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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Sep 20. 2020

"그리움에 지쳐서/울다 지쳐서"

-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 3  with 양희은(2부)-

필자가 MBC 라디오에서 PD로 근무할 때, 양희은 선배님을 봬면 늘 선생님이라고 불렀었다. 
당시에 MBC 라디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선배님들 중에는, 강석 선배와 양희은 선배, 그리고 배철수 선배가 가장 어른이셨는데, 왜 유독 양희은 선배만 봬면, 무조건 ‘양 선생님~’ 이란 말이 튀어나왔었는지 모르겠다.      

강석, 배철수 선배에게는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이런저런 농담도 하고, 시시껄렁한 농담도 주고받았는데, 양희은 선배만 보면, 진짜 학교 선생님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아무 말이나 함부로 했다가, 양희은 선배가 ‘너 이름이 뭐니~!’하고, 야단이라도 치실 거 같은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라디오 PD로는 별 재능이 없어서, 양선배님이 진행하셨던 ‘여성시대’라는 MBC 라디오의 간판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을 기회는 없었다. 그저 멀리서, ‘양희은 선배님!, 제가 바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양선배님을 사모했던 이 아무개입니다’라고, 마음속으로만 안타까워했을 뿐이다. 


<MBC 라디오에서 1999년부터, 20년이 넘도록 [여성시대]를 진행하고 있는 양희은.>


[한국뉴스]에서 특별 기획 <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 >의 칼럼을 맡아서 써달라고 의뢰를 받았을 때, 양희은 선배님(이하 양희은)의 인터뷰는 꼭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양희은에게, 입사 후 25년이 지난 지금에라도, 피터팬 PD가 짝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양희은 선생님~ 저예요, 기억하시죠~~~? 

지금은 제주에서 글을 쓰며 살고 있는 피터팬 PD예요"

"아이~ 그럼 잘 알지... 잘 지내?"


인생은 나그네 길 /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 정 일랑 두지 말자
미련 일랑 두지 말자 /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양희은과 안부를 나누고, 오늘의 인터뷰를 위해서, 그녀의 가슴속에 가장 깊게 자리한, 한국 대중가요의 가사는 무엇인지 물어봤는데, 최희준의 [하숙생]과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라고 답해주었다. 이유를 물었다.      


“... 최희준 선배의 하숙생이 발표되었던 1964년 당시에,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어요. 최희준은 ‘4 클로버스’라고, [부모]의 유주용, [저녁 한때의 목장 풍경]의
위키리, [첫사랑 언덕]의 박형준 등과 함께, 미 8군 무대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하숙생]은 그전까지 듣던 음악인, ‘트로트 세상’과는 전혀 다른 새로움이었어요.
옷차림도 그렇고, 팝 음악에서 비틀스가 등장해서 충격을 줬던 것처럼,
젠틀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한국의 ‘냇 킹 콜’(Nat King Cole)이라고도 불렸던 최희준은, 1964년 실제로 냇 킹 콜이 내한했을 때, 지방 공연 일정을 취소하고 냇 킹 콜을 만났다. 사진 속에는, 4 클러 버스로 함께 활동했던, 위키리(좌측 끝 스포츠머리), 유주용 (오른쪽 끝)의 모습도 보인다.>


그리움에 지쳐서 /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 멍이 들었소      


“... [동백 아가씨]의, 꽃잎은 빨갛게 / 멍이 들었소 / 이 부분도, 어린 시절부터
뇌리에 깊게 남아 잊히지가 않아요. 당시에 이미자 선배의 동백아가씨는, 누구라도 불렀어요. 동네 전파사마다, 다~ 이 노래가 흘러나왔으니까... 내가 중학교 1학년 때는, 오디오가 집집마다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길거리를 오다가다 전파사 앞에서 [동백아가씨]를 들었는데, 어린 양희은의 머릿속에 진하게 남은 거지요...‘   


중학교 1학년 14살의 양희은 가슴속에, 가신 임이 그리워, 울다 지쳐 잠이 든 아가씨의 마음을, 붉은 동백꽃잎에 비유해서, ’ 빨갛게 멍이 들었소 ‘라고 시적으로 표현한 가사는, 어떤 울림으로 남았을까? 


양희은을 포크가수보다, 1983년에 발표한 ’[하얀 목련]의 양희은‘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얀 목련]은 앨범이 발표된 해 봄에, 암 투병을 하던 양희은이 병실에서 생의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애절한 심정으로 쓴 가사이다. 아름다운 노랫말로 대한민국 가사대상을 수상한 명곡이기도 하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 슬픈 그대 뒷모습     


양희은의 어린 시절 가슴에 새겨진, [동백아가씨] 속에서 붉은 눈물처럼 멍이 든 슬픈 동백의 감성이, 

’ 슬픈 그대 뒷모습을 떠올리는 하얀 목련‘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라고 피터팬 PD는 생각한다.      


<양희은의 [하얀 목련]이 최초로 수록된 서라벌 레코드의 양희은 신곡집 앨범.>


양희은에게 본인이 노래를 잘 부른다는 걸, 언제부터 알았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미취학 아동 때부터 동네 이곳저곳을 불려 다니며 노래를 불렀고, 학교에서도, ’ 희은아~ 너 노래 한곡 불러봐라 ‘하고, 선생님과 학급 친구들이 노래를 시켰기 때문에, 이른 나이에 깨닫고 있었다고 했다. 


그럼 앞의 두 노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와 최희준의 [하숙생] 뒤에 접속곡으로, 가장 잘 어울릴 본인의 노래로는 어떤 곡을 추천했을까?      


... [백구]죠. 나의 어린 날을 선명하게 기억하게 해주는 타임머신 같은 노래니까... 나의 어린 시절 마음 깊이 남았던 두 선배의 노래와
[백구]가 잘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치면서도 양희은 선배께, ’ 제가 사춘기 중학생 시절부터 선배님을 사모했습니다~‘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때로는 ’ 붉은 멍을 가슴에 안고 / 슬픈 그대 뒷모습/‘을 그리워하는 것도, 최백호 선배의 가사처럼 ’ 실연의 달콤함‘이 남아 있으니까.  


* <양희 편의 기사와 관련, 양희은 선배님께서 직접 꼼꼼히 수정을 봐주셨다. 지면을 통해서, 대 선배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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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PD 피터팬은, <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이라는 음악 칼럼을, 인터넷 신문사 <한국뉴스>에도 

연재하고 있다. 


http://www.24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0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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