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 키 2미터, 몸무게 120킬로그램 그리고 100미터를 2초에 주파하며, '눈앞의 적을 죽일 생각'밖에 하지 않는 이 생명체의 이름은 무엇일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아이의 이름이 바로 그 유명한 ‘뮤츠’라고 정답을 말해줘도, “뭐? 뮤.... 뭐라고?” 라며 반문할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뮤츠에 대한 아주 소중한 기억이 있다.
세상사 모든 것들이 음과 양이 있고, 어둠과 밝음이 있듯이 뮤츠에 관한 슬픈 기억 역시 있다.
그럼 지금부터 나와 뮤츠의 소중하고 슬픈 이야기를 들려줄까 한다.
우선 뮤츠에 대해서 소개를 좀 더 하자면, '하얗고 차가우면서 서늘한 눈빛에 신비로운 미소'를 띠고 있는 이 아이는, 어린아이들에게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캐릭터 중 하나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 이어서 출시된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2022년 6월 셋째 주 이번 주 목요일이 오기만을 잠을 설치며 기다리게 한 원흉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오늘 6월 16일 오전 10시부터 가상의 공간에 설치된 체육관에서 그 유명한 뮤츠를 원하는 만큼 잡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2주 정도의 제한된 기간 동안에만 가능하고, 한번 잡는데 거금 천원이 든다.
뮤츠의 생김새는 아래 그림과 같다.
얼핏 보면 40여 년 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외계 생명체 '프리저'와 상당히 유사한데 실제로 프리저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설도 있다. 프리저는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 전투병이었는데 그런 이유로 심지어 드래곤볼의 주인공인 손오공조차 초싸이언까지 진화한 후에도 프리저를 만나면 쩔쩔맸었다.
<차갑고 신비로운 매력 덩어리 뮤츠>
[드래곤 볼]의 '프리저'처럼 포켓몬 고의 '뮤츠' 역시 전투력은 매우 강력하지만 사악한 마음을 갖고 있다. 원래 뮤츠의 어머니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뮤'는 착한 마음과 선한 눈 그리고 예쁜 얼굴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과학자가 '뮤'를 진화시키기 위해서 여러 번의 유전자 조작을 하다가 그만 '뮤츠'라는 그 어떤 생명체보다 강력한 전투력을 갖게 된 돌연변이가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뮤츠의 슬픈 운명이랄까? 뮤츠는 자신의 눈앞에 누가 오던, 모든 생명체를 적으로 간주하고 오로지 싸워서 죽일 생각만 한다.
냉동 심장을 가진 뮤츠도 언젠가 따뜻한 마음이 생길까?
나에게 뮤츠가 가장 강력한 몬스터라고 말해 주었던 사람은 바로 2년째 만나지 못하고 있는, 나의 첫째와 둘째 아이들이였다.
“아빠! 뮤츠는 지금까지 발표된 포켓몬 고의 몬스터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또 가장 인기 있는 녀석이야”
"뮤츠가 나오면 아빠랑 꼭 같이 잡으로 갈 거야!"
그래서 내가 활동하는 여의도 포켓몬 단톡방에서 쓰는 나의 별칭을 '뮤츠'라고 정하고 도대체 최고의 전투병기 뮤츠가 언제 여의도 공원에 강림할까? 손꼽아 기다렸고, 드디어!! 뮤츠가 대한민국 서울에 니타날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5년 전 늦여름에.
하지만 나로 하여금 뮤츠를 평생토록 짝사랑하게 만들었던 우리 집 아이들은 막상 뮤츠가 나올 때가 되니까, 큰 아들은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에, 그리고 둘째 아들은 [마인 크래프트]에 정신을 홀딱 팔리게 되어 뮤츠나 [포켓몬 고] 따위에는 관심도 두지 않게 되었다. 내가 가끔 '그래도 언젠가 뮤츠가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라고 물으면, 뮤츠에 대한 짝사랑이 극진한 아빠가 불쌍했던지, "뭐 그럴 수도..."라고 쿨하게 응답해주기는 했지만.
처음에 내가 어떻게 포켓몬 고에 열광하게 된 건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당시에 11살 초등학생 막내아들이 '아빠! 나도 우리 반 친구들처럼 [포켓몬 고] 하고 싶어' 라며 내 핸드폰에 어플을 깔았었고, 처음에 나는 '뭐 이런 재미없는 게임이 다 있을까?' 하면서 심드렁했었다.
그러다가 이런저런 예쁘고 귀여운 몬스터들을 한 개 두 개 모으게 되었는데(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어린아이들은 이미 관심이 끊어진 뒤에도 나 혼자 '몬스터들에 대한 한없이 깊어가는 애정'과, '다정도 병인양'한 살뜰한 심정이 큰 병으로 발전되어, 하루에 적어도 50 여마리 정도의 몬스터들을 잡지 않고는 잠이 오지 않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소리를 들은 내 사회 친구들은 '그 따위 몬스터들을 잡으면 돈이 되냐?'는 말을 제일 먼저 하는데 물론 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미술품 수집가들이 거금을 들여 그림을 사 모으듯이, 클래식 애호가들이 애지중지 클래식 LP판을 사 모으듯이, 우리의 [포켓몬 고] 게임의 유저들은, 마치 자신이 전사가 된 듯이 몬스터들에게 혼신의 힘을 실은 강력한 커브볼을 던져서 귀엽고 예쁜 몬스터들을 수집한다.
인류가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나서부터 시작한 것이 바로 뭔가 흥미로운 것을 집에 쌓아두는 것이 었을 텐데 우리 포켓몬 고 동호인들은 수천 마리의 몬스들을 핸드폰 안에서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본론으로 들어가서 나와 뮤츠의 아름다울 만큼 슬픈 사연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