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기뉴와 베아트리체
오후의 빛이 교실 바닥을 길게 미끄러졌다. 분필 가루는 햇살 속에서 가벼운 눈처럼 떠다녔고, 창문 밖 뽕나무 잎은 반짝이며 자기 그림자를 길게 눕혔다. 나는 종이 위에 아무 말도 쓰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만 어떤 이름을 불렀다. 가슴은 조용히 두드려졌고, 그 두드림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새가 벽을 치는 소리 같았다.
그때 책에서 옮겨 적어 둔 문장이 떠올랐다.
“사랑은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는 힘이 아니라,
우리에게 우리 자신을 데려오는 힘이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교실의 소음이 멀어지고, 내 안의 소리가 가까워졌다.
오늘, 나는 그 소리의 정체를 끝까지 따라가 보기로 했다.
현실의 세계에서 사랑은 따뜻했다. 밍기뉴는 내 손을 꼭 잡아 주었고, 내가 아무 말도 못 할 때 좋은 침묵으로 내 옆을 지켜 주었다. 그의 코트에서는 비에 젖은 양모 냄새가 났고, 주머니에는 늘 사탕 두 개가 숨어 있었다. 그러나 다른 세계에서 사랑은 아팠다.
싱클레어가 우연히 본 베아트리체의 자태는 손 닿을 수 없는 빛이었다.
“우리 안에는 서로 다른 두 사랑이 있다.
하나는 우리를 안아 주고, 하나는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나는 두 사랑 사이에서 흔들렸다. 밍기뉴는 나를 안아 주었지만, 떠났다. 베아트리체는 나를 일으켜 세웠지만, 닿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가슴이 자주 저려 왔다. 그 저림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한 걸음을 더 내딛으라는 징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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