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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1년 살이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피터팬 PD야!, 너는 제주도에서 하루 종일 혼자 뭘 하니?-

by 이안

필자(=음악 PD 피터팬)가 잘 나가던 서울 MBC 라디오 PD 생활을 접고, 머나먼 제주도 표선면에서 혼자 살고 있으니까, 하루 종일 도대체 뭘 하고 지내냐는 문의가 많습니다. 그래서 팬 서비스로(^^), 피터팬 PD의 하루 일과를 공개합니다. 제주도에서 1년 살이 혹은, 은퇴 후 제주도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시려는 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먼저, 개괄적인 하루 일과표.

(필자는 돌싱남에, 프리랜서 작가이기 때문에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한 달 혹은, 1년 살이를 하려는 부부나, 친구들과 함께 제주 살이를 하시려는 분들과는 상황이 다를 것이다.)

1) 아침 8시 30분 : 러시안 블루 냥이 키키가 먼저 일어나서, 피터팬 PD의 아침을 깨웁니다.

2) 오전 8시 30분~10시 : 사과 하나와 요구르트를 마시고, 인터넷 뉴스 검색 및,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며, 그날 브런치에 올릴 글에 관한 구상을 합니다.

3) 오전 10시~13시 : 브런치에 글을 한 편 쓰고, 키키와 놀아줍니다.

4) 13시 ~14시 : 표선면의 맛집, [국수앤], [고금 삼계탕],[우동가게], [국수마당] 중 한 곳에 가서,
점심을 먹습니다.

5) 14시 ~ 15시 : 표선면 최고의 카페 [코코티에] 혹은, [다카포]에 가서 홍차라떼를 마시면서,
인터넷 신문사 <한국뉴스>에 올릴, 음악 칼럼 <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 초안을 잡습니다.

6) 15시~17시 : 제주의 돌담 골목길 산책과 바닷가에서 수영 및 길냥이 <코코>와 코코의 친구들에게 먹이주기.

7) 17시~18시 : 피터팬 PD를 너무 너무 아껴주시는, 표선면의 동네 할머니 할아버님과, 1시간 동안
인생의 진리에 관한 진지하고 유익한 수다.

8) 18시 ~ 22시 : 집으로 돌아와서, 피터팬 PD가 키우고 있는 500그루의 나무 돌보기.(가지치기,
물 주기, 비료 보충하기.) / 피터팬 PD의 팅커벨, 냥이 [키키]와 놀아주기 /
<한국뉴스>에 기고할 음악 칼럼 마무리. 브런치에 글 한 편 더 쓰기.

9) 22시 ~25시 : 밤하늘의 별과 바람을 느끼며 하루를 정리하기.
옆에서 세상 편하게 잠을 자고 있는, 키키와 교감의 시간 갖기.

10) 25시 : 피터팬 PD의 영원한 네버랜드인 꿈나라로.

<피터팬 PD가 글을 쓸 때면 옆 소파에서 늘 취침을 하는 키키. 처음에는 책상에 올라와서 심술을 부리기도 했는데, 피터팬이 싫어하는 걸 눈치 채고나서 부터는, 착하게 코~오 잠을 잔다>


2. 좀 더 구제적인 세부 일정 (추석 연휴의 하루 일과)


추석 연휴에 표선 해수욕장에 여러 번 놀러 갔었다. 뉴스에서는 추석에 제주를 찾아 올 사람들이, 30만 명이라고 했는데, 다들 어디에 있는 건지, 표선 해수욕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한가했다. 그래도 추석 연휴에 날씨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적은 인원이지만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드문 드문 보였다. 특히 서울과 중부지방과는 달리 추석기간에 제주도에서는, 커다랗고 둥근 보름달이 떴기 때문에, 표선항에서 달맞이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사실 제주도에서 혼자 사는 피터팬 PD의 생활은 아주 단순하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중 20시간 가까이 되고,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4~5시간을 넘지 않는다. 이것도 9월이 되면서,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이 늘어 난 건데, 원래는 한 끼 식사를 하러 1시간 정도만 밖에 나가 있고, 거의 집에서만 보냈다.


집에서도 베란다에 앉아 있으면, 통유리창으로 제주도의 숲과 나무를 느낄 수 있었고, 다용실 쪽으로 나가면, 한라산과 저녁노을을 눈과 마음이 다 물들 정도로 볼 수 있었기에, 따로 밖에 나갈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올여름엔 습하고 더운 날들이 많아서, 함부로 밖에 돌아다니다 가는, 그렇지 않아도 국내 최약체 부실 체력인 피터팬 PD가, 쓰러지기라고 할 거 같아서, (내가 쓰러지면 표선면 송혜교 약사님이 얼마나 걱정을 하실까!) 집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날이, 일주일에 3~4일은 됐던 거 같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는 어쩔 수 없어, 9월 중순을 넘자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표선의 바닷가와, 제주도의 현무암으로 쌓은 정겨운 돌담이 반겨주는,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싶어 졌다. 게다가 9월 초순부터는 피터팬의 팅커벨, 러시안 블루 냥이 [키키]를 우리 집으로 입양했는데, 키키가 나를 향한 짝사랑이 너무 깊다 보니, '다정도 병인양하여', 의도적 거리두기를 위해서 밖으로 나갈 필요도 있었다.


<처음 한 달과는 달리, 피터팬 PD와 키키 사이에 평화로운 관계가 잘 형성되어 가고 있다. 피터팬이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할 때, 키키는 소파에서 고양이 세수를 한다. 서로 NO TOUCH! >


키키가 피터팬 PD에게만, 너무 의존적으로 되어가는 거 같아서, 키키 혼자서도 놀 수 있게 자립심을 키워줘야 할 거 같기도 했고, 피터팬 PD 역시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하루 종일 붙어 있기에는 몸 이곳저곳이 가려워서, 하루에 4시간~5시간 정도는 외출을 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키키를 키우면서 결과적으로 잘 된 거 같다. 그동안 피터팬 PD는 너무 집안에만 있었다!)


추석 연휴에는 맑은 날도 많았고, 평소 해수욕장의 풍경과는 달리, 이곳을 처음 와 본 관광객들도, 종종 눈에 띄어서 사진 촬영을 좀 했다. 특히 타지에서 추석 연휴기간에 놀러 오신 분들은, 제법 큰 반려견과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산책을 했는데, 대형견이 서핑보드를 타는 모습은 재미도 있고 신기하기도 했다. 고양이가 물에 들어가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것과 달리, 개는 수영도 곧잘 하고, 또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닷물 위를 산책하거나, 수영하는 모습들이 프랑스 프로방스의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제주도 표선면 표선 해수욕장에서, 주인과 함께 서핑을 보드를 즐기는 댕댕이. 짜~식 좋은 주인 잘 만났구먼~~~ ㅎㅎ >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표선항 낚시 포인트에서,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들도 여럿 보였는데, 그중 나보다 연배가 스무 살 정도는 많은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피터팬 PD도, 제주살이를 시작한 김에, 낚시에 입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어르신은 다음에 배낚시 갈 때, 피터팬 PD도 같이 데려가겠다고 제안하셨고, 또 다른 어르신은 주식에서 절대로 돈 잃지 않는, 신기한 방법을 강의해주셨는데, 긴가민가 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피터팬은 주식에 손을 대면, 또 잃을 게 뻔하니까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그 대신 두 어르신에게 낚시는 잘 배워서, 낚시 입문과 초보단계는 벗어나 볼 작정이다. 고수들 얘기로는 바다낚시는 별거 없다고 한다. 물때를 잘 알아서 물이 들어올 때, 그에 맞는 미끼와 장비로 2시간 정도 낚시를 하면 어지간하면, 광어 몇 마리 쯤은 낚을 수 있을 거라고 하신다. (정말 그럴까? 궁금,, 궁금..^^)


<물고기가 잘 안 잡히자, 낚시보다는 고스톱 게임에 더 열중하고 계신 어르신. ㅋㅋㅋ >


피터팬 PD의 하루 4시간 외출 시간 중에서, 겨울이 되면 어차피 수영은 못할 테니, 그 시간에 새로운 취미, '낚시'에 도전해 봐야겠다. 벵에돔을 잡으면 자연산 회 전문점 당포회센터 사장님한테 팔아서, 생활비도 벌어보고, 잘하면 서울에 사는 두 아들에게 용돈도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브런치 구독자 여러분, 앞으로 제주도 표선면의 낚시 왕으로 등극할 피터팬 PD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제가 잘 배워서 [낚시 초보자 탈출!] 및 [낚시 중급으로 올라가기] 비법을 여러분께만 살짝 들려드릴 테니,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제가 벵에돔 10마리 잡으면, 제 브런치 계정을 적극 홍보해주시는 구독자분께 선물로 보내드리도 할게요~~ ^^

참고로 자연산 벵에돔은 제주도에서도, 10만 원이 넘는 고급 횟감이랍니다.


얼마 만에 낚시 중급이 되냐고요 ?

음... 5년? 10년? ㅎㅎㅎ


암튼, 피터팬의 브런치 계정 구독자 늘리기에 도움을 주신, 천사의 마음을 가진 분들에게,

벵에돔의 행운이 어김없이 찾아갈 겁니다~~~ Coming Soooooooooooooooooooooon!!


<피터팬 PD에게 주식으로, '절대로 돈 잃지 않는 비법'에 대해서, 명강의를 해 주신 어르신. 다음엔 낚시도 가르쳐 주신대요~~^^>


https://youtu.be/NTODaBgNJM4

<표선 해수욕장에서 서핑보드를, 사람보다 더 잘타는 댕댕이의 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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