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노인과 바다] 1편. 바다의 문턱에서

by 이안

1. 인트로 — 바람에 실린 첫 만남


나는 바닷가 마을을 처음 본 날을 잊을 수 없다. 모래 위로 길게 눕듯 흘러내리는 파도의 숨결, 짠내가 옷자락에 스며드는 바람, 멀리서 들려오는 갈매기의 울음소리까지—모든 것이 내 몸속 빈자리를 채워 나갔다. 바다는 풍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거대한 생명처럼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순간 나는 내가 더 이상 어린아이만은 아니며, 이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때, 낡은 작은 배 옆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보았다. 햇볕에 그을려 바위처럼 굳어진 얼굴, 오래된 주름 사이로 비치는 눈빛은 물결보다 더 깊고 잔잔했다. 그의 존재는 바다와 이어져 있었고, 그의 숨결조차 파도와 한 리듬을 타고 있었다.


“바다는 친구이자 적이기도 하지. 그러나 무엇보다, 배움의 자리란다.”


그가 낮게 말하자, 바람도 잠시 멎은 듯 귀 기울였다. 나는 그 순간, 바다와 노인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 삶의 다음 장은 여기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 바다 앞에서 — 낯선 배움의 시작


노인은 낡은 노를 잡고 내게 가까이 오라 손짓했다. 그의 손등은 상처투성이였지만, 그 흔적들은 오히려 신뢰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망설이며 다가갔고, 모래 위에 남겨진 내 발자국은 떨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바다는 설레게 하면서도 두려웠다. 끝없이 펼쳐진 푸름 속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였기 때문이다.


노인은 파도를 향해 고개를 들어 말했다.


“이 거대한 푸름은 언제나 사람을 시험하지. 하지만 두려움이란 배움의 다른 이름일 뿐이야.”


그 말은 내 가슴속으로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생각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전) 서울 MBC 라디오 PD.

64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33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9화[제제×데미안] 6. 거울 속의 타인