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대박 아이템을 찾았다!(2)

-피터팬 PD의 나무 이야기-

by 이안

‘제주도에 혼자 사는, 피터팬 PD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오래전부터 구상만 해오던 건데 직접 실행에 옮겼다.

사실 제법 잘 나가던 서울 MBC 라디오 PD 생활을 그만두고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던 건, 회사에서의 우여곡절과 가정에서 칠칠치 못한 가장으로서의 삶이 큰 이유였지만, 제주에 내려가면 내가(=피터팬 PD) 사랑하는 나무를, 푸른 녹음 속에 풍덩 빠질 정도로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중요한 요인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무가 좋았다. 좋아도 정말 너무 좋았다. 왜 나무가 그렇게 좋으냐 물으면, 정색을 하고 수백 가지 이유를 댈 수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그냥 좋았다’. 세상에 날 때부터 나무를 사랑하라고 조물주가 나를 만들었나 싶게, 나무를 보면 가슴이 뛰고 행복했다.


땅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세상 어떤 것보다 믿음직하게 버티고 서서, 수많은 가지와 나뭇잎, 그리고 꽃들을 피워내는 나무는, 지구라는 별에 푸르름이라는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조물주이기도 했다. 우리 인간이 이렇게 고귀한 나무를 매일 볼 수 있으니, 우주를 창조한 신은 인간에게 얼마나 큰 축복을 준 것인가! 더군다나 나는 지금 제주에 살고 있으니, 신이 나에겐 특별히 더 큰 축복을 주시는 건가? 제주라는 섬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다양한 품종의 나무를 빼곡히 품고 있는 곳이 아니던가?


'제주에 내려가서 그토록 쓰고 싶었던 글을 쓰고, 서울에서 살 때보다 백만 배는 더 나무를 사랑해주자!'

아내와 이혼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 혈혈단신 제주로 내려올 때 굳게 결심했던 바다.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제주에 내려오니, 이 섬의 동네 어느 곳이라도 식물원이 아닌 곳이 없었다.


눈만 돌리면, 서울과 중부지방 혹은 남부지방에서도, 구경도 할 수 없는 진귀한 나무들이, ‘나 여기 있지롱~반가워 피터팬 PD야~’하며 나타났고, 서울에서는 산이나 들로 나가야만 볼 수 있는 꽃들을, 문밖으로 몇 걸음만 내디디면 만날 수 있었다. 이건 마치 레고 덕후가, 레고로 만들어진 세상에 사는 것과 같고, 방탄 소년단의 ARMY들이 BTS 집에서 함께 사는 것과 같은 게 아니겠는가?


나무와숲.png

<나무와 숲은 인간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행복을 주던가! >


이토록 무수한 나무의 푸른 녹음이, 내 마음속에 차고 넘치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주의 나무들을 나 혼자만 사랑하고 즐기는 건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이 기쁨을 이웃들에게도 전해줘야겠다!'
'나무에 관해서 관심은 있으나, 막상 나무를 봐도, 이 나무가 저 나무 같고 저 나무가 이 나무 같아, 더 사랑하고 아껴주지 못하는 나알못(나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무의 이름과 특징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에
매일 하나씩 올려보자!'


나는 전쟁터에서의 기수(旗手)라도 된 듯, 핸드폰 카메라를 불끈 치켜들고, 나름의 거룩한 뜻을 이루고자 숲으로 나갔다. 카메라 없이 육안으로 바라보던 나무와는 또 다르게, 카메라라는 구도속에 잡힌 나무들은 또 다른 예쁘고 멋진 모습이었다.


송악, 삼나무, 가막살나무, 청미래덩굴, 사스레피나무, 쥐똥나무, 인동초, 후피향나무, 후박나무에 담팔수까지. 하루 만에 찍은 영상도 제법 많았고, 쥐똥나무나 인동초, 가막살나무는 꽃이 한창 예쁠 때라서, 그렇지 않아도 예쁘기 그지없는 내 마음이 더 예뻐져 버렸다! 오! 놀라워라! (이때는 여름이었다)


행복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서 영상에 입힐 멘트를 녹음하고 편집을 하려는데……!

아!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되었다. MBC에서 일할 때면 10분이면 깔끔하게 끝낼 수 있는 오디오 편집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무료 오디오 편집기로 하려니, 두 시간째 낑낑대고도 성에 차지 않아 찜찜해하고 있다.


더구나 영상 편집은 더 심각했다. ‘싸고 쉽게 유튜브 영상 편집을 끝낼 수 있다는 곰믹스 프로’를 39,000원에 구매해서 하고 있는데, 뭔 이런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이 세상에 있는지, 마우스를 눌러도 눌러도 끝은 안 보이고 손목이 너무 아파서 숟가락도 못 들 지경이다.


어도비.png

<어도비(Adobe)의 새로운 영상 편집기, 프리미어 러쉬 (Premiere Rush). 피터팬 PD는 국산 곰믹스에 이어서 비싼 어도비 제품까지 구매하고, 영상 편집 인터넷 강의도 들어봤지만, 재능 부족으로 절대로 이런 퀄리티 안 나왔음.. 다만 손가락 팔목 관절에 이상만 생겼음.ㅠㅠㅠ 무료로 피터팬 PD의 영상, 편집해주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님' 구하고 있음. ㅎㅎ >


어휴 ㅠㅠ...

TV PD들은 매일 이렇게 쓸모없는 잡일(?)을 반복해야 하니, 라디오 PD들처럼 창의적인 생각을 못 하는구나! 하면서 애먼 TV 종사자들을 욕하다가, 아 ~존경스러운 영상 편집자들이여! 오디오가 아닌 영상으로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을 할 수 있다니 그대들은 진정 슈퍼히어로들 이십니까! 느닷없이 칭송질을 하질 않나, 변덕이 죽 끓듯 하다.


나무에 관한 사랑을 유튜브 영상에 실어 나르자는 고귀한 뜻은 좋았는데, 도대체 이놈의 편집이 언제 끝나려는지!

그냥 나 혼자만 나무를 사랑하고 말 걸, 왜 이런 짓을 하겠다고 시작해서 이 고생이란 말인가! 

후회막심이다. 오늘은 내일 브런치에 올릴 글도 아직 쓰지 않았는데, ‘이거슨’ 본말이 전도된 거 아니던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지긋지긋한 영상 편집 걱정에 제대로 글을 쓰고 있기나 한 건지도 모르겠다.

아~어떡하지? 포기하느냐?

사내가 한번 검을 뽑았으니 계속 가느냐?.

‘죽느냐 사느냐’의 햄릿 이후, 인류가 맞이한 최대의 갈등에 나는 놓여있노라!


https://www.youtube.com/watch?v=7oQoX9-EoEA&t=14s


<결국 피터팬 PD(이전 필명은 이안 PD였다)의 나무 이야기 1편을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리기는 했다. 하지만 1회로 끝났다. 벌써 수개월째 아직도 1편이다. ㅠㅠㅠ 유튜브 장난 아니다! 유튜브로 돈 벌겠다는 꿈은 포기,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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