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등장인물
소크라테스 — 고대 아테네의 철학자. 질문을 통해 진리를 탐구한다.
행동경제학자 — 현대 행동경제학자. 인간의 비합리적 경제행동을 연구한다.
아테네, 작은 서점 앞.
소크라테스가 손에 쥔 두루마리를 넘기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때 마침 행동경제학자가 서점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소크라테스:
행동경제학자여,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겠는가?
나는 방금 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었네.
어떤 상인이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그의 출신 부족의 명예를 지키는 선택을 했다는 기록이더군.
그는 더 나은 거래 조건을 거절했네.
그대라면 이를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행동경제학자:
소크라테스 선생님, 좋은 질문이십니다.
그 사례는 우리가 말하는 정체성 경제학(Identity Economics)과 관련이 깊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감각 — 즉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욕구에 의해 강하게 움직입니다.
소크라테스:
허면 인간의 선택은 이성적 계산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관념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인가?
행동경제학자:
그렇습니다, 선생님.
예를 들어 어떤 이는 자신을 "정직한 상인"으로 여깁니다.
그렇다면 그가 조금의 부정직함으로 큰 이익을 볼 기회가 주어져도,
자신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동은 피하려 하지요.
또 어떤 이는 특정 문화, 종교, 직업,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지니기에,
그에 어긋나는 선택을 본능적으로 거부합니다.
소크라테스:
그러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묶여 있는 존재인가?
나는 철학자의 길이란 자신을 넘어서 사고하는 것이라 여겨왔는데.
행동경제학자:
바로 그 점이 중요한 쟁점입니다, 선생님.
정체성은 인간에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지만, 동시에 인지적 제한도 만들어냅니다.
때로는 스스로 해칠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게 하고, 또 때로는 고집과 편견을 강화하기도 하지요.
소크라테스:
나는 묻고 싶네.
정체성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인가, 아니면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인가?
행동경제학자:
매우 깊은 질문입니다, 선생님.
정체성은 일부는 개인적 선택의 결과이고, 일부는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됩니다.
우리는 성장하며 타인으로부터 기대와 규범을 배우고, 그것이 우리의 자아 개념에 스며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에 대한 선택도 합니다.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이 정체성이 행동경제학에서는 어떤 식으로 연구되는가?
행동경제학자:
우리는 정체성이 효용 함수의 일부로 작동한다고 봅니다.
즉, 사람들은 돈이나 물질적 이익 외에도 정체성을 지키는 데서 오는 만족감 또는 정체성 위반에서 오는 고통을 크게 고려하지요.
그 결과, 동일한 경제적 상황에서도 정체성이 달라지면 선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그러면 나는 다시 묻겠네.
철학자는 종종 보편적 인간 이성을 이야기한다네.
그대들이 말하는 정체성의 힘이 그렇게 크다면, 인간은 진정으로 자유로운가?
아니면 스스로 설정한 틀에 갇혀 살뿐인가?
행동경제학자: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선생님.
정체성은 한편으로는 자율성의 표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속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과거의 경험과 사회적 규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진정한 자유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정체성을 반성하고 재구성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자유를 확장하는 길이라 할 수 있겠지요.
소크라테스:
그러면 그대는 인간이 정체성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
행동경제학자:
완전히는 아니겠지만, 메타 인식, 즉 스스로가 어떤 정체성을 따르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성찰하는 태도는 가능합니다, 선생님.
그러한 성찰적 태도가 철학자들이 말하는
자유로운 이성에 가까운 삶으로 나아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
좋은 대답이네.
나는 오늘도 배웠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이 누구인가를 묻고,
그 물음 속에서만 진정한 자유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겠구먼
행동경제학자: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선생님.
철학적 질문이야말로 우리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가장 좋은 넛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서점 앞을 오가는 이들의 모습이 다시금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각자의 정체성 속에서 걷고 있는 사람들 — 그들의 선택은 어떤 것에서 비롯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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