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둘이서...-
가을비가 여름비처럼 내렸던 오늘 오후
잠시 대학시절의 그녀 생각이 났다
당시 우리 고대 무역학과 88과
성신여대 모학과 88학번은 함께 수학여행을 갔었는데
갔다 와서 학생회 집행부들끼리 따로 뒤풀이를 했었다.
(사실 수행여행이었는지, 농활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ㅋ)
암튼, 뒤풀이를 하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고
나는 잠시 빗소리를 듣고 싶어서 어두운 밤에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성신여대 88 학번 중 가장 미녀인
그녀가 갑자기 내 우산 속으로 쏙 들어왔다.
그리고 내게 좀 같이 걷자고 했다.
나는 사실 그때까지도 (무려 22살!)
여자 손도 잡아본 경험이 전무한 지라서...
그런 순간이 너무 어색해서,
가슴만 뛰고 얼굴은 빨개지고 말았다.
그녀는 우산 속에서
내게 이런저런 다정스러운 얘기를 해줬는데
난 아마도 그 낭만적인 여름밤에
둘만 있던 우산 속에서 고대 정문 앞 길을
단 둘이 걸으면서,
"독재정권 타도!!" 뭐 그런 얘기를
나불댔던 거 같다..
좀 더 걷다가,
그녀는 내게 흥미를 잃었는지
원래 술자리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리고 돌아온 술자리에서도
간혹 그녀의 다정한 눈길을 느끼기는 했지만,
난 그건
'독재정권 타도를 향한 동지애' 쯤으로
생각했던 거 같다..
오늘 낮에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는데,
그날,
그 여름밤 일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리곤 이제야
알 거 같았다
그 눈빛은 아마도
'독재정권 타도 투쟁'
을 말한 건 아니었던 거 같다고...
그녀는 잘 살고 있을까?
그 이후에도 내 생각을 한 번이라도 했을까?
내가 이제라도,
나 지금 돌싱인데..
비 오는 날
수제비라도 같이 먹으면서,
윤석열 정권 탄핵투쟁
같이 하자고
연락하면 나와줄까?
음..
암튼 청춘사업 가로막는
나쁜 정권이 문제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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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는 #은마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