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팔고 팔수 없는가?"
소크라테스 — 고대 아테네 철학자. 질문을 통해 인간 존재를 탐구한다.
행동경제학자 — 현대 행동경제학자. 인간의 비합리적 경제행동과 사회적 규범의 영향을 연구한다.
아테네의 시장 거리.
소크라테스는 상점가를 천천히 거닐며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마침 행동경제학자가 향신료 가게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소크라테스:
행동경제학자여, 마침 잘 만났네.
나는 오늘 시장을 걸으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네.
우리가 무엇을 사고팔 수 있는지, 무엇은 사고팔아서는 안 되는지 — 이 경계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행동경제학자: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십니다, 선생님.
행동경제학에서도 시장과 사회적 규범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시장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것을 거래 대상으로 삼지만,
어떤 것은 도덕적·사회적 가치 때문에 시장 논리가 적용되면 오히려 공공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허면 어떤 기준으로 우리는 어떤 것은 거래 가능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는가?
행동경제학자:
그 기준은 바로 사회적 규범에 있습니다.
시장 논리는 거래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려 하지만, 사회적 규범은 어떤 가치는 시장 영역 밖에 남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경제학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이라는 책에서
장기 매매, 입양아 거래, 군인 고용 서비스 같은 것들이 인간 존엄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순간, 인간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시장과 규범은 늘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겠군.
행동경제학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긴장이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하이파의 한 유치원에서 행동경제학자 우르시 그니지(Uri Gneezy)와 알도 러스티치니(Aldo Rustichini)가 실험을 진행했지요.
유치원에 아이를 늦게 데려오는 부모가 많아지자,
유치원 측은 벌금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 일정 시간 이후 아이를 데려오면 벌금을 내도록 했지요.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벌금 도입 이후 오히려 늦게 오는 부모가 증가한 것입니다.
왜일까요?
부모들은 기존에는 도덕적 책임감으로 늦음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벌금이 생기자
"돈을 내고 늦게 데려오는 서비스"처럼 인식하게 된 것이지요.
즉, 사회적 규범이 시장 논리로 대체되면 윤리적 동기가 약화될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매우 흥미롭군. 그러면 인간의 윤리적 선택은 가격을 매기는 순간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인가?
행동경제학자:
정확히 그렇습니다.
이 외에도 혈액 기증에 대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심리학자 리처드 티틀(Richard Titmuss)은
금전적 보상이 없는 경우에 비해,
금전 보상이 주어질 때 혈액 기증률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왜냐하면 도덕적 행위였던 것이 시장 거래로 전환되면서 내재적 동기가 약화된 것입니다.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시장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도구일지도 모르겠네.
무엇이든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면 인간 사회는 결국 어떤 모습이 될까 — 생각해볼 일이지.
행동경제학자:
그 질문이 바로 현대 행동경제학자들이 윤리적 행동과 시장의 관계를 연구하는 이유입니다.
시장이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면 공공선(Public good)과 공동체 윤리가 침해될 수 있습니다.
어떤 가치는 시장 논리 밖에 남겨두는 것이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요.
소크라테스:
나는 배웠네.
시장은 유용한 도구지만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어서는 안 되네.
우리는 무엇이 '팔 수 없는 것'인지, 그리고 왜 그래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겠군.
행동경제학자:
정확히 그렇습니다, 선생님.
철학적 질문이야말로 시장의 한계와 인간 존엄의 본질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소크라테스는 미소 지으며 시장 거리를 다시 걸었다.
무엇을 사고팔 것인가 —
그것은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와 직결되는 문제임을 새삼 깨달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