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뛰어난 세계사 강의(1) BY J.M. ROBERTS-
"세계사 분야의 명저 『세계의 역사(The Penguin History of the World)』 쓴 영국의 역사학자
JM 로버츠(1928~2003)는, 방대한 역사 흐름을 탁월한 통찰로 풀어낸 인물입니다."
현대의 가장 위대한 역사가 중 한 명입니다.
우리는 왜 인간인가? 로버츠가 묻는 질문
인류는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 여겨왔다.
지구 위의 무수한 생명들 가운데 유독 자신만이 문명을 만들고,
시간을 기록하며, 신화를 짓고, 별을 탐구하는 존재라 믿어왔다.
그러나 역사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단지 하나의 종,
이름하여 호모 사피엔스, 즉 "지혜로운 인간"일 뿐이다.
그마저도 지극히 우연한 생존자에 불과하다.
J. M. Roberts는 그의 The Penguin History of the World에서 바로 이 점을 집요하게 묻는다.
우리가 정말 특별한 존재인가? 아니면 그저 운 좋은 종일뿐인가?
그 질문 속에서 호모 사피엔스라는 존재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난다.
가장 운 좋은 종 — 호모 사피엔스의 우연성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의 대지 위에 한 무리의 영장류가 출현했다.
그들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등과 함께 이 땅을 나눠 살았다.
호모 사피엔스가 그들 중 살아남은 유일한 종이라는 사실은 본질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었다.
로버츠는 말한다:
"우리는 단지 그때의 환경에 가장 잘 적응했거나, 어쩌면 운이 더 좋았을 뿐이다."
진화는 선형적 진보가 아니다.
더 뛰어난 존재가 항상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생존은 복잡한 우연과 적응의 교차점에서 결정된다.
우리가 오늘 여기 살아있는 것도, 그 많은 우연이 빚은 기적 같은 일임을 로버츠는 강조한다.
협력하는 동물 — 사회적 본성이 만든 인간
그러나 운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협력하는 동물"이었다.
그들은 유연한 협력 구조를 만들 줄 알았다.
수십 명, 수백 명, 심지어 수천 명이 공유된 신념과 상징적 체계 아래 협력할 수 있었다.
"수렵과 도구는 다른 종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믿음과 이야기로 수천 명이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만의 능력이었다."
— 로버츠
바로 이것이 언어와 상징체계의 힘이었다.
신화, 종교, 제도, 법 — 모두 이러한 협력 능력의 확장판이었다.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 비진보적 역사관
로버츠는 진화=진보라는 환상을 경계한다.
인류의 역사는 "앞으로만 나아가는 직선의 이야기"가 아니라,
복잡한 상호작용과 되돌림, 예측 불가능성의 연속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 것은 필연적 발전의 결과가 아니다.
지극히 불확실한 경로의 누적된 선택들의 결과일 뿐이다."
이는 역사를 보는 우리의 사고방식까지도 바꾸어 놓는다.
"나는 당연히 지금 여기에 있을 존재가 아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겸허해진다.
상징과 문화 — 도구보다 강한 힘
로버츠는 인간의 진정한 힘을 도구가 아니라 상징적 사고에서 찾는다.
구석기시대의 비문, 동굴벽화, 장례의식
— 이러한 흔적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의미의 동물'임을 보여준다.
물리적 도구보다 서로가 믿는 "이야기"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것이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법, 국가, 기업, 종교 — 모두 상상의 질서 위에 서 있다.
그 첫 출발점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의 상징적 사고 능력이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문화적 존재가 되었다.
오늘 우리 세계의 협력과 상징은 어디로 가는가?
이제 우리는 글로벌 협력을 요구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협력을 파괴하는 허위 상징과 허구적 내러티브에도 휘둘린다.
로버츠가 묻는 것은 단순한 과거의 이해가 아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협력의 방식과 어떤 상징적 체계를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그것이 인류의 다음 선택지가 될 것이다.
로버츠가 남긴 질문 — 인간은 여전히 진화 중인가?
우리는 지금도 진화 중인가?
아니면 진화가 만든 협력의 도구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가?
로버츠는 직접 답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우리에게 생각할 여백을 남긴다:
"진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인류가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질문을 가슴에 품고,
우리 또한 다시 인간이라는 존재를 사유할 시간이다.
"우리는 지혜로운 종이 아니라,
가장 운 좋은 협력하는 동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