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엔 별이 빛나고 있었다. 바람은 조용히 불었고,
은은한 등불 아래 두 인물이 마주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청정한 빛을 내는 부처님.
다른 한 사람은 그리스 최고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존귀하신 분이시여, 듣자 하니 당신께서는 진리를 설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부처님은 고요히 미소 지으며 답했다.
"소크라테스여, 그렇다. 진리는 존재하지만, 그 진리는 고정된 것도, 실체도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마를 찡그리며 물었다.
"진리가 있다면서 동시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부처님은 조용히 『금강경』의 한 구절을 읊조렸다.
"일체 유위법(有爲法),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여전(如露亦如電),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형성된 모든 것은 꿈, 환영, 거품,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 번개와도 같다. 그렇게 보아야 하느니라."
소크라테스는 곧장 반문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세계는 실재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합니까?"
부처님은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부드럽게 답했다.
"그대가 듣는 소리, 그대가 느끼는 감정, 그대가 붙잡으려는 생각들은
모두 인연 따라 잠시 일어났다 사라질 뿐이다.
그러므로 그것들을 집착하지 말고, 자유로이 바라보아야 하느니라."
소크라테스는 잠시 생각하다 또 물었다.
"하지만 어떤 것이라도 진리로 규정할 수 없다면, 인간은 어떻게 올바름을 추구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은 미소 지으며 또 한 구절을 읊었다.
"법상비상(法相非相), 시고여명(是故如名)."
"모든 법의 상(모습)은 참된 모습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이름 붙여 부를 뿐이다."
"그러므로 올바름 또한 고정된 형상이 아니다. 상황과 인연에 따라 깨어 있는 지혜로써
순간순간 가장 자비롭고 바른 길을 찾아야 하느니라."
소크라테스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즉, 절대적 선이나 절대적 정의 같은 것도 없단 말입니까?"
부처님은 다시 잔잔히 웃었다.
"그대가 말하는 절대적 선은 개념에 불과하니라.
선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중생을 이롭게 하는 행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면 인간 존재란 무엇입니까? 우리 각각은 어떤 실체도 없는 것입니까?"
부처님은 『금강경』의 또 다른 구절을 인용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어디에도 머물지 말고 마음을 내어라."
"자아에 집착하지 말고, 현상에도 머물지 말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도
얽매이지 말아야 하느니라. 마음은 자유로워야 하고, 그 자유로움 에서 참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턱을 괴고 오래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에도 머물지 않는다면,
삶은 공허해지지 않겠습니까? 삶은 의미를 잃지 않겠습니까?"
부처님은 부드럽게 답했다.
"삶은 본래 공(空)이니라. 그러나 그 공성(空性) 속에서 연민이 피어나고, 자비가 흐르며,
깨어남이 자라난다. 공허함을 두려워하지 말라. 오히려 그 공허함 덕분에
우리는 진정한 사랑과 깨달음을 꽃피울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물었다.
"만약 모든 것이 인연 따라 생겼다 사라진다면,
우리 인간의 의지란 의미가 없는 것입니까? 우리는 운명에 끌려 다니는 존재입니까?"
부처님은 고요히 답했다.
"그대가 인연을 따라 태어났듯, 그대의 의지 또한 인연 가운데 존재하니라.
그러나 깨어 있는 자는 인연을 선택하고, 인연을 조율하며,
자신과 타인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다. 의지는 헛되지 않으니라.
다만 그 의지조차 집착하지 말지어다."
소크라테스는 다시 깊은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지혜란 무엇입니까? 배움이란 무엇입니까?"
부처님은 『금강경』의 말을 다시 읊조렸다.
"제법본무주(諸法本無住), 시명보리(是名菩提)."
"모든 법은 본래 머무름이 없다. 이것이야말로 참된 깨달음이니라."
"지혜란 축적이 아니라 비움이다.
배움이란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음과 집착을 비워나가는 것이니라."
소크라테스는 긴 침묵 끝에 다시 질문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만약 깨달음이 비움이라면,
인간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까?"
부처님은 아주 조용히, 그러나 강한 울림으로 답했다.
"나아감조차 놓아야 하느니라.
집착하지 않고, 머물지 않고, 그저 깨어 있는 것. 그것이 곧 길이니라."
소크라테스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그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의 말씀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느낍니다. 이 진리의 맑고 고요한 떨림을."
부처님은 소크라테스를 바라보며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다만 깨어 있으라.
그대 안의 지혜가 스스로 깨어날 것이니."
그리하여 밤은 깊어갔고, 별빛 아래 두 사람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질문으로, 한 사람은 침묵으로.
그러나 둘 사이에는 더 이상 단절도, 경계도 없었다.
오직 같은 맑은 진리의 바다가 넘실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