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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Sep 20. 2022

손흥민의 토트넘과 윤석열 대통령

-그 멀고 먼, 의전 전략-

브런치에서 이안 작가에게 여러 번,

“한 달째 글을 작성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여...”

“아니 이럴 수가!! 두 달째 글을 작성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여...‘

”심지어 세 달째 글을 작성하지 않으셨다뇨?... 하여... “      


라면서, 브런치에 제발 기고를 해달라고 독촉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도 여러 번 나의 마음의 고향 같은 이곳 '브런치'로 돌아와서 글을 쓰고 싶었지만, 지난 6월 이후 너무 바빴다. 우선 7월엔 <손흥민의 토트넘>이 한국에 체류하는 일정을 책임지는 이벤트 회사에서 단기 알바로 일을 했고, 8월엔 두바이를 중심으로 K-CULTURE를 중동지역에 판매하는 이커머스 회사에서 기획 업무를 했었다.      


그리고 위 두 직장에서의 업무를 어느 정도 마치고 나자, 9월엔 새로운 일을 알아보느라고 바쁜 나날이었다. 나 역시 지난 세 달여 동안 책상에 정자세로 앉아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에 글을 작성해봤지만 이내 다 지워버리고 노트북을 닫은 기억이 여러 번 있었다.  

    

'올 가을을 거치면서 내 마음속 감성들이 가을의 잎들이 붉게 물들어 가듯
숙성되면, 겨울의 초입 쯤에는 다시 글을 쓸수 있겠지'


라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요즘 몇 가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내 생각을 지면에 적어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손흥민의 토트넘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내가 2주 정도 머물렀던 PPI라는 회사는, VIP나 국제행사 의전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였다. 그리고 나는 토트넘의 선수들과 토트넘 축구단의 회장, 전문 스태프들이 머물렀던 여의도 콘레드 호텔에서 토트넘을 위한 차량 배치 및 의전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은 <토트넘-세비야> 경기가 있었던 토트넘의 마지막 한국 일정 중에 일어났다.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저녁 8시에 경기가 예정 되어 있었고, 모든 국제 축구 경기에서 선수단은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도착하는 게 룰이다. 왜냐하면, 1시간 정도 훈련을 통해서 현지 운동장에 적응을 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근육을 보호하는 바나나 등의 식단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기서 휴식이 매우 중요한데, 스포츠 사이언스에서 선수들에게 일정 시간 훈련을 시켰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휴게 시간을 반드시 부여한다. 이유는 당연하지만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근육이 적절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줌으로써 부상도 방지하고 본 게임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토트넘 선수들이 토요일 오후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출발하는 시간과 관련해서, 선수들의 차량 의전을 책임지는 우리 회사와 토트넘 선수들의 일정을 책임 지는 매니저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우리들은 이번 행사의 주최사인 쿠팡의 요구에 맞도록, 오후 4시에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출발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토트넘에서는 오후 5시 전 출발은 절대로 안된다는 거였다.


우리가 4시를 주장한 이유는 토요일 오후 여의도에서 수원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고질적인 정체 구간이기 때문에, 오후 4시를 넘겨서 떠난다면 경기 시작 2시간 전까지 도착하지 못하게 되고 그럼 관객들이 경기 시작시간 저녁 8시를 넘겨서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토트넘 측은 선수들 부상방지 및 보호 차원에서 오후 5시 전 출발은 절대로 안된다는 거였다.


상황은 이러했다. 토트넘의 콘테 감독은 나쁘게 말하면 '독종 감독'이라서 케인이나 손흥민 같은 월드스타들에게도 '정말이지 토가 나올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매일 시키는데, (한국에서 7일 동안 체류하는 기간에도, 오전/오후 2차례 훈련을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토요일 경기를 앞두고도 사전 훈련을 했고, 훈련 후에 선수들의 근육보호와 부상 방지를 위해서 호텔안에서 반드시 5시까지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거였다.     

 

지난 여름에 한국을 방문한 토트넘 전체 선수들의 몸값은 1조가 넘는다고 들었다. 이들 선수들에게 부상이라도 생긴다면 정말 큰일 일수 있으니, 우리 회사가 양보를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흘러갔는데, 최종적으로 우리는 4시 40분에 선수들 차량을 출발 시키는 걸로 한 발씩 물러나서 타협을 했다.      


대신 우리 회사는 선수단들이 탄 버스를 가장 안전하면서도 신속하게 수원 월드컵 경기장까지 운전할 수 있는 베테랑 운전기사분들로 배정했음은 물론이다. 결과는 이미 그날 경기장에 있었던 4만여 명의 팬들이 알고 있듯이, (선수단들의 버스가 여의도에서 수원까지 2시간은 걸릴 수 있어서) 경기 시작 시간이 예정보다 늦어질 수도 있을 거라는 불안한 예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1시간 만에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다. 결과적으로 예정된 오후 6시보다  10분 더 일찍 5시 50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요즘 국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여왕 영결식에 지각을 해서 결국 '조문 취소' 사태까지 벌어진 것에 대하여, 영국까지 혈세를 낭비하면서 헛고생해서 간 거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여름 나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우리 회사의 가장 유능한 직원이었던 베테랑 고 과장은, 금요일 밤 자정이 넘도록 토트넘 매니저와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면서 토트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조리 짜내었다. 그리고 마침내 차량 의전은 대성공이었다!!! 이처럼 VIP 의전은 치밀하게 준비하고 계획하고 또 최선의 노력을 하면 결국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는 일이었다.      


하물며 한 나라 대통령의 해외 국빈방문의 경우는 어떠할까? 더구나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근대 이후 가장 존경받고 인기도 많은 국제적 스타이자 영향력이 매우 큰 정치인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의전팀은 도대체 무슨 준비를 어떻게 했던 걸까?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서투른 대통령 의전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격이 떨어진다는 심각한 문제제기는 이전에도 제기되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 이안작가가 보기에 문제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등의 인사에서 보듯이 자기 쪽 사람들만을 챙기기 위해서 의전팀에도 자기편 사람만 심으려다가, '무능하고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책임자로 있어서' 이처럼 국제적으로 망신살 뻗치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건 국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큰 문제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다. 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일을 두고 술자리에서 이런 얘길 주고받았다.      


김 모 여사 : 어머! 늦었다고? 아이~~ 오빠 차라리 잘됐다. 우리 이 기회에 버버리 아울렛이나 가자 !!
윤모 대통령 : 그래.. 그러지 뭐.. 조문까지 할 거 뭐 있어.. 관광이나 하자고...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냐고? 제발 아니길 바라고 아마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게끔 그동안 신뢰를 쌓지 못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VIP 의전은 VIP의 소중한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아끼면서도, VIP가 하려는 일을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보좌하는 일이다. 도대체 우리 정부 어디에 구멍이 나서 일처리가 이렇게 미숙하게 되었나? 게다가 현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은 있나?       


<근대와 현대 역사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왕'이었던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 70주년. 여왕과 가족들>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있을 때는 상대 진영이 극악무도한 독재자이거나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진영이었기 때문에, 두 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서도 용서하고 지지했었다. 또한 이명박 박근혜씨가 대통령이었을 때는 잘한 일이 있어도 외면하거나 비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나의 생각은 달라졌다.      


선거의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때론 보수진영에서 때론 진보진영에서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진보진영 혹은 보수 진영의 대통령만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고, 다른 진영의 대통령은 큰 실패를 하게 된다면 그 5년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비록 내가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제발 대한민국 망신시키지 말고 좀 잘해서 우리나라의 국격이 올라가게 되길 바란다. 문재인 정부가 무능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우리 편 사람들' 즉 무리한 코드 인사를 하다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준석 사태'를 비롯해서 현 정부가 자기 코드의 사람들만 챙기고, 자기와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능력과 관계없이 내치는 구태에서 벗어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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