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이 될 수 있나?
칸트와 부처의 토론

-이성, 자유, 자아, 고, 중도-

by 이안

고요한 새벽, 먼 우주의 한 점에서 부드러운 빛이 일렁였다.

그곳에 부처님과 임마누엘 칸트가 조용히 마주 앉았다.

이 만남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순수한 사유의 세계에서 이루어졌다.


칸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부처님,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에 존엄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입법하는 존재, 즉 목적 그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떤 것도 인간을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제 신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처님이 부드럽게 답했다.

"인간은 고정된 자아가 없으나, 연민과 지혜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습니다.

참된 존엄은 자아를 고집하는 데서가 아니라, 집착을 놓고 모든 존재와 하나 되는 데서 나옵니다. 『법구경』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를 아끼는 자는 모든 존재를 아끼라.' 인간은 이성만으로가 아니라,

모든 존재와의 깊은 연관 속에서 존귀해집니다."


칸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인간만이 스스로 법칙을 세우고,

고통을 껴안고,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십니까?"


부처님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바로 그러합니다. 생명의 고통과 연민을 체험하는 존재만이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숫타니파타』에도 이르기를, '고통을 아는 자만이 세상을 구제할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칸트가 다시 물었다.

"그러나 부처님, 저는 도덕법칙, 정언명령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습니다.

인간은 이성으로 옳고 그름을 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관점은 무상과 공의 가르침과 충돌하지 않습니까?"


부처님은 고요히 답했다.

"나는 모든 규범조차 무상하다고 봅니다. 옳고 그름마저도 조건 지어진 것입니다.

『금강경』에서 설하였듯, '법조차 버려야 할진대, 하물며 불법이 아닌 것을 말할 것인가?'

집착을 내려놓을 때 진정한 자유가 옵니다."


칸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다시 질문했다.

"저는 인간을 자율적 주체로 전제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입법하는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그러나 저 자신도 인간 이성의 한계를 느낍니다. 우리는 현상은 인식할 수 있으나,

물자체는 알 수 없습니다. 부처님, 이 인식의 한계를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부처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아는 인연 따라 생겨난 이름일 뿐입니다.

『중론』에서는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생기고, 인연이 사라지면 소멸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참된 앎은 대상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흐름 속에 존재를 비추는 것입니다.

인식의 한계를 깨닫는 것은 지혜의 시작입니다."


칸트가 더욱 진지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철학은 현실의 문제에 어떤 힘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전쟁, 환경파괴, 사회 갈등, 정치 양극화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은 고요히 대답했다.

"고(苦)의 근원은 집착과 무지입니다. 전쟁도, 갈등도, 환경파괴도 모두 욕망과 집착의 결과입니다. 『숫타니파타』는 말합니다. '욕망에서 벗어난 이는 평화를 얻는다.' 고통을 직시하고, 연민과 무아를 체득한다면 평화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칸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저는 '영구 평화를 위한 구상'에서 국가들이 법과 이성에 따라 자유롭고

평등한 연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편적 도덕법칙을 통해 자국 이기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현실 권력 정치의 냉혹함은 이성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벽이 되기도 합니다."


부처님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인간이 집착을 내려놓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사회 전체가 동시에 각성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난다면,

『법구경』에서 말하듯 '물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루듯'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칸트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결국 개인 내면의 변화와 제도적 정의, 둘 모두가 필요하군요."


부처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칸트가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인간과 같은 존엄을 가질 수 있을까요?"


부처님은 고요히 답했다.

"인공지능은 계산과 최적화는 할 수 있지만, 스스로 법칙을 입법하거나,

연민과 고통을 껴안을 수는 없습니다. 자아도, 집착도, 깨달음의 가능성도 본질적으로 없습니다.

『화엄경』에서 말하듯, '지혜 없는 지식은 허공에 메아리치는 소리와 같다.'"


칸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인공지능은 목적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스스로를 목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조용히 말을 맺었다.

"인간은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 스스로를 초월하고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반야심경』은 이르기를, '심심 미묘한 진리, 그 끝없는 공 속에서 참된 자유가 깃든다.'"


칸트가 깊은 감동에 젖어 말했다.

"비록 우리의 철학적 방법은 다를지라도,

인간 내면의 위대함을 긍정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합니다."


부처님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별빛 아래, 칸트와 부처님은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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