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노인과 바다] 2편. 바다 위의 인내

by 이안

1. 인트로 — 파도 위의 기다림


바다는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수평선은 은빛 실선처럼 가늘었고, 햇살은 수면 위에서 잔물결마다 부서졌다. 작은 배 위에 앉아 있는 노인의 어깨는 햇볕에 그을려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푸른 바다처럼 깊었다. 나는 노인의 곁에서 노를 잡았다. 짠내가 콧속으로 파고들었고, 손바닥은 물기와 소금에 젖어 미끄러웠다.


그러나 묘하게도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섰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서 내가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 “바다는 늘 대답을 주진 않는다.” 노인이 낮게 말했다. “하지만 묵묵히 기다리는 자에겐, 어느 순간 큰 선물이 찾아오지.”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기다림 속에도 의미가 있음을 처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2. 바다의 무게 — 고독 속의 배움


배는 작은 파도를 넘어 나아갔다. 고요함은 한순간이었고, 곧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돛을 흔들었다. 바다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도, 무심히 잔혹했다.


나는 물끄러미 노인의 손등을 바라보았다. 거칠게 갈라진 주름 사이로 세월이 새겨져 있었다. “저 주름은 물고기와 싸운 흔적일까, 아니면 바다와 겨룬 세월일까?” 나는 속으로 물었다.


노인은 나의 시선을 느낀 듯 말했다. “아이야, 상처란 건 부끄러운 게 아니지. 오히려 그것이 내가 바다와 살아왔다는 증거다.” 그의 목소리는 파도 소리에 묻히면서도 분명하게 내 귀를 파고들었다.


나는 가난과 폭력 속에서 받은 내 상처들을 떠올렸다.
지금껏 숨기고 싶은 흔적이었지만, 노인의 말을 들으며
그 상처 또한 내가 살아왔음을 증명하는 표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3. 대화 — 인내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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