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 6 with <사랑의 썰물> 임지훈
차가운 너의 이별의 말이 /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내 마음 깊은 곳을 찌르고 / 마치 말을 잃은 사람처럼
동물원의 멤버였던 김창기가 작사 작곡한, <사랑의 썰물>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피터팬 PD 역시, 포크음악 세대이기 때문에, 사랑하던 여인에게서 ‘날카로운 비수 같은 이별의 말’이 주는, 아픔을 경험했던 시기에, 임지훈의 <사랑의 썰물>을 들었다. 그가 들려주는 절절한 목소리에서, 나보다 더 애절하게 우는 사내가 있구나! 하며 위안을 얻었기에, 새벽이 올 때까지 <사랑의 썰물>을 반복 재생할 수밖에 없었다.
<1986년에 발표된 임지훈의 데뷔 앨범. 임지훈 특유의 허스키에서 나오는 절절한 노래들이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별의 아픔을 담은 타이틀곡, <사랑의 썰물>은 아직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는 명곡이다.>
오늘 <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의 주인공은, 한국 포크 음악의 큰 형님, 임지훈이다.
임지훈의 목소리에 대해서 이외수 작가는,
임지훈의 목소리야말로,
포유동물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절실한 그리움이 있는 서정시
라고 표현했었다. 그런 목소리의 주인공 임지훈이, 우리 가요 중 가장 사랑하는 가사 한 줄은 무엇일까?
평소 친분이 있었던 임지훈 선배(=이하 임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필자는 내심 <사랑의 썰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임지훈은 그의 솔로 데뷔 앨범에 수록된 노래 중 하나인,
<내 그리운 나라>의 가사를 꼽았다.
내 그리운 나라 / 울다 지쳐 잠이 들면
내 그리운 나라 / 갈 수 있을까’
이유를 묻자 임지훈은,
20대 초반에 대학로에서 친구랑 술 한잔을 마시고, 미래에 대한 꿈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렸어요.
그때 1차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구멍가게에서 소주 한 병과 새우깡을 사서,
구슬프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처마 밑에서 소주를 비웠죠.
그즈음엔 막연하게, '가수가 되면 좋겠다'라고, 생각만 했지,
자신이 없었는데, 그날 밤에 ‘나의 꿈은 음악이다’라는 결심을 했어요.
그리고 가수로서의 내 꿈을,
‘내 그리운 나라/ 울다 지쳐 잠이 들면/ 갈 수 있을까’로 표현한
노래를 만들게 된 거죠.
가수 임지훈이 20대 초반에, 구멍가게의 처마 밑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소주를 마시다가 쓰게 된 노래,
[내 그리운 나라]의,
‘길을 잃은 아이처럼/ 울고 싶은 밤 /가고 싶은 그리운 나라’
는 바로, 임지훈이 이루고 싶었던 가수라는 꿈을 상징하고 있었던 거였다.
<임지훈은 KBS 라디오에서, 인기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3년 동안 진행했었다.>
임지훈은 오랜 시간 라디오 DJ였고, 지금 현재도 KBS 라디오에서 [대한민국 인기가요 임지훈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만약 지금 이 순간이 라디오 생방송이라면, <내 그리운 나라>의 접속곡으로, 어떤 곡을 연결하고 싶으냐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현식이가 만든 별이요. 현식이도 그 노래 속에서, 가수의 꿈을 얘기하고 있거든요.
임지훈은 인기 아이돌 그룹 BTOB의 메인 보컬인, 임현식 군의 아버지이기도 한데, 아들 현식 군이 이 직접 만든 노래, [별]이라고 대답했다. 현식 군이 만든 첫 번째 노래인 [별]은, ‘가수가 되어 팬들과 만나고 싶다’는 가수의 꿈을 담고 있다.
아버지 임지훈이, 아들 현식 군의 나이에 만들었던, <내 그리운 나라> 속 화자의 마음과,
아들 현식 군이 만든 노래 [별]의 가사가, 서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임지훈은 고(故) 김광석과 함께, 1990년대에 소극장 공연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각자 장기 공연을 했던 대학로의 [학전] 소극장과, [충돌] 소극장은 지척에 있어서,
둘은 공연을 마치고 함께 술잔을 기울인 날도 많았고 한다.
임지훈이 노래한, ‘울다 지쳐 잠이 들면 / 갈 수 있을 그리운 나라’엔,
그의 꿈도, 그가 사랑하던 후배 김광석도 함께 살아, 노래하고 있을 듯하다.
----------------------------------------------------
* 음악 PD 피터팬은, <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이라는 음악 칼럼을, 인터넷 신문사 <한국 뉴스>에도
연재하고 있다.
http://www.24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0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