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은 다시 피어나기 위해 잠드는 것
"나는 문명의 시간이 멈추는 곳에서,
새로운 감각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다."
『슬픈 열대』 제4장, p.61
레비스트로스는 브라질 심층부의 원시 마을에서 이 깨달음을 얻었다.
그곳에는 시계도 달력도 없었고, ‘지금’이라는 감각조차 희미해지는 밀림의 시간이 있었다.
그는 사라짐을 망각이 아니라, 기존 질서가 무력화된 곳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감각의 토양으로 느꼈다.
기억도 언어에서도 이방인이었기에, 그는 존재의 깊은 진동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11월, 겨울을 시작하려는 제주의 바다는 그 밀림의 감각을 떠올리게 했다.
표선면의 돌담 길을 따라 걷던 나는, 차가운 바람이 돌무더기 위를 스치고, 철 지난 카페의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을 보았다.
바닷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내 안의 감정도 어느새 조용히 귀를 닫고 있었다.
그건 무감각이 아니라, 감각이 다시 깨어나기 직전의 정적이었다.
말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바로 그때 가장 많은 감각들이 말이 되지 않은 채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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