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위에 무수히 쏟아져 내리던
별똥별

-사막에서 텐트 없이 밤을 새우다-

by 이안

가이드 아저씨도 인도의 자이살메르 사막에서 텐트 없이 밤을 보내는 저렴한 상품인 ”Under the Sky “를, 비싼 ”Under the Tent “보다 더 추천했다. 아저씨 설명으로는 사막에 밤이 오면, 공기는 빨리 식지만 모래는 하루 종일 햇볕을 받아 새벽까지도 따뜻하니까, 그냥 모래 위해서 자는 게 더 낫다는 거였다. 게다가 사막 여행을 할 때 타는 낙타 등위에는, 담요가 여러 장 덮여 있는데 – 담요를 낙타 등에 깔지 않으면, 낙타의 울퉁불퉁한 등허리 뼈에, 낙타를 타는 사람의 엉덩이 피부가 다 까지고 멍이 든다 - 그걸 덮고 자면, 사막에서 밤을 보내는 건 누워서 ‘밤하늘 별 보기’처럼 쉽다는 거였다.


나와 같은 일정으로 사막 여행을 했던, 서양 젊은이들은 돈이 많은지, 비싼 텐트 상품을 선택했는데, 그들 말에 따르면 낙타 등에 깔린 담요에는 낙타 벼룩이 있어서 밤새 긁느라 한 숨도 못 잔다는 거였다. 그래도 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못 먹어도 go’라고, 처음에 꽂혔던 Under the sky를 고집했다. 사막의 새벽 공기를 텐트 없이 내 코와 입으로 직접 마시고 싶었고, 사막의 밤 모래가 품고 있는 온도를 직접 내 살갗으로 느끼고 싶었다.


게다가 하루 종일 나를 태우고 사막을 건너온 고맙고 귀여운 얼굴의 낙타를 생각하면, 그따위 낙타 벼룩쯤이야, ‘나처럼 호연지기를 기른 대한 남아’한테는, ‘까짓 거! 껄껄 걸’ 하며, 호탕하게 웃어넘기면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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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사막을 건너는 사람에게 가장 믿음직한 동료이다 >


여기까지 내 글을 읽은 독자들은, 인도의 사막 여행에서 내가 낙타 벼룩 때문에 밤새 고생했을 거라고 지레짐작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 같은 ‘PD계의 송중기+원빈+공유 같은 외모의 남자’ 한테는, 서양의 젊은 친구들은 갖고 있지 못한 '낙타 벼룩 면역력'이라도 있는 건지, 밤새 단 한 마리의 벼룩에게도 물리지 않았다. 그 대신 환상적인 밤을 보낼 수 있었는데, 내가 인도의 자이살메르 사막을 건넜던 1998년 11월 중순은 우연히도 지구의 북반구에서 엄청난 유성우 쇼를 볼 수 있던 날이었다.


나는 서양 친구들이 텐트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별생각 없이 모래 바닥에 누워 밤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칠흑 같은 사막에 섬광탄 10만 발을 터뜨린 것처럼, 유성우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냥 별똥별이 많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하늘에서 양동이로 별똥별을 퍼붓듯, 은하수가 유성우를 지구별에 포클레인으로 쏟아붓고 있었다.


1초에도 수백 개의 유성우가 떨어졌으니, 아마도 사막의 under the sky에 누워 있던 나는, 그날 밤새 수십만 개의 유성우를 관찰했을 거다. 유성우가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우르르 떨어지면, 순간적으로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던 내 손금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밤새 유성우를 만개 정도는 세다가 너무 졸려서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차가운 새벽바람에 눈을 떠보니, 유성우들이 훨씬 더 무수히 떨어지고 있었다. 잠들기 전에는, 우주가 ‘유성우 기관총’을 발사한다고 생각했는데, 깨어나 보니, ‘유성우 다연발 대포’가 발사되고 있었다. 매해 10월이면 서울 여의도에서는 ‘세계 불꽃 축제’라는 걸 하는데, 그 불꽃 축제 날의 하늘보다 사막의 유성우가 더 밝게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그렇게 사막의 모래바닥에 누워서 밤새, 수박 만한 별들과 대화를 나눈 건, 나에게도 첫 경험이었다. 이후 네팔에서 안나푸르나를 올랐었지만, 막상 히말라야에서는 그토록 큰 별을 볼 수 없었다. 누군가 나에게 ‘정말 환상적인 별’을 감상하고 싶다고 말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인도의 라자스탄주에 있는 자이살메르 사막의 ‘under the sky 투어’를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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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별똥별. 1998년 밤에 필자가 관찰했던 광경은, 밤하늘을 가득 채운 모든 게 별똥별이었다!>


별 얘기를 하다 보니 얘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다시 투르판으로 돌아와서, 나는 투르판의 세계적인 유적지 [교하고성]과 [고창고성]을, 호주 청년 2명과 함께 여행했다. 녀석들은 나보다 키도 훨씬 크고 상당한 훈남이었는데, 그래도 동양의 예의범절은 어디서 배워왔는지, 내 나이를 말하자, 5살 형님이라면서. 내게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나를 보고 ‘따거’(중국어:맏형)라고 불렀다. 귀여워서 동생으로 삼고 심부름도 시키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잘못 보였다가, 한 대라도 맞을까 봐 적당히 거리를 두었다.


그들과 투르판에 세워진 ‘사막 위의 고대(古代) 성’인 [고창고성]을 거닐면서, "Hey, My Younger Brother! “ ”너네 나라 호주에도 [Great Sandy]가 있는데 호주의 사막은 어때? “, ”Explain it to 따거‘ 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그중 한 명이, [고창고성] 하늘의 신비한 노을과, 공허한 사막 속 폐허 도시를 그리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Spiritual!”(정신적인, 영감을 주는) 딱 한마디를 날렸다.
호주의 사막은 중국 고비사막과 비교하면 영적인 느낌이 있어요 형님!"

그리곤 이어지는 다시 쿨~한 표정.


“어랏? 얼굴만 잘생겼지, 정신적인 문화에는
무지한 서양 젊은이인 줄만 알았는데, 제법 멋있어 보이네... “


얘기를 더 나눠보니, 이들 중 한 명은 불교에도 관심이 많고, 명상도 자주 한다고 했다. 호주의 아름다운 해안에서 서핑 등의 즐거움을 찾지 않고, 힘든 실크로드 여행을 온 것도 동양의 문화와 정신에 대해서 배울 기회라고 생각했단다.


’ 음... 역시 나처럼 키도 크고 잘 생긴 녀석들이, 생각도 여물군.. 동생으로 삼아도 되겠어!‘
"From now on, you are my crew! and you're the person who like my family. Congratulaion! "


사막을 바라보면서 그런 표정과 그런 말투로, '사막이 영적인 교감을 하게 한다'는 표현을 한 사람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내게는 없었다. 그가 광활한 호주 대륙에 살면서 동양의 정신에 매료되어 이곳 투르판까지 날아온 건 아마도, 그런 영적인 것을 찾고 싶어서일 거다.


모래 외엔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영적인 느낌을 받는 사람은, 폐허의 도시 [고창고성]의 공허함에서도 명상이 주는 정신의 고갱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투르판 기행을 마치면서 두 명의 호주 청년들이 자신들이 바라는 소중한 무언가를 얻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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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에 묻혀 사라졌던 고창고성이 발굴되면서 오아시스의 새로운 역사가 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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