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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Jun 01. 2021

버려진 개는 어떻게 돌봐야 하나?

-피터팬의 버려진 개 길들이기 (2)-

필자의 지난 글 [피터팬의 버려진 개 길들이기(1)]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홀아비에 실업자인 피터팬이 살고 있는 동네 종로구 평창동에 2달여 전부터 들개 3마리가 나타났다. 아래 사진은 우리 동네에 나타난 들개 3마리가 혹시 굶어 죽거나, 아니면 배고픔에 지쳐서 자칫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까 봐 피터팬이 준비한 사료와 깨끗한 물이다.


<동네 들개들을 위해서 피터팬이 준비한 먹이통과 물. 처음에 검정개와 밤에 마주쳤을 때 어른인 나도 무서웠기 때문에, 이 길을 통학로로 다니는 어린 초등학생들이 걱정되어서 관할 구청에 신고를 했어요. 하지만, 행정인력의 부족, 포획의 어려움으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서면으로 받았어요. 그래서 이 개들이 지금보다 더 야생화 돼서 혹시라도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걸 멈추기 위해서, 먹이를 주고 길들이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이게 맞은 행동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 먹이통을 설치해두니까 들개 3마리 보다는 길냥이 2마리가 더 관심을 보인다. 피터팬이 먹이통을 둔 이곳은 원래 우리 동네 길냥이들의 아지트 중 한 곳이다. 길냥이들에게 먹이를 주려고 누군가가 나타나면 고양이들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나무 뒤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슬그머니 나타난다.

<들개들이 다른 동네에 있는 사이에 피터팬이 설치한 먹이통은 고양이들의 차지가 되려고 한다 >


피터팬이 살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나 여의도 같은 주거 밀집 지역보다 길냥이들이 더 자주 눈에 뜨인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주택가가 숨을 곳이 더 많아서 고양이들이 번식하기에 더 편한 건 지 아니면 북한산 아래 산동네가 공기가 좋다는 소문이 고양이 세계에도 퍼지면서 다른 동네의 고양이들이 이곳까지 원정을 온 건지도 모르겠다.


<영상 말미에 필자가 깜짝 놀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놀라지 마시라~ 뒤에서 작은 동내 개 한 마리가 갑자가 나에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나 쫄보냐? >


원래 이곳은 고양이들의 아지트였기에 왼쪽에 보이는 노란색 식판 위에 고양이 밥도 보인다. 이곳에 나 말고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시는 주민이 계신데 이 분은 매일 고양이들을 위한 통조림도 하나씩 열어 놓고 가신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 약 2달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들개들이 먹을 게 없다 보니 굶주림에 지쳐서 고양이 먹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사진 속 검정개가 뉴페이스 수컷 개를 향해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 자신의 배우자 흰색 암캐를(뒷모습이 보이는 개) 지키려고, 비교적 순둥~ 순둥~하게 생긴 뉴페이스 수컷 개에게 겁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셋이 서로 싸우거나 하지는 않고, 서로 각자의 영역을 지키고 산다. >


사진 속 개를 자세히 보면 얼굴이 보이는 하얀 개는 목줄이 있다. 나머지 검정개와 엉덩이가 보이는 흰 개는 남편과 아내 즉, 부부 사이다. 처음에 우리 동네에서 주인 없는 개가 목격된 것은 검정-하얀 개 커플 2마리였다. 그런데 한 달 정도 지나니까 목줄이 있는 하얀 개가 한 마리 더 나타났다. 셋의 이동 경로는 겹치는 걸로 보이는데 평창동 파출소 앞 세븐 일레븐을 기점으로 시작해서 평창 11길 오르막 길을 5분여 오르다가 평창 14길로 방향을 틀어 북악 터널 방향으로 간다. 이렇게 하루에 2번~3번 정도 평창동과 정릉 3동과 4동으로 이어지는 제법 넓은 지역을 계속 배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이들이 이렇게 배회를 하는 이유는 먹이를 찾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들 들개가 나타나면 동네 집개들이 사납게 짖기 때문에 겁을 먹고 계속 도망 다니는 중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검정개에게 닭고기로 만든 육포를 주는 데 성공했다. 원래 들개들은 인간이 준 먹이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들이 순순히 나와 교감을 하는 걸 보면 완전히 야생화 된 들개는 아닌 걸로 보인다> 


피터팬은 이들에게 먹이를 조금씩 주면서 이들이 무서운 들개로 변하거나 야생화 되어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고 싶어서 이들을 길들여 보기로 했다. 우선 이들이 좋아할 만한 닭고기 육포, 연어 육포, 양고기 치즈 등으로 이들의 관심을 사보려고 했다. 친구의 말로는 한번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들은 상처가 너무 커서 다른 인간이 주는 먹이를 잘 안 먹거나, 먹더라도 손위에 있는 걸 먹지는 않고 던져 주는 것만 받아먹을 거라고 했다.


<목줄이 있는 걸로 봐서 어쩌면 원래의 주인이 애타게 찾고 있을지도 모르는, 3번째로 우리 동네로 온 수컷 개는 순한 편이지만 사람을 많이 경계하고, 피터팬이 가까이 다가가면 겁을 먹고 급하게 도망을 친다. >

- 버려진 개는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3)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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