신들이 원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니까 누군가는 책임을 지도 돌봐야죠. 그리고 다행히 입양을 가서 잘 사는 아이들의 모습 보면 행복을 느낍니다. 

     

10. 대표님 말씀을 들으니 천안의 천사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동아이에 자원봉사 인력 등 필요하신 건 없나요?      


시 보호소를 운영할 때 자원봉사를 하러 학생들이 많이 왔었어요. 그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서도 동아이에 오세요. 동물 보호소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이 계기가 돼서, 수의대에 가거나, 동물 관련 학과를 간 친구들도 있어요. 유기동물 보호소를 10년 동안 운영하면서 자원봉사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행복입니다. 공부도 잘하면서 열심히 자원봉사하는 학생들이 참 많아요.      


11. 그래도 여전히 도움은 필요하시죠?      


네 자원봉사자 분들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니까요, 더 오셔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페이스북에서 동아이를 검색하시면, 도움 주실수 있는 방법과 후원에 관한 내용이 나와있어요.  

<충남 유기 동물 보호 협회와 [동아이]에서 보호하는 유기동물들은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많아서 이사님들이 사비를 쓰시고 있다고...ㅠㅠㅠ>


12. 그런데 대표님 혼자 40여 마리의 병들고 아픈 유기동물을 보호하려면 개인 생활이 없지 않나요?      


10년 전부터 동물 보호소를 운영하면서 개인 생활은 없었어요. 30대 후반에 천안의 길에서 엄마 없이 혼자 울면서 굶어가는 아기 고양이를 구조한 것이 계기가 돼서 이일을 지금까지 하게 되었는데, 힘이 들기도 하지만 후회를 한 적은 없어요. 지금 제 나이가 40대 후반. 부모님이 네가 자랑스럽다고 얘기하세요. 부모님의 이해와 지지가 큰 힘이 됩니다.      


13. 아니, 그럼 그 아기 고양이가 대표님의 인생에서 발목을 잡은 거 아니에요?      


인생이 터닝 포인트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너무 가슴 아픈 건 처음으로 구조했던, 첫째 아이가 복막염으로 떠났어요. 제가 너무 많은 아이들을 살리려다 보니 잘 케어를 못했어요. 그래서 죄책감이 커요. 그래서 지금은, 현실적으로 돌볼 수 있는 아이들을 제대로 케어하면서, [동아이]를 운영하고 있어요. 첫 아이에 대한 상실감으로, 이젠 유기동물들이 내 아이라기보다는, 공공의 아이라는 생각을 갖고 책임감으로 키우고 있어요.     


14. 마지막으로 댁에서 반려동물 키우시는 분들에게 당부 말씀?     


많은 아이들을 구조하면서 동물도 부모의 기억을 갖고 산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8년~10년을 키우다 나이가 들었다고 반려 동물을 버리면, 동물들도 부모가 버렸다는 걸 알거든요. 배신감 때문에 사료를 입에도 안 대고 죽는 아이도 봤어요. 내가 힘들다고 가족을 버리지는 않잖아요? 그러니 책임감을 갖고 길러주시길 부탁드려요.   

   

동물병원에 오신 분들 중, 나이 든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사랑을 주는 분들을 보면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가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고 책임감을 생각하면서 결정해주세요. 반려동물의 노후 치료비를 위해서 미리 매월 몇만 원씩 연금을 붓는 분들도 있거든요. 본인의 능력과 자질이 되는가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시고 또 사회적으로 반려인에 대한 교육과 반려동물의 복지에 대한 인식의 확산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동아이에서 보호하는 아기 고양이, 부디 좋은 입양자를 만나서 건강하게 살아가길...>


ps1.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우리나라에서 동물복지와 반려동물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하는 가에 관해 좋은 말씀 해주신, 이경미 [동아이] 대표이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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