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대박 아이템을 찾았다(1)

-‘제주도의 할머니를 찾아서’를 시작하며-

by 이안

서울 MBC 라디오 PD로 있을 때 최상일 PD라는 분이 계셨어요. MBC 라디오에서 30년 동안, 매일 하루에 3번씩 방송되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을, 총 기획, 연출하신 분이세요.


최 선배님은 잊혀가는 우리의 향토민요를 직접 채록하기 위해서, 전국 방방곡곡을 30년간 다녔던 분이랍니다. 최 선배의 노고 덕분에,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님께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향토민요를, 지금은 서울시 창덕궁 앞에 세워진 ‘서울시 우리 소리 박물관’에서, 우리 국민 누구라도 감상하고, 연구자들은 풍부한 자료에 접근해서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향토민요 : 악보로 기록되거나 학계에 보고 되지 않은, 시장과 노동의 현장,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평범한 민중들이 부르던 민요를 말합니다. 이런 민요는 직접 녹음기를 들고 가서, 할머님 할아버님한테서 직접 채록하지 않으면,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답니다. MBC 라디오는 이와 같은 민요, 2만여 곡을 채록했고, 이 향토민요들을 서울시에 무상으로 기증했습니다. 저는 MBC 라디오 PD로 재직할 때, MBC 라디오가 채록한 ‘우리 소리’를, 서울시에 기증하는 실무 부장이었습니다.)


우리소리박물관2.png

<우리 향토민요의 보고인, [서울 우리 소리 박물관]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문을 닫았는데, 9/29(화)부터 재개관했다. http://gomuseum.seoul.go.kr/sekm/index >


최상일 선배님이 향토 민요 채록을 처음으로 기획하고, 30년 동안 꾸준히 해오는 동안, 회사에서는 반대하거나 불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건 정부기관이나, 학계에서 할 일이지, MBC처럼 광고수익에 의존해서 먹고살고야 하는 방송국에서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었지요. 하지만 MBC 라디오 본부장과, 다수의 PD들이, 우리 ‘향토민요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무형문화 자산인지 잘 알고, 최 선배의 노력을 지지했기 때문에, '30년 동안의 향토 민요 채록'이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향토 민요 채록을 위해서, 직접 민요를 불러주셨던 전국의 할머니, 할아버님들은 지금은 거의 돌아가셨기 때문에, 최상일 PD가 당시에 기록을 해두지 않았다면, 소실되어 사라졌을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고, 정부와 학계에서 하지 않았기 때문에, MBC 라디오에서라도 해야 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피터팬 PD는, 최 선배를 곁에서 오랜 기간 지켜보면서, 기록과 시간의 힘을 믿게 되었어요. 오랜 세월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행위는, 먼 후대에 어떤 방식으로든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거든요. 전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방대한 기록물인, 우리나라 조선의 ‘승정원일기’만 하더라도, 그 가치와 의미가 무궁무진하지만, 특히 현대의 기상학에서 보면, 288년간 한양에서 관측한 날씨가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전무후무한 소중한 기록물로 여긴답니다.


피터팬 PD는 제주에 내려와서 매일 브런치에 한 편의 글을 올리는 거 외에, 또 다른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제주의 할머니를 찾아서’라는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기로 했어요. 제주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그동안 살아오신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 거예요. 우리나라의 할머님 할아버님들께서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독재 개발기,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한국사를 살아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께서 들려주실 수 있는 이야기는 소중한 기록물이 될 거라고 믿거든요.


더군다나 그분들은 한국 현대사라는 전 세계에서 극히 드문 ‘혼란과 발전의 세월’ 속에서, 한 인간이 버텨내기에는 너무도 힘들었을 삶을 관통하면서도, 보통 3~4명에서, 많게는 9~10명의 자녀분들을 훌륭하게 키워 내신 분들이기도 하잖아요.


위미리할머님.png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는, 150년이 넘은 토종 동백나무 군락이 있다. 제주도의 문화재이기도 한 이 군락은 150년 전에 현맹춘 할머님께서 혼자 일구신 것이다. 필자는 현맹춘 할머님의 손자며느리님을 만나, [제주도의 할머니를 찾아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기획의도는 거창하게 말씀드렸지만, 막상 제가 영상 편집 능력이 많이 부족해서ㅠㅠ(라디오 PD였기 때문에 음성 편집만 아주 잘 합답니다~), 투박하고 재미는 없는 기록물이 될 거예요. 그리고, ‘제주 4.3 사건’ 같은 역사적인 사건을 목격하고 견뎌오신, 할머님 할아버님들의 얘기도 기록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한분 한분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속 깊은 얘기를 들어야 하죠. 하지만 그러다 보면, 제 생계유지를 위한 다른 일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깊은 내용을 담긴 영상을 제작하기 까지는, 시일이 더 지나야 할 거 같아요.


처음 시작은 할머님 할아버님들과 일상의 소소한 얘기를 나누는 영상물이 될 거예요. 하지만 점차 피터팬 PD가 제작한 영상물이, 제주도와 우리나라 현대사에 의미 있는 기록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주도는 해녀의 역사, 5일장의 역사, 동백나무 군락을 가꾼 후손들이 들려주는 위미리 토종 동백림의 역사 등, 기록할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거든요.


그럼, 앞으로 공개될 피터팬 PD의 ‘제주의 할머니를 찾아서’(제목은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의 오마주임을 밝힙니다.)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https://youtu.be/Fw7 yxxnFoK8

<위미리 동백나무 군락을 일군 현맹춘 할머님의, 손자 분과(우측) 인터뷰를 진행하는 피터팬 PD(좌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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