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된 도시에 남겨진 자들, 그들은 어떤 생을 살아냈는가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 1942– )은 이탈리아의 철학자로, 정치철학, 법철학, 존재론, 미학을 아우르는 현대 철학의 대표적 사상가 중 한 명입니다. 그는 특히 “예외 상태”, “벌거벗은 생”, “호모 사케르” 같은 개념을 통해, 현대 국가권력과 인간 생명 사이의 관계를 급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오랑시의 문이 닫혔다. 들어오는 자도, 나가는 자도 없었다. 의사 리외는 시체를 묻는 손이었고, 타르라는 고통을 기록하는 눈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전화 한 통으로 대체되었고, 날마다 부패하는 시신과 감염된 침묵이 도시를 덮었다. 그들은 영웅이 아니었고, 순교자도 아니었으며, 다만 남아서 자기 몫의 인간을 지키고자 한 존재들이었다.『페스트』는 전염병이 아니라, 폐쇄된 시간 속에서도 윤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작은 인간들의 기록이다.
2. 철학자의 시선 — 아감벤, ‘벌거벗은 생’의 시간
조르조 아감벤은 팬데믹 시대의 철학자다. 그는 『호모 사케르』에서 이렇게 묻는다.
“정치란 무엇인가? 생명을 예외 상태로 놓는 권력이 아닐까?”
『페스트』의 오랑은 국가가 봉쇄한 도시가 아니라, 예외 상태 속에서 벌거벗은 생명들이 갇힌 공간이다. 아감벤에게 ‘생명’은 단순히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정치적 존재다. 오랑의 시민들은 감염을 피하기 위해 격리되었지만, 그 격리 속에서도 리외는 치료했고, 타르라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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