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만 쌓이네-
나는 어린 시절 고집이 무척 센 아이였다.
부모님 속도 많이 썩였는데
한 번은 길에서 바나나를 보고,
-당시에는 바나나가 아주 귀했었다-
바나나를 안 사주면 안 가겠다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뒹구는 바람에
당시로서는 거액의 금액으로 어쩔 수 없이
엄마가 바나나를 사주자 환하게 웃으면서
일어났다고 한다.
또 한 번은 내가 꼭 보고 싶어 하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부모님 일정 때문에 밖에 나갔다가 늦어서
그 프로그램을 못 보게 되자
심통이 나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상당히 오랜 기간 단식에 통곡을 이어갔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이처럼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꼭 가지려 했고
보고 싶은 게 있는데 못 보면 병이 나는
못된 고집쟁이 아이였다.
요즘 내게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을 못 보면 병이 날 거 같은데,
어린 시절처럼 생떼를 부릴 수도 없으니
어떻게 그리움을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
막무가내로 보겠다고 우기면
그 사람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과 2주 동안 서로 만나지 않기로 약속을 해버렸다.
못 보면 그리워 병이 나면서도
이상하게도 만나면 다시
너무 좋아서 병이 날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해가 뉘엿 넘어가면 들르던
동네 놀이터에는 낙엽이 쌓이고 있다.
이래저래 내게도 그 사람에게도
그리움이 쌓여가고 있다.
이래저래 사랑은
해도 병, 안 해도 병인,
'가을이란 계절'을 우린 함께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