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와 서민 교수, 그 사이 어디쯤

-외모 지상주의에 반대합니다~~-

by 이안

초딩 짝 : 야! 피터팬.

피터팬 : 왜?

초딩짝 : 맨날 니가 송중기 닮았다고 얘기하면 재밌냐?

피터팬 : 송중기하고 나하고 닮지 않았어?

초딩짝 : 어디가?

피터팬 : 당근 얼굴이지. 똑같지 않아?

초딩짝 : (......................... )

피터팬 : 물론 몸은 송중기보다 내가 더 좋아서 밑지는 느낌이지만, 얼굴이 비슷하니까 좀 봐줘서 송중기.

초딩짝 : 내 눈에는 서민 교수를 닮은 거 같은데...


MBC에서 라디오 PD로 일할 때 서민 교수와는 약간의 친분이 있었다.

직접적으로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일로 서민 교수가 MBC 라디오에 출연했었고, 나도 몇몇 프로그램의 연출을 하면서 서민 교수를 '기생충 전문가'로 섭외하기도 했었다.

서민 교수와 대면을 피했던 이유 중 하나는, 나의 외모가 서민 교수를 닮았다는 주위의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후배 S. 그놈은 내가 나의 외모에 자부심을 느낄만할 때쯤인, 나의 '만땅 주량' 소주 2병이 넘어가서 “여의도의 현빈 PD”, “라디오 PD계의 송중기 론”을 꺼낼 때쯤이면, 꼭 “MBC의 서민 쌍둥이 론”을 꺼내서 나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혔었다.

사실 국내 최고의 기생충 전문가 서민 교수가 언론이나 방송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대략 10년 전쯤이었나? 경향신문에

서 교수가 난생처음 들어보는, “재미있고 인간적인 기생충 이야기”를 연재하고 나서부터 였다.


뉴스의 최종 목표인 특종보다도 어쩌면 칼럼으로 더 유명한 경향신문이었기에, 서민 교수를 발굴해 낸 것도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던 기생충학 전문가를 찾아내다니! 경향의 칼럼니스트 찾는 안목은 정말 대단했다.


그런데 서민 교수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매우 위급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는데 나의 잘생긴 외모가, 보는 관점에 따라 '3초, 서민’이 되기도했다는 거다. 나름 “라디오계의 현빈 PD”로 스스로를 이미지 메이킹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그룹 동생들이 방송국에 출연하러 올 때마다 자기 PR에 열을 올리던 내게는 마치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8년도의 금융위기만큼이나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던 거다!

내가 “현빈 론”을 하도 우겨대니까, 몇몇 걸그룹의 핵심 멤버들로 슬슬 (마지못해서, 억지로라도) 인정하고 있던 시점이었는데, 바로 그런 중요한 시기에 서민이라는, “듣보잡 외계 생물체“같은 인물이 기생충학의 스타로 급부상했던 것이다.


<우쒸!! 내가 보기엔 닮았는데... 별밤 PD 할 때, 아이유도 미쓰에이의 배수지도, '피터팬=현빈 론"을, 인정할까 말까... 했었는데...>


후배 S : 선배! 이 사진 봤어?

피터팬 : 뭘 봐? 너 또, 현빈 사진 보고 나하고 똑같다고 감탄하냐?

후배 S : (뭐래?) 여기 경향신문에 칼럼을 쓰는 교수가 선배하고 똑 같이 생겼어. 나는 아침에 사진만 얼핏 보고 선배가 기고한 칼럼인 줄 알았다니까.

피터팬 : 어디 줘봐, 현빈을 닮은 교수가 있다면 나의 경쟁자인데...

후배 S : 선배가 봐도 선배랑 똑같지?

피터팬 : ( 이 익숙한 느낌은 뭐지? 기생충 전문가 서... 민..? 이름처럼 평범한 서민의 인상을 갖고 있는 이 사람은 분명히 현빈과는 1%의 싱크로율도 없는데, 왜 내 신분증 속 사진과 별로 차이가 없는 거 같다는... 아주 기분 나쁜 하지만 강렬한 느낌이 오는 걸까?)


그날의 아주 기분 나쁜 후배와의 아주 불쾌한 대화를 나눈 이후, 나의 별명은 ”여의도 현빈 PD “에서, ”MBC 서민“으로 바뀌었다. 품행이 아주 불량하고 평소에 선배들에게 인사도 잘 안 하던, 그 나쁜 후배 S가 회식자리이건 스튜디오에서건 사무실에서건 동네방네, ”피터팬 = 서민“을 주장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사실 작년에 아내와 이혼을 하고 난 후, 이 세상에는 더 이상, ”당신처럼 생긴 남자가 딱 내 스타일이야 “라고 말해주는 '희한한 사람'은 지구별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내의 결혼식장에서 신랑인 나를 처음 본 신부의 친구들은, ”방송계 최고 미녀 작가인 B가, 왜 저렇게 생긴 남자랑 결혼하는지?“ 무척 궁금했었다는 후문도 있다.


신부 친구들 : 시댁이 강남에서 엄청 부자래~

피터팬 : (우리 아버지 작은 구멍가게, 문방구 30년째 하고 계신데... 요즘 대형 마트가 생기면서 폐업 위기인데... 여기 나 말고 다른 신랑이 있는 건가? )

신부 친구들 : 신랑이 MBC에서 제일 잘 나가는 PD래! 그래서 뒷돈을 많이 받겠지...

피터팬 : (요즘 어떤 기획사가 라디오 PD들에게 돈을 주냐? 선곡 파워가 케이블 TV와 인터넷 음원 서비스로 넘어간 게 언제 적 일 인대? 그런 거 없어진 지 500만 년 전이다!)


신부 친구들의 감언이설 따위는 아랑곳없이, 나의 엑스 와이프는 우리의 결혼생활 18년 동안,

피터팬 : 드라마 작가 대선배 김수현 선생님한테도 탤런트 하라는 얘길 들었던 사람이 왜 나랑 결혼했어?

엑스 와이프 : 당신? 잘 생겼잖아? 나는 당신처럼 생긴 사람이 좋아


라고 얘기해주었었다. 하지만 필자가 이혼을 하고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았던 1년 동안 아무도 나의 ”PD계 현빈 론“, 혹은 ”표선면 송중기 론“을 지지해준 사람은 없었다. (사실,, 제주도 표선면의 최고 미녀 송혜교 약사님은 딱 한번 동의해 준 적이 있기는 하다. 내가 하도 강력하게 주장하니까,, 마지못해서...)


-송중기와 서민 교수, 그 사이 어디쯤(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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