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구!-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영상 콘텐츠는 넷플릭스 / 가장 인기 있는 케이팝 가수는 BTS / 가장 인기 있는 걸그룹은 블랙핑크 /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 앱은 카카오톡 / 가장 핫한 재테크는 비트코인 / 가장 비싼 부동산은 강남 아파트 / 그럼, 가장 인기 있는 서울시장 후보는?
시계를 40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에 가장 인기 있는 전국구 스타는 단연 막수 형이었다. 이름은 들어봤나? 김막수라고. 그의 독일식 이름은 카를 하인리히 막스 (Karl Heinrich Marx)이다. 40년 전에 우리들 모두는 막수 형을 좋아했었다. 그가 하는 말이 너무 좋았고, 그가 하는 말속에 인류의 미래가 있다고 믿었었다.
막수 형은 1818년 5월 5일(어린이 날이네!)에 당시 독일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해 있던, 라인 주(州)의 트리어라는 도시에서 태어났다. 7남매 중 3 셋째라는 다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변호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관념론 철학책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순수 이성 비판]을 쓴 칸트 철학의 신봉자였고, 자녀들에게 계몽주의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켰던, 요즘식으로 말하면 소위 '뇌섹남' 같은 사람이었다.
<인류 역사에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지구를 흔드는 변혁을 일으켰던 철학자 칼 막스 >
막수 형의 유년기는 건너뛰고, 그가 청년기에 쓴 주목할 만한 글이 하나 있는데, 1835년 8월 김나지움을 졸업하면서 열일곱 살이 된 마르크스는, 「직업 선택을 앞둔 한 젊은이의 고찰("Betrachtung eines Jünglings bei der Wahl eines Berufes")이라는 졸업 에세이(Abiturienarbeit)에서,
“우리는 우리가 소명을 받았다고 믿는 자리를 반드시 얻지는 못한다. 사회에서 우리의 관계들은 우리가 그 관계들을 규정할 위치에 이르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이 말을 잘 생각해보면 막수 형은 어찌 보면 이미 열일곱 살에, 이후 그의 성숙기 철학 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상부구조를 규정한다”는 주장의 기초가 되는 사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 살면서 대학시절에 혹은 청년기에 오랫동안 '철학적으로 사고하기' 훈련을 받지 않은 독자들은, "물적 토대, 상부구조, 규정한다"... 뭐 이런 단어들이 다소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사실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이미 고려시대에 우리 선조 중 위대한 혁명가 한 사람도, “왕후장상의 피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며 울분을 토했는데, 막스의 말에 대한 혁명적 반어법 같은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허균 선생이 집필한 소설 속에 나오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 신출귀몰의 귀재’ 홍길동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라며, 눈물을 쏟아냈던 것도, 경제적 토대인 하부구조가 이데올로기와 신분 같은 상부 구조를 결정하고 만다는 거역할 수 없는 설움을 토로한 것이다.
<조선 중기에 허균에 의해 쓰인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 당대 현실에 실재했던 사회적인 문제점을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준 이 작품은 적서차별 등의 신분적 불평등을 간직한 중세사회는 마땅히 개혁되어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지니고 있어서, 진보적인 역사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막스보다 700년 먼저 세상에 태어나서, 고려시대 무인 최충언의 노비로 살았던 '만적'이, 이미 막스 철학의 핵심 문제의식을 갖고 노비해방을 위한 피의 항쟁을 일으켰고, 막스보다 250년 먼저 조선시대 양반으로 태어났던 천재 문인 허균은, 인류 역사에서 세상을 가장 크게 진동시켰던 [변증법적 유물론]의 핵심 사상인 [하부구조와 상부구조]라는 필연적 관계를 홍길동의 명대사로 읊었던 것이다. (필자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은, 청년시절 본인의 지적 탐구생활에 대해서 반성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다시 오늘 글의 첫 문단에서 거론했던 작금의 문제로 돌아가서, "2021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울시장 후보는 누구일까? "
요즘 여당 후보가 밀려도 한참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여러 군데서 나오니까, 마음이 다급해진 내 대학 동기 H 씨는 '혹시라도 동기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까 봐',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매일 단톡 방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친구의 눈물겨운 분투에도 어찌 분위기는 어째 '하~ 수상하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눔이 많은 것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공중부양의 대가를 뽑을 거라는 친구도 있고, 아예 기권을 하겠다는 친구, 믿었던 동지에게 뒤통수를 맞은 거 같은데, 그렇다고 적을 이롭게 할 수도 없으니, 이도 저도 못하겠다는 친구도 있다.
나? 피터팬은 어떠냐고?
피터팬은 요즘 팅커벨과 함께 아름답게 빛나는 별빛 사이로 서울의 밤하늘을 주유하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강남에 높이 솟은 휘황찬란한 불빛들의 아파트 단지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30억에서 50억을 호가한다는 강남 반포의 고급 아파트 단지를 돌아보기도 하는데, 그 동네의 넓디넓은 아파트 베란다 창문으로 비춰 보이는 가족들의 삶은 참으로 유복해 보인다. 반면 서울 한강 북쪽에 작은 빌라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네 쪽으로 날아가 보면, 강남의 휘황찬란한 불빛을 바라보는 그 동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뭔가 불안함과 분노가 꿈틀거리고 있는 느낌을 받곤 했다.
특히 서울 종로구 평창동 어느 구역에는, 쉰 살이라는 늙은 나이에 홀아비가 되어, 집도 절도 없이 월세를 내며 실업자로 살고 있는 전직 MBC 라디오 PD라는 작자가 살고 있는데, 그가 이번 서울 시장 선거 벽보의 [기호 12번] 앞에서 자주 서성이는 걸 봤다.
<강남 해체! 와 평등 서울! 을 구호로 내세운 서울시장 후보 기호 12번>
그 홀아비는 12번 후보의 벽보 속 글귀인, “강남 해체, 평등 서울”이라는 글귀에 자꾸 눈길을 보냈다. '나처럼 집 없는 실업자 홀아비들이 꼭 밀어줘야 할 후보이구먼'라고 생각하면서. 이어서 그 홀아비는 생각했다.
'민주노총 공식 지지 후보라... 생각해보니 내가 과거에 근무했던 [문화방송 MBC]가 박근혜 시절에 온갖 탄압 속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엄동설한 같은 폭압적 정권의 무자비한 노동탄압 속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공정방송이라는 대의에 지지를 보내줬던 단체가 지지하는 후보이구먼... 그렇다면 옛정을 생각해서 한번 밀어줄까? 더군다나 강남 해체라잖아! 그럼 나 같은 무주택자에게 뭔가 혜택이 생기는 건 아닐까?'
'대한민국 서울에서 강남 사람들의 부와 권력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쪽에 사는 사람들은 절대 안 찍어줄 이런 구호를 대놓고 벽보에 써놓다니, 12번 밀고 있는 사람들,, 간이 큰 건 알아줘야겠구먼..ㅎㅎ '
누구는 서울의 강남에 살아서, 또 누구는 서울의 가난한 동네에 살아서, 그리고 누구는 주택이 많아서, 그리고 또 누구는 집에 없어서, 누구는 실업자라서, 누구는 현금이 많아서,... 각자 자신의 경제적 토대와 하부구조에 맞는 선거를 할 것이다. 아마도 합리적인 사회라면...
그런데 이상한 건 우리나라 그리고 서울에서는, 이번 정권이 들어서고 부동산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사람들은 강남에 살고 있는데 그분들은 정권이 밀고 있는 후보보다, 다른 사람을 찍으려고 한단다.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 중의 하나가 바로 '부동산 값'이라는데, 참으로 요상하고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이번 서울 시장 선거의 또 다른 핵심 이슈 중의 하나가, ”정의“일 것이다. 특히 정의감 넘치는 청년 세대들에게는. 왜냐하면 정의롭다고 믿었던 이번 정권의 실세 중,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대학 입학과 관련해서, '탄핵당한 정권의 최순실 사태와 다를게 뭐냐?'는 울분 섞인 분노가 쌓여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는 결정적이고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하나(최순실)는 부패가 곪고 곪아 언론에 대한 정권의 온갖 탄압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사건이 밝혀지고 국민들이 분노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전 법무부 장관 후보)는 해당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면, 혹시라도 자신들의 조직에 피해가 올까 봐, 우리나라 최고의 수사기관인 검찰이 이 잡듯이, 그야말로 깡그리, 강압 수사를 했다는 점이다.
깡그리 강압수사든 뭐든 비리가 있었으니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렇게까지 수사를 한 배경에 윤 모 씨의 대선 출마라는 사적인 이유가 깔려있었다면, 다시 한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라는 국내 최고 수사기관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국민이 아닌 사리사욕을 위해서 사용한 게 되는 것이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보고 짖는 격이 되어서, '도대체 무엇이 맞는 것인지? ' 판단하기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 검찰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국민들이 많은 건 분명한 사실인데, 한국에서 검찰개혁은 결국 불가능한 걸까? >
김 막수 / 지금은 유행이 지난 80년대의 하부 구조론 / 검찰의 정치 개입 /
/부동산 / 무주택에 실업자 / 기호 12번....
오늘 4월 7일 수요일 서울 시장 선거를 앞두고 한참 동안이나 기권을 고려했었던 피터팬과, 평창동에 살고 있는 실업자 홀아비의 고민이 많아지는 선거 당일날의 자정이 깊어 가고 있다.
새벽으로 깊어가는 오늘 자정에 듣고 싶은 [음악의 흐르는 풍경] 속 노래는, 밥 딜런의 [BLOWING IN THE WIND]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이 노래이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된 것 같은 요즘의 하 수상한 세월을 버텨내고 살아가면서 정말로, 진심으로, 바람에게 물어보고 싶으니까,
"도대체 누굴 찍어야 서울 시민으로서 더 편하게 잘 살 수 있는 거냐고요?"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they call him a man?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How many times must the cannon balls fly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 봐야
비로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흰 비둘기가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야
백사장에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지나가야
더 이상 사용되는 일이 없을까요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 Blowing in the wind / Bob Dylan-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되는, [Blowing in the Wind]를 부르는 밥 딜런의 모습. 1963년 TV 생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