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름을 바꿀 뿐이다— 제주의 겨울과 말해지지 못한 시간들
레비스트로스는 브라질의 심층부, 달력도 시계도 무의미해진 밀림 속에서 이 깨달음을 얻었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감각은 뒤집히며, 말은 더 이상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었다. 그는 문명 바깥의 침묵 속에서 자신이 놓쳐온 감각의 처음을 다시 느꼈다. 사라짐이란 잊힘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의 탄생이었다.
제주의 겨울 바다는 그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표선의 해변을 따라 걷고 있었다. 바람이 해안가 돌담을 가르고, 철 지난 카페의 창문에는 먼지가 내려앉았다. 말하고 싶은 것도, 듣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해 겨울은 단지 조용히 다가와 조용히 물러갔다. 아니, 물러간 게 아니라, 내 안에 남았다. 말이 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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