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멸치 잡기의 달인' 표선면 김인순 할머니

-꽁치만 한 멸치가 바구니 안으로 스스로 골인!-

by 이안

서울에서 친구 L 부부가 제주에 놀러 왔다. 친구 부부에게 제주에서 제일 맛난 돼지고기를 맛 보여 주기 위해서, 표선항 바로 앞에 있는 [제주 흑돈 세상 수라간]에 함께 가기로 하고 저녁 7시에 약속을 잡았다.


표선면에서 바다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 표선항 주변이다. 작고 아담한 항구 쪽 바다도 아름답지만, 맞은편 표선해수욕장도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백사장과 푸른 바다, 그리고 저녁 무렵이면 노을 속으로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 역시 장관이다.


표선면 [수라간]은 제주 흑돼지 전문점인데 고기가 맛있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함께 나오는 제주식 다양한 밑반찬들 또한 가히 일품이다. 여자 사장님께서 워낙 음식에 조예가 깊고 손맛이 좋으셔서, 제주의 다양한 토종 식재료로 맛깔나게 만드시는데,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조미료 맛이 아닌 신선한 식재료가 주는 맛이, 입안 가득 풍요롭다.


표선항은 저녁 무렵 시원한 바람이 불 때면 혼자 산책하기에도 좋기 때문에, 약속 시간보다 좀 일찍 나갔는데 태어나서 나도 처음 보고 주위 관광객들도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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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방향을 잃은 멸치 떼가 항구 위로 올라오고 있다. 주민분들이 맨손으로 멸치를 잡는 모습 >


‘저기 봐! 저기 봐! 고기를 맨손으로 막 잡는다!! 한번 가보자’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온 4인 가족이, 표선항 선착장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도 자세히 보니 표선항 주민 여러분이 모여서 손으로 고기를 잡아 바구니에 마구 넣고 계셨다.


‘아니! 물 반 고기반이라더니, 저 모습이 바로 그것인가?’


하지만, 물 반 고기반이라는 말은, 주로 여름철 갈수기에 작은 저수지나 물 웅덩이의 바닥이 보일 때, 메기나 잉어 같은 고기가 모여있을 때나 하는 말이지,


‘평생 마를 일 없는 바다에서 어떻게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단 말인가?’ 호기심에 나도 그곳으로 정신없이 달려가 봤다. 그런데 정말로 젊은 청년 5~6명과 할머니 한 분이, 김용의 무협소설 [영웅문] 속 곽정의 ‘맨손 신공’을 능가하는 ‘도술’을 펼치며 멸치를 낚아채고 계셨다.


어떤 청년은 뜰채를 들고 있었는데, 바닷물에 한번 담갔다 빼면, 수십 마리의 ‘꽁치 크기 만한 멸치’가 건져 올려졌고, 어떤 아줌마는 바닷가에서 샌들을 신은채, 발로 멸치를 툭툭 치니까 멸치가 육지로 우수수 떨어졌다. 나와 오랫동안 동영상을 촬영한 [표선면 흑돼지고기 맛집] ‘수라간’의 건물주 할머니는, 손으로 멸치를 마구 건져 올리시거나, 작은 바구니를 멸치가 지나가는 길목에 갔다 대고 있으니, ‘꽁치보다 큰!’ 멸치들이 3~5마리씩 바구니 안으로 ‘골인’을 했다.


연세를 여쭤보니 올해 75살의 할머니는, 마치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의 로봇팔처럼,

동작 1. 바구니를 바닷물에 담그기

동작 2. 고기가 바구니에 스스로 철퍼덕 들어오면, 그걸 얼른 ‘잡은 고기를 모아두는 노란 통’에 넣기

를 반복하셨는데, 매 5~6초마다, 어떤 때는 5마리가 한꺼번에, 5점 슛!, 어떤 때는 3점 슛, 아쉬울 때는 1점 슛에도 오른팔 왕복 운동을 열심히 하셨고, 표선면의 신선하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꽁치보다 큰 멸치는 ‘노란 통’ 안에 100마리 ~ 200마리씩 쌓여갔다.


게다가 할머니는 왼손을 놀리시지도 않으셨다! 강호의 고수들도 울고 갈 ‘양팔 권법’ 시전 하셨는데, 오른손이 ‘바구니 권법’을 펼쳐 보이는 동안, 동시에 왼손으로는, 멸치가 스스로 바닷가 작은 바위로 올라왔기 때문에 그걸 줍느라 바쁘셨다!!


‘럴수, 럴수, 이럴 수가!!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로구나~~’


나 역시 쉬지 않고, ‘할머니의 양손으로 고기잡기 무공’을 촬영하면서 할머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피터팬 : “할머니! 멸치가 이렇게 육지로 스스로 올라오는 일이 자주 있나요?”

할머니 : “아니여 나도 처음 봐”

피터팬 : “할머니 여기서 오래 사셨어요”

할머니 : “그러지 여기가 고향이여”

피터팬 “ 정말 신기하세요 그런데 멸치가 원래 이렇게 커요?”

할머니 : “아니지~ 이게 크게 맛있는 좋은 멸치여~”

피터팬 : “ 아니, 그런데 멸치가 왜 이렇게 땅으로 올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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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로 스스로 올라오는, '꽁치보다 큰 제주도 표선면 멸치들!>


그러자 반대편에서 뜰채로 멸치를 몇십 마리씩 한꺼번에 잡던, 표선면 선주(船主) 아저씨 한분이 대신 대답하신다.


선주 : “고등어 때문이여~ 고등어가 멸치를 먹는데, 고등어 떼가 요 아래로 왔거든,

그러니까 멸치들이 도망가다가 길을 잘못 든 거야~~”

할머니 : “멸치들이 코로나 때문에 제주로 온겨~, 제주도가 깨끗 함수다. 그러니까 제주로 피신 온 거지~”

“그런데 이렇게 잡으려니까 미안하네~ㅎㅎㅎㅎㅎㅎ”

관광객 : “멸치가 바구니 속으로 자살골을 넣네! 죽으려고 환장했나 봐~~”

선주 : “어 거기 거기 땅으로 올라온 멸치 좀 주워 담아라~”

피터팬 : “그런데 고등어가 요 앞바다에 왔다면서, 선주 아저씨는 고등어 잡으로 안 가고 손으로 멸치를 잡고 계시네요?”

선주 : “이 멸치가 조림으로 먹으면 맛이 끝내줘~~ 고등어보다 훨씬 맛있어!”

할머니 : “회로도 먹고 튀김으로도 먹고, 조림으로도 먹고, 많이 잡으면 젓갈로도 만들지~”

“내가 저기 흑돼지고지 식당 [수라간] 앞에 앉아 있는데, 오후에 가만 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고기를 손으로 막 잡고 있어서 나도 얼른 달려왔지~~”

피터팬 : “아!~ 제주 최고의 돼지고기 맛집, 여자 사장님께서 이효리보다 더 아름다우신 그곳의 건물주 할머니시군요!”, “할머니 저 음악 PD 피터팬이, 할머니가 손으로 고기 잡는 거 잘 찍어 유튜브에 올려서, 표선면 스타 할머니로 만들어드릴게요~~”

할머니 : “나야 좋지! 많이 찍어 ~~ (화면을 보면서) 표선면 흑돼지고기 집, [수라간]으로 많이들 오세요~ 고기 맛도 좋고, 채소도 많이 주고, 싱싱하고, 밑반찬들도 다 좋은 재료로 만들었어요~~ 아싸~~!!!”


흥이 많으신 ‘표선면 맨손 고기잡이 스타’ 할머니는 말씀도 구성지게 잘하셨다. 내가 서울 아내와 이혼하고 제주에서 홀아비로 혼자 살고 있다고 말씀드리자, 할머니는 딸이 있다고 하신다. 그래서 나를 사위 삼으시겠냐고 하니까,


할머니 : “마누리한테 쫓겨난 홀아비한테, 어느 누가 딸을 시집보내? 그리고 내 딸은 쉰 살이 넘었고 손자 나이가 25살이야 ~!”

피터팬 : “그럼 딸 얘기는 왜 하신 거예요? 실망이에요ㅠㅠㅠㅠㅠ”

할머니 : “그러니까 제주에서 여자 찾지 말고 서울 아내한테 싹싹 빌어~~ ”

피터팬 : “서울 아내가 용서 안 한대요, 이미 이혼했다니까요! ”

할머니 : “그거 잘 되었네, 아내 말 안 듣다 쫓겨난 놈은 고생 좀 해봐야 혀~~”


와와 와와 왕왕왕~~~~


피터팬 : “할머니 맨손으로 고기도 잘 잡으시고, 말씀 너무 재미있게 잘하시는데, 저랑 [제주 할망과 서울 홀아비]로 유튜브 같이 하실래요?

할머니 : ”그려? 좋지 그럼 [흑돼지 전문점, 수라간]도 홍보되는 겨? “

피터팬 : ‘그럼요~~ 대신 유튜브 수익은 8:2 예요?”

할머니 : “........... ”

이안 : “7:3이요!!:

할머니 : 딜!!


PS. 일단, 급한 마음에 편집 안 한, [표선면 슈퍼스타 할머니의 맨손으로 멸치 잡기 신공(神工)] 영상을 함께 올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업로드될 음악 PD 피터팬의 [제주 할망과 서울 홀아비] 유튜브 채널도 기대해주세요~~^^ (야호! 7:3이닷!! 이러다가, 피터팬 억만장자 되는 거 아닐까요? 돈을 벌면 땅 사서 동백나무 숲을 만들 거예요!!! 응원해주세요 ~~~)


https://www.youtube.com/watch?v=eNJwQsDhAKQ


<맨손 멸치잡기 달인 서귀포시 표선면 김인순 할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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