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번역의 위대한 두철학자]제3편

사륙변문, 경전을 노래하다 — 구마라집 번역의 문학성

by 이안

1. 인트로 — 진리를 외우는 법


어떤 말은 읽히기 위해 쓰인다. 어떤 말은 외워지기 위해 쓰인다. 구마라집은 후자를 택했다.

그는 불경을 '기억의 언어'로 만들고자 했다. 그리하여 경전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한 편의 노래, 한 편의 시가 되었다.


2. 배경 맥락 — 운문과 율문의 시대


4세기 후반, 한문 문학은 산문과 시가 뚜렷이 분리되어 있었고, 귀족 사회에서는 운율과 대구를 갖춘 문장이 교양의 표상이었다. 불경은 인도에서 전해진 긴 산스크리트 문장들이었지만, 구마라집은 이를 중국식의 운문 문체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가 즐겨 사용한 형식이 바로 사륙변문이다.


이것은 '네 글자와 여섯 글자의 문장을 교대로 배열한 대구체 문장'으로, 소리와 리듬을 고려한 한문 문학의 고전적 장르였다.


3. 번역 철학 — 진리는 기억되어야 한다


구마라집은 단순한 뜻의 전달을 넘어서, 그 말이 '남도록', '울리도록', '외워지도록' 만들고자 했다. 산스크리트어의 반복, 리듬, 말장난, 비유 등을 한문 문학의 전통적 수사와 리듬으로 치환하며, 그는 불경을 철학이 아닌 체험으로 바꾸었다. 그에게 불경은 설명되어야 할 논문이 아니라, 되뇌어야 할 노래였다.


4. 경전 사례 — 사륙의 문장, 감각의 경전


《유마경》 중 다음과 같은 구절은 대표적인 사륙변문의 예다.

“마음이 청정하면 / 국토도 청정하다
몸이 고요하면 / 세상도 고요하다
생각이 물들지 않으면 / 온갖 번뇌 사라지고
진실한 말 한마디 / 열 방을 진동하게 하리라”


이러한 구조는 구절의 함축성을 높이고, 독자에게 감각적 이미지와 정서적 울림을 동시에 안겨준다. 또한 《법화경》 서품 서두의 문장들 역시, 운율과 대구를 활용해 '경전이 낭송되는 구조'를 형성한다.


5. 문체의 미학 — 한문으로 불교를 노래하다


구마라집의 문장은 한문으로 쓰였지만, 그것은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문학적 창작에 가까웠다. 그는 한문 문학이 가진 대구, 비유, 압축, 반전의 미학을 활용해 인도 철학의 복잡성을 감각의 구조로 바꾸었다. 그 결과, 그의 번역은 읽히고, 기억되고, 외워지고, 낭송되었다. 불교가 학문이기 전에 '살아 있는 목소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6. 현대적 함의 — 경전은 시인가, 논리인가


오늘날 많은 번역은 명료성과 논리를 중시한다. 그 과정에서 운율, 리듬, 시적 비유는 사라진다.

그러나 불교가 삶을 다루는 철학이라면, 그 언어는 이성만이 아니라 감성도 건드려야 한다.


구마라집의 번역은 지금 우리에게 되묻는다. 우리는 경전을 읽는가, 듣는가, 느끼는가?


7. 마무리 — 오늘의 한 문장


의미는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울림은 남는다.


다음 화의 질문 — 이어지는 사유의 불씨 그렇다면, 현장은 왜 리듬을 버리고 개념을 택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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