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리스마스 캐럴은 제주에서 혼자 듣겠지...

-조니 미첼의 [River]와 함께.-

by 이안

1970년대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아직까지도 북미권 여성 싱어송라이터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있는, 조니 미첼(Joni Mitchell)이라는 가수가 있다. 조니 미첼은 특히, 자기 고백적이고 사색적인 가사로 많은 명성을 얻었는데, 1971년에 발표한 그녀의 앨범 [Blue]는 미국의 음악 전문 잡지 [Rolling Stone] 이 뽑은, [팝 역사상 최고의 명반 500] 중에서, 3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북미권에서 조니 미첼 이후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중에서는 조니 미첼의 영향권 아래에 없는 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그녀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포크, 락, 재즈,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음악을 들려줬다. 이런 이유로, 마돈나, 프린스, 비요크, 밥 딜런, 닐 다이아몬드, 테일러 스위프트, 호지어 등이, 자신에게 영향을 준 가수로 조니 미첼을 꼽고 있다.


조니 미첼의 앨범 <Blue>에는, 타이틀곡 [Blue]를 비롯해서 10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중 River라는 노래는, 인트로가 크리스마스 캐럴 [징글벨]의 변주곡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 귀에도 친숙하게 들리는데,


It's coming on Christmas

They're cutting down trees

They're putting up reindeer

And singing songs of joy and peace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요

사람들은 트리를 만들어

루돌프 장식을 올려놓고

기쁨과 평화를 노래하고 있어요.


Oh I wish I had a river

I could skate away on


오! 나에게 스케이트를 타고

멀리 떠날 강이 있다면 좋겠어요.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조니미첼.png

<캐나다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 조니 미첼. 1971년에 나온 그녀의 4번째 앨범 [BLUE]는,

미국에서만 1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오늘 우연히 라디오에서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북유럽의 노래를 들었는데, 그 노래를 듣자마자 바로 조니 미첼의 [River]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살 때는,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항상 마루에 있는 오디오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어 놨었다.


점점 크리스마스가 본래의 의미보다는, 밤샘 파티의 악몽으로 변하가는 현대사회이지만, 음악의 신비로운 힘은 늘 과거의 소중한 경험을 소환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캐럴을 들으면, 피터팬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성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예수님과 동방박사' 연극을 준비했거나, 가톨릭 성가를 불렀던 행복한 시간으로 데려다준다.

어느 해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을 떴더니 창밖으로 하얀 눈이 수북이 쌓여서, ‘올해는 몇 년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네~’라면서,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행복하게 바라봤었고, 아빠와 함께 명동성당에 갔다 오는 길에, 길거리와 유명 백화점에서 들리던 크리스마스 캐럴과, 집 채만 하던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와~정말 멋지다!'라면서, 설레어하던 크리스마스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크리스마스4.png


오늘 제주도 숙소에서 조니 미첼의 노래 [River]를 찾아 다시 듣자, ‘아! 크리스마스도 이제 3달 밖에 남지 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아들과 함께 서울에서 살 때는, 매해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의 선물을 미리 준비해서 몰래 숨겨뒀다가,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의 선물이라면서 깜짝 이벤트를 했었다. ‘올 한 해 동안 그랬던 것처럼 새해에도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크리스마스 카드도 물론 빼놓지 않았고.


음악 PD 피터팬도 역시 어렸을 때, 몇 번인가 부모님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었는데, 그 순간 행복해하던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 지방 근무하시던 아버지가 머리맡에 두고 가신, '해태제과'에서 나온 비스킷 [샤브레]가 있었다. 내 기억 속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서,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해 준 선물이었다.


1970년대 당시만 해도 해태에서 출시한 [샤브레]는 과자의 혁명이었다. 달콤 바삭한 식감도 그러하거니와, 어떻게 그렇게 고소한 냄새가 날 수 있는지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내가 어린 시절 아버지한테 받았던 그런 행복한 느낌을 내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서, 두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었는데, 유난히 동화 같은 꿈을 많이 꾸던 둘째 아들은, 매해 크리스마스면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해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25일 아침이 되면, 마루로 달려가 선물 포장을 풀어보면서, 진짜로 자신이 원했던 선물이 놓여 있으면, 눈물이 날 듯 기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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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팬의 막내아들이 어린 시절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남긴 메모. 크리스마스 선물로 엽전을 달라고 적었다. 만화가 윤승운 선생의 [맹꽁이 서당]을 보고 나서, 엽전의 소중함을 알 게 되었다는.../ 엄마의 선물도 부탁했는데, 화장품 SK-2도 주시면 좋겠다고...>


오늘 밤에 조니 미첼의 앨범 <Blue>를 여러 번 들으면서, 어느덧 한기가 느껴지는 저녁 바람에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니 미첼의 바람처럼 나에게도 스케이트를 타고 멀리 떠날 수 있는 강이 있다면, 올해 크리스마스에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는 조니 미첼의 명곡 [River]도, 그 외 다른 크리스마스 캐럴들도, 제주에서 혼자 들을 거 같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선물만큼이나 설레는, 두 아들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없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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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피터팬의 소원을 들어주실까? 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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