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끝나고 돌아오면 나는 늘 골목 끝 뽕나무로 갔다. 잎은 손바닥만 했고, 까만 열매는 혀끝을 물들였다. 그늘은 낮보다 더 깊어서, 안으로 한 발 들어서면 동네 소음이 멀어졌다. 흙은 젖은 종이처럼 발자국을 고요히 삼켰고, 나무껍질 틈에서는 달콤하고 쌉쌀한 수액 냄새가 났다. 나는 거기서 숨을 고르고, 혼자라는 사실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그때 어디선가 귓속말이 되돌아왔다. 《데미안》에서 읽어 두었던 짧은 문장, “모든 길은 안에서 시작된다.” 그 문장을 떠올리면, 나무 아래 어둠이 두렵기보다 문턱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그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나는 손바닥으로 껍질의 거친 결을 쓰다듬었다.
집에서는 작은 잘못이 큰 꾸중이 되었고, 작은 장난이 큰 죄가 되었다.
“우리는 두 세계 사이를 산다.” 싱클레어가 말하던 그 감각은 내게도 분명했다.
한쪽은 밥 냄새, 채찍 소리, 장터의 가격 흥정 같은 다닥다닥 붙은 현실이고, 다른 한쪽은 기묘한 침묵과 꿈의 잔향이 스며드는 내부의 세계였다. 나는 두 세계 사이로 흔들렸다. 뽕나무 아래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였고, 내 안에서만 들리는 종소리가 있었다. “여기서 기다려.” 누가 말했는지 모르지만, 그 말은 늘 똑같은 위치에서 울렸다.
나는 그 소리를 따라 한 걸음 물러나고, 또 한 걸음 전진했다.
문턱은 내 발밑이 아니라 내 가슴 안쪽에 있었다.
데미안이 나무 그늘에 서 있었다. 햇빛은 그의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 흙 위에 얇은 칼날처럼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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