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 아이유, BTS, 카리나..... 그들의 빛.
MBC라디오에서 근무할 때 김우빈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러 왔어다 아마도 2시의 데이트였던 거 같다. 당시 김우빈은 출연했던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어서 상종가를 달리고 있었는데 (물론 지금도 탑 스타이지만) 그를 보기 위해서 MBC 라디오의 20대 여직원뿐 마니라 MBC 방송국 전체 총무부, 인사부, 홍보부, 예능국 등등 다수의 여직원들이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들리는 얘기로는 20대 여직원들의 환호성 속에서, 그의 얼굴이 복도 반대편 끝에서도 광채 속에 빛나고 있었다니까..(참고로 상암동 MBC 사옥은 가로로 긴 편인데 복도의 길이가 끝에서 끝까지 100여 미터는 됐던 듯하다)
내 인생에서 나도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런 ‘빛’을 봤었고 그 상대는 지금은 나와 이혼한 전 아내였다. 나는 당시 [배철수의 음악캠프] PD였고, 아내는 MBC 라디오 [김원희의 정오의 희망곡] 작가였는데, 어느 해 겨울 아내가 여의도 MBC 사옥 MBC 라디오국에서 원고를 쓰고 있었다. 그 순간 창가로 들어오는 햇빛에 그녀의 하얀 목폴라티가 빛나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서는 흔히 천사나 예수님, 관세음보살님이 등장할 때 나오는 후광이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헉! 나는 순간 너무나 눈이 부셔서 잠시 눈을 감았는데, 감았던 눈을 뜨니 그녀의 자체발광 후광 때문에 사무실에 온통 불꽃놀이를 하는 듯 수만 개의 별똥별이 떨어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듯하였다.
물론 과장이라고 생각하실 독자분도 계시겠지만, 이런 현상은 에스파팬이 카리라를 눈앞에서 직관했을 때, BTS 팬이 완전체 BTS를 코앞에서 직관했을 때 혹은, 아이유 팬이 아이유과 단둘이 배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과학적으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매우 이성적인 현성이지 결코 감정이 현실을 뒤틀거나 현혹하는 게 절대 아님을 다수의 팬덤사이에서 팩트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게 천사보다 아름답던 아내와 결혼을 하고 18년을 함께 살았지만 나는 결국 이혼을 했다. 이유는 단연코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가 가장으로나 남편으로서 성실하지도 책임감이 있지도 않았다. 아내는 오랜 기간 나에게 큰 실망을 했을 테고 아내의 결정에 나는 그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었다.
2001년 겨울 내가 내 생애 거의 최초로 봤던 그 빛(후광, 별똥별, 밤하늘 숨만발의 폭죽, 섬광,)을 이후에 나는 보지 못했다. 아마도 나보다 더 멋진 남자, 여자, 젊은이 혹은 사랑에 빠진 중년 혹은 노년의 누군가가 나보다 재빠르게 그 빛을 발견하고 각자의 가슴 깊이 숨겼기 때문일 거다.
나는 2001년 이후, 사랑에 그리 빠른 감각을 가진 사람이지 못했고, 다시는 그런 행운의 별똥별을 발견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어쩌면 별똥별이 하늘을 이미 다 가로지르고 난 뒤 누군가의 가슴속에 콕 박힌 한참 뒤에서야 별빛의 꼬리가 가늘고 흐릿한 선을 밤하늘에 그려놓은 자국을 잠시 엿보았을 것이다.
가슴속에 빛을 담지 않고 살아가는, 혹은 빛을 담을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무엇에 기대 살아야 할까?
[폭삭 속았수다]의 애순이를 봐도, [눈물의 여왕]의 김지원을 봐도, 가요프로그램 무대 위 카리나를 봐도 나는 더 이상 2001년도 겨울에 봤던 섬광을 찾을 수가 없다.
이젠 섬광이 지나가고 남긴 흐린 여운 같은 떨림을 간신히 느끼며 살아야 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속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